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글은 한 웹툰 속 BL CP를 위해 재해석 된 글입니다. 작중에 원작과 동일 혹은 유사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해당 부분이 거부감이 느껴지시는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 이리오너라~! 이 형님이 퇴원 하셨도다~! "
" ... 어라? 너네 뭐하냐? "
" 미누~! "
" 오~ 은하수 왔냐ㅋ "
은하가 병원에서 퇴원을 한 뒤 돌아온 교실 안에서는 친구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책상 2개를 양쪽으로 붙여 모두가 모여 이야기를 하기 쉽게 만들어둔 상태였다. 교실에는 이범과 태율, 경준과 은진, 수진와 혜영, 소은까지 모여있었다. 은하가 아는 반 친구들이 전부 모여있는 것이었다.
은하가 친구들에게 모여서 뭘 하느냐고 물어보니 시험 끝나고 방학 때 같이 놀러 갈 멤버를 짜고 있다고 했다.
태율이 수진과 크로스를 하고 있을 때, 은하는 슬그머니 경준의 곁에 앉았다. 태율을 힐끔 보던 눈길이 어느새 이범을 향했다. 이범은 무덤덤하게 폰 화면을 보고 있었다.
은하는 힐끗 보던 시선을 굴려 다른 친구들을 보았다.
태율의 입에서 이범의 이름이 나오자, 이범의 몸이 티 나지 않게 움찔거리는 게 보였다.
" ... "
" 권이범이랑 퍼피까지? 아, 그리고 이 자식도. "
" 으... "
친구들 중 태율의 뒷자리에 있는 중열이 죽어가고 있어도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다 은하가 지나가던 바람을 보고 한 명 더 와도 되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듣고 있던 태율과 수진가 상관없다는 듯 답했다. 친구들의 허락에 은하가 바람을 부르며 말을 걸었다.
모두의 시선이 여기저기로 흩어진 순간, 이범의 시선이 폰 화면에서 태율에게로 향했다.
괜히 바람과 대화하고 있는 시비를 걸고 있는 태율의 모습이 이범의 시선에 담겼다. 이범은 굳이 걸지 않아도 되는 시비를 걸고 있는 태율의 모습에 절로 짧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 쟤는 꼭 안 해도 될 말을 해서... '
그때 태율의 말을 들은 은하가 욱해서 고개를 돌리며 태율에게 확 내뱉었다.
" 뭐냐 은하수, 반장한테 왜 갑자기 친한척하냐? ㅋㅋㅋ "
" 아 나대! 나 이 학교 와서 맨 처음 말 튼 거 한바람이거든? "
" 윽 "
" 같은 중학교면서 말 한번 안 섞은 '남' 누구 씨랑 '권' 누구 씨랑 다르거든? "
" 헐 그러고보니 남태율이랑 권이범 말하는 거 본 사람? "
" 아, 이거... 친해지길 바라 한 번 찍어야 겠는데... "
" 아 진짜 뒤져! 그딴 거 하기만 해봐!! "
이범의 시선이 들킬세라 다시 폰 화면으로 돌아갔다.
은하와 태율이 한 대화를 듣고 있던 다른 친구들이 하나, 둘 거들기 시작했다. 궁지에 몰린 듯한 태율이 버럭 소리를 쳤다. 이범은 조용히 속으로 생각했다. 가만히 있었으면 그런 말 안 들어도 됐을 텐데.
이범의 속과는 달리 이미 태율은 가만히 있지 않았기 때문에 친구들에게 된통 당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때, 곁에 있던 혜영이 웃다가 이범에게 말을 걸었다. 이범은 시선을 미리 거두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부르는 혜영 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 이범이 너는 어디 중학교 나왔어? "
" ...? ○○중학교. 너는? "
" 나~ 나는 ○○여중 나왔어! "
이범은 배시시 웃고 있는 혜영의 뒤로 히죽거리며 이상한 웃음을 짓고 있는 수진과 소은을 보았다.
히죽거리며 웃고 있는 모습에 절로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이범은 말수가 적고 무뚝뚝하고 묘하게 승부욕이 강하고 길을 잘 찾지 못하는 길치였지만, 그래도 눈치가 없진 않았다. 이범은 자신을 향해 배시시 웃어 보이는 혜영과 혜영의 뒤로 히죽거리며 웃고 있는 두 사람을 보며 혜영의 감정을 모를 리 없었다.
이범은 다시 시선을 폰 화면으로 옮겼다.
다음 수업은 이동 수업이라는 말에 교과서를 챙겨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범은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가방을 책상 옆에 내려둔 다음 침대에 누웠다. 곧 다가올 여름 방학, 그때 친구들과 모여 여행을 가기로 했다.
중학생 때와는 다른 설렘, 학교 측에서 단체로 가는 여행이 아니라 단순히 친구들끼리 가는 것에 기분이 묘했다.
아무래도 함께하는 사람 중에 남태율이 있기에 더욱 그러지 않았을까, 싶긴 하지만.
이범이 태율에 대한 감정을 깨달은 지 며칠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
" ... "
[ 야, 우리 방학 때 챙겨가야 할 게 뭐 뭐 있지? ]
[ 내일 카페에서 정할까? ]
[ 일단 공부도 같이 해야 하는 거 알지? ]
[ 아... ]
이범은 혹여나 싶은 마음에 폰을 들여다보았다.
일말의 기대에 충족시켜 주지 않겠다는 듯 이범이 기다렸던 이의 연락은 없었다. 그럼 그렇지. 평소에 대화조차 제대로 안 하는 놈인데 연락을 보낼 리 만무했다.
그나마 함께 들어가 있는 단톡방에선 읽고 사라졌을 뿐이었다.
물론 읽고 눈팅하고 있는 건 저 또한 마찬가지였지만. 그렇게 내일 카페에 가기로 정해졌다. 늦은 저녁에 잠들기 직전까지 기다려본 결과 태율은 카페에 가겠다는 말도 없었다.
다음 날, 이범은 경준과 은하, 은진하고 근처 카페로 들어갔다.
그 카페에는 바람이 알바하고 있는 상태였다. 카페에 앉아 사다리를 타기 시작하고, 이런저런 대화가 오가는 동안에도 이범은 조용히 있을 뿐이었다.
" 아~ 피시방 가고 싶다. "
" ㅋ 어휴, 한심아. 엉덩이 붙인지 몇 분 됐다고 그러냐ㅋ 참나...ㅋㅋㅋ "
" 혼잣말인데? 가방은 왜 메? 왜 일어나? "
공부를 하고 있던 이범은 곁에서 피시방 이야기를 하며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녀석들을 보았다.
결국 오늘 공부를 하긴 글렀다고 생각하며 이범도 짐을 하나, 둘 챙기기 시작했다. 나가면서 바람에게 수고하라는 듯 인사를 건네고 피시방으로 들어갔다.
이범은 게임을 키면서 목 근육을 풀고 있었다.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자신도 모르게 고개가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갑작스러운 움직임 탓인지 확 돌아가 버린 목은 담이 와버렸고, 그 고통에 이범이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곁에서 지켜보던 은하가 짧게 한숨을 내쉬며 이범의 목을 주물러주었다.
피시방에 있는 그들에게 다가온 사람은 다름 아닌 태율이었다.
" 아니, 야! 이걸 다 어떻게 들고 간다고 이렇게 적었냐? "
" ... 윽! "
" 범탱아... 갑자기 움직이면 담 온다는 거 몰라? "
" ... "
" 뭔데? 권이범 담 걸렸냐? "
평소의 태율이었더라면, 담 걸린 사람이 경준이나 은하였더라면.
언제나처럼 킥킥대며 담 따위에 걸리냐며 골려 먹었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상대가 이범인 점에서 태율의 장난은 순식간에 가라앉고 말았다. 이범은 은하의 안마를 받으며 힐끔 태율을 보았다.
태율은 찔리는 게 없을 텐데도 괜히 이범의 시선에 움찔거리며 뭐, 왜, 뭐! 성급하게 외치고 있었다.
이범이 속으로 약간 서운하게 생각하며 태율을 봤을 뿐인데, 태율이 제 발에 찔려 당황해 하고 있었다.
" ... "
" 아니, 뭔데? "
" ... "
결국 이범은 그날 충전했던 피시방 시간을 다 쓰지도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물론 이범을 먼저 보냈던 태율이 이범을 대신해서 친구들과 피시방에서 놀아주었다. 이범은 집으로 가는 길에 아직도 저릿거리는 목을 만지작거리며 태율을 생각했다.
태율은 왜인지 몰라도 자신의 앞에선 묘하게 뻣뻣하게 굳어지곤 했었다.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대놓고 물어보기엔 좀. 차라리 예전처럼 신경 안 쓰고 있으면 안 썼지, 물어보기엔 좀 그랬다. 그래도 방학 전이라고 수업을 일찍 마치면 그나마 친구들과 함께 놀 시간이 있었다.
그중에는 물론 태율이 빠지진 않았다. 노는 곳에 태율이 빠지는 건 힘든 일에 가까웠으니까.
결국 모두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방학의 때가 다가왔다.
" 근데 왜... 너도 가게?!!? "
" 응ㅋㅋㅋ 나 알바 뺐어 "
" 와 성공했냐? 진짜 같이 가는거임?! "
" 오~ "
방학식을 끝내고 하교하는 길, 바람이 다가와서 은하에게 방학 때 떠나는 여행에 대해 물어왔다.
같이 가는 거냐는 말에 그렇다고 답하는 걸 은하의 뒤에서 이범이 듣고 있었다. 그런 이범의 곁에는 태율이 있었다. 여전히 무뚝뚝하고 조용한 이범과는 달리 잔뜩 굳어있던 태율이었다.
바람이 함께 하기로 한 걸 전하고 떠나는 걸 배웅해 주며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때 태율이 미간을 찌푸린 채 말을 이어갔다. 이범은 그런 태율을 지긋이 쳐다봤지만, 정작 태율은 중열의 연락이 안 되는 것이 더 신경 쓰였던 모양인지 이범의 시선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태율이 떠날 때 은하와 경준, 은진이 태율에게 다녀오라고 말했다.
뒤에 있던 이범은 약간 서운해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마저도 자세히 보거나 어릴 적부터 함께 했던 가족이 아니라면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였다. 여전히 무뚝뚝한 표정이었지만, 미세하게 기울어진 눈썹이 이범이 지금 태율에게 서운해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었다.
사실상 이범과 태율은 접점이 그닥 없었기에 이범이 서운해할 건 아니었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표정에 이범이 약간 서운해 하고 있다는 걸 태율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 ... "
이범은 집으로 돌아와 상념에 잠겼다.
이미 자신의 감정을 깨닫고 난 뒤다 보니 주체할 수 없는 감정들이 조금씩 거슬리기 시작했다. 예를 들자면 틈만 나면 전보다 더 태율을 쫓아가고 있는 시선이라던가, 함께 놀지 않고 따로 가버리는 태율의 모습에 서운해진다거나.
이범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태율이 자신과 개인적으로는 절대 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평소에 친구들과 함께 있는다고 해도 말을 걸지 않고, 어색해 하는녀석인데 퍽이나 둘이서 같이 있을 수 있겠나.
그걸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서운하고 감정이 상하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무뚝뚝하고 말수가 적다고는 해도 결국 이범도 사람이었으니까. 그날 이후로 이범의 입에는 묘하게 짧은 한숨이 달리기 시작했다.
*
친구들과 약속했던 날이 다가왔다.
이범은 약속했던 시간에 이미 도착해 있었다. 거의 비슷하게 도착한 사람이 태율이었다. 이범은 태율과 비슷한 시간에 도착했다는 것에 기분이 좋아졌다. 물론 겉으로는 티가 전혀 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그저 아무런 대화도 없이 뻘쭘하게 서 있기만 했다.
특히 태율은 제발 부디 누군가 한 명이라도 오길 간절하게 바라고 있었다. 이범에게는 이 어색한 분위기마저도 좋았지만, 태율에겐 조금 힘들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친구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바람까지 해서 모두가 신나는 마음으로 목적지로 떠났다.
도착한 곳에서 짐을 풀고, 강물에 뛰어들었다. 이범은 애들이 뛰어노는 걸 지켜보다가 문득 옆을 스쳐 지나가며 다이빙을 시도하는 태율을 보았다. 내심 걱정이 앞섰지만, 대놓고 드러내놓진 않았다.
캡을 꾹 눌러쓰며 햇빛을 가리고 은하가 경준와 은진을 때리고 있을 때 이범도 다이빙을 시도했다.
" 후우... "
시끌시끌한 곳으로 절로 시선이 향했다. 이번엔 은하가 우산으로 태율을 패고 있었다.
그 장면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옆으로 밀려오는 튜브를 보았다. 그 위에 속세를 떠난 수진를 보았다. 저 멀리 들려오는 태율의 비명에도 이범은 굳이 끼어들지 않았다.
정신없이 놀다 보니 어느새 뉘엿뉘엿 노을이 지고 있는 저녁이 되어가고 있었다.
은하가 걸었던 조건대로 바람이 고기를 굽기 시작했고, 모두가 상을 차렸다. 아무래도 혈기 왕성한 학생들이다 보니 준비해 왔던 고기를 먹는 건 순식간이었다.
저녁에 모두가 씻고 돌아와 숙소 거실에 드러누운 채 뒹굴었다.
이범이 마지막으로 씻으러 가는 사이 태율이 애들에게 웃으며 말을 걸었다.
" 아주 스릴 넘치면서 판타스틱하고 위험하면서 엄청 재밌는 거. "
" ??? "
태율은 재밌는 거라며 은하의 팔목에 손가락으로 때리는 손목 때리기를 하고 있었다.
재미를 붙인 태율이 팔 소매를 걷어붙이며 드루와~ 했지만, 다른 친구들은 모두 하나같이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다 은하에게 놀자고 하니, 은하가 몽둥이 하나를 구해 온다고 말했다.
결국 은하가 무섭게 느껴진 태율이 경준를 붙잡았다.
씻으러 간다던 경준는 씻고 나와서 놀아줄 테니 이범과 놀고 있으라며 태율에게 가만히 있던 이범을 던져주었다.
" 정 심심하면 권이범이랑 먼저 놀고 있어. "
" ... "
" ... "
평소 싸가지 없게 생겼던 태율의 표정이 이범의 등장으로 인해 순식간에 댕청하게 변해버렸다.
그렇게 이어진 어색함의 2차는 아까보다 더 오래 지속되었다. 결국 이대로 있을 수 없다는 압박에 태율이 결심한 듯 주먹을 쥐었다. 태율은 어떻게든 친구들이 돌아올 때까지 이범과 놀아야만 했다.
" 가, 가위... 바위 보...!! "
" ... "
태율은 식은땀을 뻘뻘 흘려가며 게임을 진행했다.
이범이 지는 탓에 태율이 이범의 팔목을 때려야만 했다. 게임은 게임이었던 탓에 태율이 이범의 손목을 톡 소리가 날 정도로 쳤다. 아까 은하의 손목을 때리던 소리와는 완전히 다른 소리였다.
이범은 승부욕이 상당히 강한 사람이었지만, 태율과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것에 승부욕이 피어나진 않았다.
다만 이 시간을 계속 가지고 싶다는 생각에 주먹을 쥐고 말했다.
" 때... 때렸는데... "
" ... 다음판. "
" ... "
하지만 정작 어색해 죽으려고 하던 태율은 속으로 살려달라고 외쳤다.
그런 와중에도 이범과 가위바위보를 위해 주먹을 쥐고 내밀었다. 이범은 사실 게임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다. 그의 시선이 태율에게 향해있다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태율이 죽어가고 있을 때, 그의 구세주가 등장했다.
" 야 왜 이렇게 맥없게 때려. 재미없게 스리 "
" 응? ...!! "
" 선수끼리 한판 뜨자고~ㅋ "
갑자기 진행된 가위바위보에 태율이 이기고 수진가 지고 말았다.
이범은 두 사람이 하고 있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태율이 자신의 팔목을 때리던 것과 달리 수진의 팔목은 마치 부서질 듯이 내려쳤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범은 조용히 지켜보기만 하기로 했다.
그러다 소은까지 한 판 하게 되면서 태율이 소은에게 이마를 맞는 것도 지켜보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때 이범의 표정이 살짝 변해있었다. 이내 이범의 표정이 살짝 놀랐다. 이유는 소은에게 딱밤을 맞은 태율이 울먹거리다 못해 눈물을 흘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은하까지 맞게 되는 헤프닝이 벌어졌지만.
끝에는 결국 태율이 누워서 잠들고, 남겨진 네 사람이 누워서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궁금해진 이범이 고개를 들어 은하를 보며 말했다. 이미 얼추 이유야 알고 있었으나, 은하가 본 사람은 어디까지나 바람뿐이었다.
은하는 이범이 왜 이걸 물어보는지 얼추 알 것 같았다.
이범의 나름대로 태율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하며 머쓱하게 웃었다.
" 백은하 "
" 왜 C바!! "
" 너 학기 초에 남태율이랑 치고받고 싸웠었잖아. 그거 왜 그랬던 거야? "
" ! "
" 아! 물고 ㅈㄹ이야! "
" 아... 그거; "
" 맞아 너네 그때 왜 싸웠냐? 개 살벌하게 싸워놓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놀았잖아. 사랑싸움했냐? "
" 너 이 집 뒤에 있던 야산에 묻히고 싶니? "
그렇게 시작된 은하의 이야기에 이범은 귀를 기울였다.
교실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듣긴 했으나 자세한 상황은 듣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자초지종을 전부 듣고 나니 다시 입이 다물어졌다. 이범의 시선과 머릿속은 이미 윈스턴, 아니 은진이 태율을 끌어안고 자는 것에 쏠려있었다.
은진이 태율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 한껏 끌어안고 있는 모습을 보다가 결국 기절하듯 잠들고 말았다.
새벽에 잠시 깨어난 이범은 태율을 지켜보다가 은진을 보다가 밀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게 떨어지지 않는 은진을 결국 포기하고 태율의 반대편에 자리 잡고 앉았다. 그대로 옆자리에 누워 태율이 잠든 모습을 지켜보았다.
온갖 인상을 찡그리며 질려있던 얼굴이 여전히 구겨져 있었다.
" ... 남태율. "
" ... "
이범은 조용히 중얼거리는 목소리로 태율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새벽녘의 어스름 사이에 잠들어 있는 이들은 그 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다. 이범은 잠든 태율의 모습을 가만히 두 시선 안에 가두듯 바라보다가 조용히 눈을 감고 잠들었다.
이른 아침, 모두가 깨어나기 전에 이범은 황급히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갔다.
거울을 보며 새벽에 자신이 무슨 짓을 한 건지, 한탄하며 마른세수를 했다. 정신 차리기 위해 찬물로 얼굴을 씻고 수건으로 닦으며 밖으로 나왔다. 화장실 입구에는 경준가 있었다.
화장실에서 나와 다시 거실로 돌아오니 이범의 눈썹이 절로 찡그려졌다.
은진이 아까보다 더 심하게 태율을 끌어안고 있었다. 태율이 잠결에 얼굴이 파랗게 질릴 정도였다. 이범은 결국 저들에게 신경 끄기로 했다. 태율이 여전히 신경 쓰였지만, 친구들이 하나, 둘 일어나고 있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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