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로즈 타입

[BL/1차cp/240721] 체육대회!

나비의 보관함 2025. 2. 8. 02:59

※해당 글은 한 웹툰 속 BL CP를 위해 재해석 된 글입니다. 작중에 원작과 동일 혹은 유사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해당 부분이 거부감이 느껴지시는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수혁이가 전학간 뒤에 남겨진 태율은 상당히 심란했다. 

혼자 이 고민을 끌어안고 있어 봐야 풀리는 것도 없었고, 오히려 심정만 더 복잡해져가는 느낌이었다. 학원을 가도 공부에 제대로 집중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이 복잡한 마음을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은 걸지도 몰랐다. 

그래서 무작정 걷다 보니 처음 와보는 길이었다. 

신호등 아래에 걸린 도로명 주소를 보던 태율은 이곳이 전에 들었던 적이 있었던 곳이라는 걸 깨달았다. 기억을 되짚어 보니 바람이가 일하고 있는 카페가 이 근처라는 걸 떠올렸다. 

이전에도 몇 번, 친구들 몰래 바람이의 카페에 갔었던 게 기억났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이곳에 온 게 틀림없었다. 

태율은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무겁기만 하던 발걸음이 지금은 또 가볍게 느껴졌다. 

오늘따라 우울하기만 했던 태율은 기분 전환 겸 카페를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바람이 녀석, 아직 일하고 있으려나 "

 

 

수혁이와의 일 때문에 요즘 상당히 우울해하고 있던 태율이었다. 

태율은 언제나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친구들에게는 비밀로 해주던 바람이 편했다. 그래서 더 가까워진 걸지도 몰랐다. 평소에는 그리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기에 권은범처럼 어색했던 사람이 바람이라고 한다면 이제는 달라졌다. 권은범보다 편한 사람이 바람이었다. 

정신없이 걷다가 보니 바람이가 일하는 카페까지 금세 도착했다. 

통유리창 너머로 바람이가 걸레로 바닥을 닦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미 늦은 시간이기도 하고, 손님이 없어서 빨리 마감하기 위해 청소하는 듯했다. 카페 밖에서 기다리려고 했던 태율은 한숨을 내쉬며 하늘을 보았다. 

그때 태율을 발견한 바람이 걸레를 들고서 밖으로 나오며 태율을 불렀다. 

 

 

" 어? 남태율? 거기서 뭐 해? "

" ...아, 너 마칠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지. "

" 안에 들어와서 기다려. "

 

 

바람은 태율의 등장에 상당히 놀랐지만, 우선 태율에게 안으로 들어오라고 말했다. 

태율이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며 입구에서 가까우면서 카운터와도 가까운 자리에 앉았다. 그 모습을 보며 바람이 옅은 웃음을 흘렸다. 

 

' 매번 싸우더니 친구끼리 같은 자리에 앉네. '

 

그렇다. 태율이 앉은 자리는 바로 은하가 카페에 올 때마다 앉던 곳이었다. 

다시 걸레질을 하며 바닥을 닦으려던 바람은 태율의 표정이 안 좋아 보이기에 힐끔거리며 시선을 주었다. 어둡게 가라앉은 태율의 표정에 바람은 결국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걸레질을 멈추고 태율을 보았다. 

태율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 뭐라도 마실래? "

" 어? 그러면 아메리카노. "

" 그걸로 되겠어? "

" 그게 제일 쉬운 거 아니냐? "

" 그건 그렇지. "

 

 

바람은 자신이 들고 있던 걸레를 카운터 쪽에 놔두고서 빠르게 아메리카노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고서 들고 와 태율에게 건네주었다. 바람은 커피만 만들어주고 마저 청소를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메리카노를 보며 한숨을 내뱉는 태율의 모습에 결국 바람까지 한숨을 내쉬었다.

바람은 태율의 맞은편에 앉아서 진지한 표정으로 태율에게 물어보았다. 

 

 

" 남태율, 무슨 일인 건데? "

" 하... 아니... 수혁이때문에... 좀 힘드네. "

" 수혁이? 음... "

 

 

바람은 겉으로 티를 내지 않았으나 속으로는 상당히 당황해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물어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태율의 입에서 수혁이의 이야기를 꺼낼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바람이가 생각하기엔 태율과 자신은 비교적 최근에 친해졌기 때문이었다. 

보통 최근에 친해졌다면 이렇게 속을 터놓지 못할 게 뻔할 텐데, 이걸 좋아해야 할지 모를 일이겠다,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태율이의 입장도 이해가 갔다. 자신이랑은 다른 친구들에 비해 비교적 덜 친한 편이니까 오히려 자신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더 편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이미 은하에게 수혁이의 입장을 전해 들은 상태였기 때문에 바로 이해가 갔다. 

하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티를 낼 수는 없었다. 

 

 

" 아무래도 중학생 때부터 함께 한 친구라면 힘들지. "

" 어... "

" 거기다 네가 한 실수를 사과하고 싶은데 수혁이가 연락이 안 된다는 거잖아. "

 

 

태율은 자신이 수혁이에 대한 말을 하면서도 바람이와 친해지기 전에 했던 것들이 떠올랐다. 

성격도 잘 맞지 않았고, 틈만 나면 자신이 은하와 바람에게 시비를 걸지 않았던가. 자신에게 진지한 이야기를 이리 조언을 해주고 진지하게 생각해 주는 녀석에게 무슨 짓을 한 건가, 싶었다. 

바람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만약 자신이라면, 가정하에 붙은 이야기와 여러 가지 조언을 덧붙여서. 물론 너무 태율이의 편만 들어주진 않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태율이를 위해주는 그런 대화를 이어 나갔다. 

바람이와의 대화를 통해 마음이 편해진 태율이 한결 풀린 표정으로 바람을 보았다. 

 

 

" ... 고맙다, 미안하고... 또... "

" 별거 아니야. 친구로서 조언은 해줄 수 있잖아. 근데 청소는 같이 해줘야겠다? "

" 어? "

" ^^ "

 

 

되물어오는 태율의 말에 바람이 웃으며 손가락으로 카페 벽에 걸려있던 시계를 가리켰다. 

시간은 어느새 9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태율은 순간적으로 안색이 파랗게 질려갔다. 아까 청소를 하고 있던 모습을 보니 바로 퇴근할 수 있었는데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준다고 바람이 퇴근을 하지 못한 것이었다. 

바람의 말에 태율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소매를 걷어냈다.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을 의자에 내려두고서 허둥지둥거리며 말했다. 

 

 

" 야, 야! 진짜 미안하다;; 어디부터 청소할까? "

" 난 뒷정리할 테니까 바닥만 좀 닦아줘. "

" 어어! "

 

 

태율의 당황한 모습에 바람이 푸흡, 소리 내 웃더니 카운터에서 걸레를 가지고 와 태율에게 건넸다. 

태율은 걸레로 아까 바람이 닦았던 부분까지 힘주어 뽀득뽀득 닦아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바람도 마저 뒷정리를 이어갔다. 이날 이후로 태율은 종종 바람의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며 함께 청소도 해주었고, 집도 같이 갔다. 

 

.

.

.

 

때는 2018년, 호랑신 고등학교에 젊은 피가 격동적으로 반응을 보이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 

순식간에 여러 시합들이 지나 최고의 하이라이트, 물건 찾아오기가 다가왔다. 1학년 1반의 대표는 전소은이었고, 2반의 대표는 권은범이었다. 

출발선에 선 은범은 3등 깃발을 들고 서 있는 소은을 보며 힐끗 눈길을 주었다. 

소은은 수진와 이야기하다가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돌려 은범을 보았다. 은범의 시선에 마주 보며 물어보았다. 

 

 

" ? 물건 찾기 질문 다 비슷하대.  "

" ...  "

" 준비~ "

 

 

소은이 알려준 정보에 은범이 고개를 끄덕였다. 

은범은 신호에 맞춰 달릴 준비를 했다. 공기총의 큰 소리에 맞춰 출발했다. 달리는 내내 친구들의 응원이 들려왔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주변 속에서 유일하게 태율의 얼굴만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은범은 중간에 쪽지를 뽑는 곳 앞에서 멈춰 숨을 고르게 쉬었다. 

가장 먼저 도착한 은범이 눈을 굴려 종이를 살펴보다가 하나 집었다. 뒤에서 달려온 사람이 종이를 집더니 펼치고 바로 달려 나가는 모습에 은범도 종이를 펼쳤다. 

 

[ 최근에 신경 쓰이는 사람 ]

 

종이에 적혀 있는 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은범은 최근 자신이 너무 신경 쓰게 만드는 사람이 있었기에 어떤 의미였던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은범은 곧바로 자신의 반 친구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친구들 앞에서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는 듯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은하가 참지 못하고 나서며 조잘거렸다. 

 

 

" 어? 뭐야, 권은범. 사람이야? 나야? 나? "

" 아니. ... 남태율 어디 있어? "

" 남태율? 저기... 어? 야!! "

" 그래서... 우왁?! 궈, 권은범?? 야! 뭔데?! "

" 일단 뛰어. "

 

 

은범은 자신의 앞에서 알짱거리며 조잘거리는 은하의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낸 뒤에도 계속 두리번거렸다. 은범이 태율을 찾고 있다는 말에 은하가 당황해서 은범을 다급하게 불렀다. 하지만 은범은 태율을 발견하자마자 태율의 손목을 움켜쥐고서 냅다 결승전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바람이와 매점에 갔다가 돌아오던 태율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고 말았다. 

은범의 행동에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무작정 끌리는 대로 끌려갔다. 뭐냐고 물어보아도 돌아오는 건 뛰라는 독촉뿐이었다. 은범의 말에 태율은 주변 상황을 살펴보다가 1등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예감에 힘을 내어 달렸다.

진심으로 뛰기 시작하는 은범과 태율의 모습을 지켜보던 2반 학생들이 단체로 웃음을 터트렸다. 

누군가는 숨이 넘어갈 정도로 웃었으며 또 누군가는 동영상을 찍으며 웃었다.

 

 

" 하아... 하... "

" 1등... "

 

 

반 친구들에게 웃음을 줘놓고서 받아온 결과는 1등이었다. 

태율과 은범은 1등 깃발을 들고서 줄을 섰다. 태율은 갑작스러운 달리기 탓에 결국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고서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평범한 옷이거나 체육복이면 어렵지 않았겠지만, 2반 반티가 하필 조선시대 풍이라 호위무사 옷을 입고 있는 게 상당히 거슬렸다. 

태율은 속으로 조선시대 조상님들이 정말 위대했구나, 생각을 하며 자신의 손에 쥐여진 1등 깃발을 보았다. 

그래도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까지 달린 것 치곤 결과가 좋았다. 1등이면 점수도 많이 주겠지, 싶은 탓에 안심이 되었다. 태율은 바닥에 주저앉은 채 은범을 보았다. 은범도 숨이 찼던 모양인지 무릎 위로 손을 올려서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 

턱 끝을 타고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닦는 모습은 청춘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이었다. 

태율은 은범을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3등 깃발을 들고 있는 소은의 모습이었다. 

 

 

" ...? "

" ㅋ... 3등? 나 1등ㅋ "

" ... " 

" ... 일어나. "

" 어? 어어... "

 

 

소은과 시선이 마주친 태율은 3등 깃발과 소은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그러곤 피식 웃어주더니 자신이 들고 있던 1등 깃발을 흔들고 있었다. 누가 봐도 약 올리는 행동에 소은이 울컥 감정 조절을 하지 못하고 깃발로 태율에게 덤비려고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함께 있던 수진가 소은의 어깨를 붙잡고서 말리고 있었다. 

그리고 곁에서 지켜보던 은범도 태율에게 그러지 말라고 어깨를 붙잡았다가 일어나라고 말했다. 은범의 말에 태율이 말을 더듬다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은범은 바닥에 앉았다 일어나는 태율을 보며 옷에 묻은 모래 먼지를 탁탁 털어주었다. 

 

 

" 고, 고맙다? "

" 별걸. 이제 돌아가자. "

" 어어... "

 

 

은범은 1등 깃발도 받았겠다, 자리로 돌아가 쉬고 싶었다. 

태율과 함께 걸어가는 내내 두 사람은 아무 말도 없었다. 그렇게 반 친구들이 모여있는 곳까지 도착했다. 1등 깃발을 들고 돌아온 은범에게 반 친구들이 입을 모아 물어보았다. 

하지만 은범은 자신이 뭐가 나왔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자 반 친구들이 알아서 궁예질 하듯 너나 할 것 없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 푸핰ㅋㅋㅋ 쟤네 지금 뭐 하냐?? "

" 은범이 쟨 뭐가 나왔길래 남태율 데려가냐? "

" 내가 궁예질 해본다. 저건 필히... 딱 봐도 어색한 사람인 게 분명해. "

" ㄴㄴ 아님. 딱 봐도 성질 더러운 사람 아님? "

" 야! 쟤넨 누가 봐도 어색한 거지. "

" 왜 성질이야? 태율이가 아니라 얠 데리고 갔어야 함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ㅇㅈ "

" 야!! 조용히 안 해?! "

 

 

하나 같이 웃고 있던 2반 학생들이 서로 투닥거리고 있다가 태율이의 분노에 다시 웃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은범이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은범이 친구들 몰래 자신이 주웠던 종이를 처분하려고 했다. 안쪽 주머니에 슬그머니 넣고 있을 때, 태율이 은범을 지켜보고 있었다. 

태율은 은범이 뭘 주웠길래 자신을 데리고 간 건지 궁금해졌다. 

시시덕거리며 떠들고 있는 친구 녀석들을 내버려두고서 용기 내 은범의 곁으로 다가갔다. 한없이 어색한 분위기 속에 태율이 마른기침을 하다가 은범에게 물어보았다. 

 

 

" 크흠, 큼... 야. 뭐 나왔었냐? "

" ... "

" 안 알려주려고? "

" 비밀이야. "

 

 

태율의 부탁에도 은범은 태율을 보기만 할 뿐, 알려주지 않았다. 

이날 쪽지에 있었던 내용을 태율이 알게 되기까지 긴 시간이 걸려야만 했다. 은범은 잠시 쉴 틈도 없이 연이어 축구까지 나가야 했다. 3:0으로 2반이 지고 있는 상황 속보다 못한 태율이 버럭 소리쳤다. 

 

 

" 야!! ㅅㅂ 제대로 골 안 넣어?!!? 은하수!! 골키퍼가 골 안 지키면 어쩌자는 건데!!! "

" ... 저거 응원인가? "

" 응원... 일지도? "

 

 

태율이 버럭 소리치며 외치자 시합 중이던 사람들의 이목이 태율에게로 몰렸다. 

거기다 아까부터 제대로 골을 지키지 못하고 있던 은하에게 갈! 외치며 말하자 지켜보던 은범이 중얼거렸다. 은범을 마크하던 다른 반 학생이 그걸 들었는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저게 응원이라고 말한다면 분명 기운이 떨어져서 하고 싶은 마음도 없어질 거라고 생각해서 한 말이었다. 

하지만 다시 시합이 시작되고, 돌아오는 건 전판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은범이었다. 아까는 조금 설렁설렁하는 모습이었다면 이번에는 상당히 열렬했다. 다리만 끼적거리던 은범이 이젠 온몸을 쓰며 축구에 임했다. 

그 결과 2골이라는 자존심을 지켜냈다. 

 

 

삐익-! 

 

" 하아... 하... "

" 수고했다. "

 

 

최종적인 결과로는 7:2였다. 

그나마 은범이 2골을 넣은 덕분에 쪽팔림은 면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건 체육대회의 마지막 꽃, 계주. 이어달리기였다. 반 대항전이었기에 1반이 먼저 뛰고, 그 뒤에 2반이 뛰게 되었다. 그걸 번갈아 가면서 뛰는, 그런 방식이었다. 

첫 타자는 수선화 선생님이었고, 그다음이 미연, 그다음은 경준, 그다음이 혜영이었다. 

그리고 학생 마지막 주자는 은진이었다. 혜영이가 달리고 와 은진이와 바톤 터치를 하려고 할 때 삐끗할 뻔했었다. 다행히도 은진이 본능에 가까운 감각으로 바톤을 잡을 수 있었다. 

그사이 먼저 추월한 학생들이 생겼고, 은진은 해맑게 웃으며 그들의 뒤를 추격했다.

 

 

" 같이 가자~~ "

 

 

은진의 다음은 남수진였다. 남수진의 다음은 동현, 그리고 마지막이 간쌤이었으나 간쌤이 계셔야 할 자리에 없었다. 

태율은 지금 상황에 어쩌면 우리 반이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뒤늦게 나타난 간쌤이 자신은 계주에 못 나간다는 말을 이제서야 알려주었다. 

모두가 어쩌지, 하면서 얼타고 있을 때 태율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한 번 나가긴 했지만, 어쩌면... 우승의 전략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은진뿐이었다. 

 

 

" 퍼피! 가서 마지막 뛰어! "

" 내가? 나 뛰었잖아. " 

" 그래, 마지막 한 번 더 뛰라고. 이번에 1등으로 들어오면 빵 일주일 치 사줄게! "

" 정말이지? "

" 그걸로 잘 뛰었겠냐? "

" 훗... "

 

 

태율은 은진에게 1등하고 오면 빵을 사주겠다는 딜을 걸었다. 

평소에도 이런 식으로 조건을 걸어보니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이번에도 걸어본 것이었다. 수학여행 때, 엠티 때, 그 외에도 등등. 수많이 지나가는 찰나의 순간들이 태율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한순간도 은진이 먹을 것과 관련되면 힘이 언제나 넘쳤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태율의 말이 맞았다. 일주일 치 빵이 걸린 달리기는 그 누구도 이길 수 없는 속도였다. 평소의 은진이 힘을 얼마나 숨기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은진이 1등으로 들어오고 2반 모두가 신나서 은진을 끌어안고 기뻐하고 있었다. 

태율은 그 모습을 보며 함께 신나 하면서도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 역시 틀리지 않았어...! '

 

그렇게 생각한 태율은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되는 날까지 얼마 되지 않았다. 

결국 결과로 보자면 중복 달리기는 안 되는 탓에 2반은 실격 처리가 되었다. 매점권은 1반에게로 넘어갔으며 남아있는 건 태율의 지갑 속에 있는 현금들이 은진의 빵으로 변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걸 태율은 그날 바로 알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