에덴로즈 타입

[HL/드림/240804] 악몽의 서커스

나비의 보관함 2025. 2. 9. 00:01


R는 자신의 일행들과 함께 숲속을 걷고 있었다. 

 

그러던 중 흰색과 빨간색이 이루어진 스프라이트의 커다란 큼지막한 천막이 눈에 들어왔다. 잔뜩 긴장한 E가 마른침을 삼키며 모두에게 명령을 내렸다. 

 

 

 

 

 

" 다들 긴장하도록 해. 곧 목적지야! "

 

" 응! "

 

" ... 어라? "

 

 

 

 

 

R는 자꾸 거슬리는 시선이 느껴져서 고개를 홱 돌렸다. 

 

하지만 고개를 돌려본 그곳엔 아무것도 없는 빈 숲뿐이었다. 고개를 돌리고 있는 R와 E 사이로 라이오니스가 나타나 그들을 기습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R와 일행들은 라이오니스와 오르티나를 견제했다. 

 

E가 무기를 들고 휘두르는 순간 R를 향해 다가오는 라이오니스로 인해 R는 숲 안쪽으로 피했다. 

 

R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라이오니스의 기습에 속수무책으로 흩어지게 되었다. 

 

 

 

 

 

" 하아... 하... 후... 겨우... 따돌렸네... "

 

 

 

 

 

R는 깊은 숲속에서 라이오니스의 시선을 피해 숨었다. 

 

으르렁거리던 라이오니스가 사라지고 나서야 R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안심했다. 주변을 둘러보더니 이번에는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갑작스러운 습격으로 인해 동료들과 흩어지게 되었는데, 무작정 안으로 들어오다 보니 이곳이 어디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감조차 못 잡고서 돌아다니고 있다가 나무 그늘 아래에서 쉬고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 

 

따스하게 내려오는 햇빛과 서늘하게 불어오는 바람, 드넓은 평야 위로 큰 나무 아래 그늘진 곳에 쉬고 있는 남자였다. 

 

R는 멍하니 정신이 홀린 사람처럼 발걸음을 옮겨 남자에게로 향했다. 눈을 감고 있는 사내의 얼굴을 하나하나 따지듯 살펴보았다. 

 

 

 

 

 

" ... 제 얼굴은 보는 것도 돈이 드는데요. "

 

" 꺄악?! "

 

 

 

 

 

잠든 줄 알았던 남자가 눈을 뜨면서 올곧게 R를 보았다. 

 

R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나다가 그만 그대로 주저앉아버리고 말았다. 떨리는 눈으로 자신이 잘 못 들은 게 아닌지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그때 누워있던 사내가 몸을 일으키면서 머리를 털었다. 

 

연한 갈색빛을 내는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흐트러졌다. 내려앉았던 갈색빛 머리카락 사이로 담자색의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R는 그 눈동자에 순간 자신이 잡아먹힌다는 착각이 들었다. 

 

 

 

 

 

" ... 뭐죠? 다친 사람이었나 보네요. "

 

" 어, 어? 어디... 아씁... "

 

 

 

 

 

R는 전혀 모르고 있다가 사내가 알려주고 나서야 자신의 발목이 다쳤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까지 이렇게 다친 상태에서 동료를 찾으러 다니고 있었던 거였다. R는 모르고 있을 때야 무시하면 되었지만, 알게 되고 난 이후에는 고통이 적나라하게 느껴져서 인상이 절로 찡그려졌다. 

 

사내가 R의 발목을 붙잡고 살살 어루만지더니 치료를 해주기 시작했다. 

 

R는 한참을 뜸을 들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 내 이름은 R야. 너는? "

 

" ... L. "

 

" 서, 설마... 바운티헌터?! "

 

" 그렇게도 불리고 있긴 하죠. "

 

 

 

 

 

대화를 이어 나가던 R는 사내의 이름을 알아냈다. 

 

자신을 L라고 소개한 남자는 바운티 헌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R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자신의 주머니에 있는 돈이 얼마인지, 의뢰를 달성하고 나면 얻을 돈이 얼마인지. 

 

그리고 이 남자를 고용해서 여길 무사히 나가는 계획까지. 

 

머리가 차분하게 굴러가면서 탈출하는 계획까지 세웠다. R는 자신의 주머니를 꺼내며 L에게 내밀었다. 

 

 

 

 

 

" 저기... 이거 줄 테니까 날 도와줄 수 있을까? "

 

" ... 흠 "

 

 

 

 

 

L는 R의 손아귀에 있는 동전이 가득 들어간 가죽 주머니를 보다가 R를 보았다. 

 

그의 담자색 눈동자가 살짝 이채를 끼고 반짝거렸다. 처음 보는 여자가 의뢰를 신청한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무엇보다 바운티 헌터라는 말에 겁을 먹지 않고 오히려 지갑을 내미는 모습이 색달랐다. 

 

얼굴이 꽤나 자신의 취향이라고 생각한 지 5분도 되지 않아 자신의 흥미를 이끌었다. 

 

L는 R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 성공 보수도 따로 있겠죠? "

 

" 응! 물론이야. "

 

" 그래요, 일단 제가 지내고 있는 곳에서 자세히 이야기하도록 하죠. "

 

" 거기가 어딘데? "

 

" 따라오시면 됩니다. "

 

 

 

 

 

L의 말에 R는 순순히 그의 뒤를 따라 걸어갔다. 

 

도착한 곳은 처음 보았던 빨간색과 하얀색의 스프라이트가 들어간 천막의 미니 버전이었다. 딱 1인용으로 지내기 적당한, 그런 크기의 공간이었다. R는 아무런 의심 없이 천막 안으로 들어갔고, 그녀가 들어간 걸 보고 나서 L가 천막을 닫아버렸다. 당황한 R가 다급하게 외쳤다. 

 

 

 

 

 

" 무, 뭐 하는 거야?! "

 

" 일단 당신이 안전한 게 중요하니까요. 제가 해드려야 하는 임무가 뭡니까? "

 

" 아, 그렇지. 그... 나랑 같이 온 동료들이 있는데 동료들을 찾아줘. 찾아서 나랑 만나게 해주고... 또 마지막으로 모두와 함께 무사히 탈출할 수 있게 해줘. "

 

" 그러면 상당히 비싸지는데요. "

 

" 괜찮아. 지, 지금 바로는 못 주지만 탈출만 하면 바로 줄 수 있어! "

 

" 흠... 좋습니다. 거기서 잠시만 기다리세요. "

 

 

 

 

 

L는 천막 앞에서 가만히 선 채 R와 대화를 이어 나갔다. 

 

R의 의뢰가 동료를 찾는 것, 만나게 해주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두와 함께 탈출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L는 예상하지 못했던 돈줄에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L가 발걸음을 옮기기 위해 움직이는 순간 R가 다급하게 말했다. 

 

 

 

 

 

" 저, 저기! 나도 데려가야지! "

 

" ... 전투가 발생하면 당신이 다칠지도 모르는데요. "

 

" 나, 나도 한 사람 몫 정도는 해! "

 

" 하... 추가금 있을 예정입니다. "

 

" 윽, 알았어... "

 

 

 

 

 

L는 같이 움직이면 방해가 된다고, 혼자 움직이는 게 낫다는 걸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고 돌려 말해주었다. 

 

평소라면 직설적으로 말했을 자신이었는데 어째서인지, 이 여자의 앞에선 그게 안 된다는 걸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추가금 핑계를 대며 천막 안에서 R를 꺼내주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숲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R의 동료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면서 동료의 인상착의를 들었다. 적발의 검사와 금발의 궁수, 자발의 메이지, 은발의 도적, 청발의 검사. 익숙한 느낌이 드는 사람이 있었으나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그러다가 두 사람이 큰 천막을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 어, E...!! r, A! 로난... l는 어디갔지? "

 

" ... l? "

 

" 은발의 도적 말이야. l라고 해! "

 

" ... "

 

 

 

 

 

L는 자신의 느낌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그녀가 말하고 있는 은발의 도적은 자신의 동생인 l 이솔레트가 맞았다. 하지만 그 사실을 R에게 알려주지는 않았다. 가는 도중에 몇 번이나 라이오니스의 공격을 받았지만, R가 공격을 하기 전에 L가 처리했다. 

 

L의 모습을 보며 R는 두근거리는 설렘을 느꼈다.

 

R는 두근거리는 느낌에 고개를 저어대며 그럴 리가 없다고 부정했다. 그는 단순히 자신의 탈출을 위해 고용된 바운티헌터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 E! r, A! "

 

" R? 무사했구나! "

 

"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R 님! "

 

" 여기 이분 덕분이야. "

 

" 누구...? "

 

 

 

 

 

서커스 안에 있던 해머맨과 오르티나, 그리고 단장을 쓰러트린 동료들과 마주친 R가 반갑게 인사했다. 

 

이후 L에 대해 소개를 해준 뒤 그가 자신과 동료들을 모두 찾아 안전하게 돌려보내 줄 것이라는 것까지 말했다. 모두가 그를 믿는 건 아니었지만, 상황상 어쩔 수 없었다. 

 

그때 해골로 변한 단장이 공격을 해오려고 하자 모두가 무기를 들어서 막으려고 할 때였다. 

 

모습을 보이지 않던 l가 등장해 다시 살아난 단장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무슨 연유인지 공격하려던 l가 괴성을 지르며 쓰러지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보던 A가 l를 부르더니 주문을 외웠다. 

 

 

 

 

 

" 큭... 으아악!! "

 

" l! l! 정신차려...!! 이, 일단 모두 안전한 곳으로 피해요! "

 

 

 

 

 

A가 주문을 외우니 푸른 빛이 나와 얼음 기둥이 단장을 막고, 모두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다. 

 

하지만 모두가 이동한 것은 아니었다. 홀로 남겨진 L는 총 두 자루를 들며 단장을 보았다. 단장에게 걸려있는 현상금을 생각하며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 생각지도 못한 소득이 생겼군. "

 

" 크아아아!! 이놈!! "

 

 

 

 

 

L의 공격에 단장이 그대로 쓰러졌다. 

 

L는 단장이 쓰러지는 걸 확인하고 나서 발걸음을 옮겼다. R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 그녀와 만났다. 이후 무너져 내리는 서커스를 뒤로한 채 R와 그녀의 동료들을 밖으로 안내했다. 

 

 

 

 

 

" 나중에 보수를 받으러 가겠습니다. "

 

" 찾아올 수... 있어? "

 

" 바운티 헌터를 얕보면 안 됩니다. "

 

" 응. 나중에 봐. "

 

 

 

 

 

서커스의 일이 끝나고 R와 L가 서로에게 인사를 하며 헤어졌다. 

 

.

 

.

 

.

 

시간이 지나고, R가 서커스의 일을 가끔씩 떠올리고 있을 때였다. 

 

보수를 받으러 오겠다던 L는 시간이 지나도 만나러 오지 않아 걱정이 태산이었다. 혹여나 보수가 모자라면 안 될 테니 그사이에 돈을 모아보고는 있지만 빨리 만나주길 바랐다. 

 

그저 보고 싶은 건지 아니면 정산을 하고 싶은 건지 알 수 없었다. 

 

 

 

 

 

" 이번에 새로 팀에 합류하게 된 사람이야. 다들 인사해. "

 

" L 와일드라고 합니다. "

 

" 어, 어?! "

 

" 오랜만이네요. R. "

 

 

 

 

 

동료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새로 합류하게 된 사람이라며 소개를 받던 R의 눈이 점점 커져갔다. 

 

옅은 갈색 머리카락, 창백한 피부, 선명한 담자색 눈동자는 누가 봐도 L였다. L가 자기소개를 하더니 R의 반응에 오랜만이라며 인사를 했다. 

 

R는 다시 만나게 된 L의 모습에 상당히 놀란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