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로즈 타입

[BL/우정/240709] 브로맨스 Bromance

나비의 보관함 2025. 2. 7. 04:57




에인로가드 학교의 학생들 중에 '푸른 용의 탑' 소속인 두 사람을 보고 많은 말이 오갔었다.
그 이유를 굳이 꼽아보자면 아무래도 이한 워다나즈와 핀, 두 사람의 가까움에 있었다. 둘은 수업 시간을 제외하고 모든 시간을 함께 했으며, 아무 일이 없는 쉬는 시간에는 핀이 이한의 등을 기대고 있다거나 무릎에 머리를 대고 누워있는 모습이 학교 안에 소문이 퍼질 정도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오죽하면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남몰래 응원하고 있는 사람들이 생겨날 정도였다. 
 
 
[ 핀♡이한 Forever!! ]
" 근데 저건 뭐야? "
" 나도 모르겠네... "
 
 
감히 성스러운(?) 이한과 핀의 곁으로는 다가올 엄두가 나진 않지만, 둘을 응원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갔다.
이한과 핀이 복도를 걷는다거나 운동장을 뛰고 있을 때라거나 쉬는 시간에 실외를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주변에 여학생들이 뺨에 홍조를 붉히고 꺆꺆 소리를 질러내며 이상한 카드를 들고 흔들기 일쑤였다.
그들의 모습이 하도 괴상망측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그런가, 핀은 그들을 볼 때마다 인상이 좋지 않았다. 시선이라도 마주치면 인상을 찡그리고 혀를 쭉 내밀고서 손을 휙휙 저었다.
 
 
" 웩, 당장 가버려! "
" 꺄악!! 핀이 가버리래! "
" 핀!! 사과 머리 너무 잘 어울려! "
 
 
수업 시간 이외에 거의 대부분 시간을 이한과 함께 하던 핀이었다.
핀은 그들의 등장에 화가 날 때면 종종 이한과 떨어져야 하나, 생각을 했지만 그마저도 자신이 왜?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전 삶에서도 그리 눈치를 보다가 결국 배신을 당하고 죽었으면서. 
아직까지도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핀은 괜히 자신의 뒤통수를 긁적거리면서 짧은 한숨을 쉬었다. 
 
 
" 쟤네 왜 저러냐? "
" 모르지, 나야. "
" 어떻게 너랑 나랑 엮을 생각을 하지? 웩 "
" 취향의 차이니까. "


당사자 중 한 명인 핀은 마치 혐오하는 사람처럼 거부감을 느꼈다.
이상하게도 다른 당사자인 이한은 그러려니 하는 편이었다. 매번 저들이 저러고 있을 때마다 핀은 표정이 험하게 구겨졌고, 이한은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
이들의 행보가 여기서 멈출 것이라고 이한은 늘 핀을 다독였다.
하지만 이한의 생각이 그저 단순했다는 걸 알려주는 계기가 있었다. 이한과 핀이 교장인 오수와 함께 잠시 외부로 나갔을 때 생긴 일이었다.


" 이게... 이게 무슨...? "
" ... 이건 아니지!! "


고작 해봐야 며칠, 길어도 몇 주였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사이에 두 사람의 기숙사 방이 엉망진창으로 흐트러져 있었다. 단순히 헝클어진 게 아니라 작정하고 뒤적거린 사람처럼, 가구 자체가 엎어졌을 정도로 어질러져 있었다.
옷가지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값어치가 없는 물건들은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기숙사로 돌아온 두 사람은 허망하게 자신의 방을 보고 있었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방을 둘러보다가 제대로 살펴보지도 못한 채 아연질색하고 있었다. 주변에서 나타난 다른 학생들이 두 사람의 방을 보고 놀라며 물었다.


" 아이고... 결국 사달을 냈네... "
" 그럴 줄 알았다. "
" ... 뭐 때문에 이런 지 알아? "
" 그... 너네 팬 애들 말이야, 걔네가... "
" 뭐?! "
" 핀?! "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다른 학생들이 멍하니 있던 두 사람을 대신해 한탄했다.
핀이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옆으로 다가온 학생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았다. 돌아오는 답은 예상치도 못했던 일이었지만.
이전에 핀이 경고를 주려고 했으나 이한의 말로 인해 그러지 못했었던 걸 떠올렸다.
핀은 이한을 한 번 보다가 냅다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핀이 뛰쳐나가는 모습에 놀란 이한이 핀의 뒤를 쫓아가며 알려준 학생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홀로 남겨진 학생은 당황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 아니... 걔네가 이렇게 만든 범인을 잡아줬다고... "


핀은 복도를 달리며 주변에 있는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전에 보았던 얼굴을 떠올려가며 찾아다니고 있던 것이었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이한의 목소리는 이미 들리지 않는 판국이었다.
핀은 복도 끝에서 이한을 제외하고 그나마 가깝게 지내던 학생이 걔네와 함께 이야기하고 있는 걸 보았다.
다가가 소리를 치려던 순간 이한이 핀의 손목을 붙잡았다.


" 핀...!! 잠시만 기다려 봐! "
" 이한! 더는 말릴 생각하지 마! "
" 아니, 핀! 걔네가 아니래! "
" 뭐...?? "
" 걔넨 우리 방에 들어와서 물건을 훔쳐 가던 범인을 잡아줬다더라. "
" ...어? "


핀의 뒤를 따라오던 이한은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잠시 다른 학생을 붙잡아 두 사람이 없을 때 있었던 일을 물어보았다. 다른 학생이 알려주길 두 사람의 방에 몰래 들어온 사람이 있었는데, 두 사람의 일정을 다 알고 있던 걔네가 이상하게 생각하고 문을 열었더니 도둑질하고 있었더란다.
그래서 그들이 범인을 잡아 교장에게 넘긴 거라고.
이한은 다급하게 핀을 붙잡아 들었던 상황을 알려주었다.


" ... "
" 고맙다고 해야지? "
" 하... "


핀은 자신의 편협한 생각에 오해를 했다는 걸 깨달았다.
쉽게 인정하지 않는 오만한 귀족이 아니었던 핀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무리 쪽으로 다가가자 여학생들이 핀을 발견하고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핀은 심정이 복잡한 듯 인상을 찡그린 채 한숨을 내뱉었다.


" 그, 방... 이야기 들었는데... "
" 아! 그, 그거 다행이지? 우리가 빨리 잡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 "
" ... "
" 정리... 해주려고 했는데, 핀이 싫어할 것 같아서... "
" ... 고맙다. "
" 어어? "


핀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자 한 여학생이 용기 내 말했다.
아무런 답이 없는 핀을 대신해 이어서 말하다가 점점 기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핀은 자신의 성격까지 알아차리고 배려해 주는 여학생들에게 괜한 미안함이 들었다.
목젖을 툭 치는 단어를 겨우 내뱉었다.
애매모호한 분위기 속에서 이한은 핀의 등을 토닥여주며 여학생들에게 말했다.


" 고마워. "
" 아, 아니야!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어! "
" 맞아, 우리 같은 학년 친구잖아! "
" 친구... "


핀은 한 번도 저들이 친구라고 생각했던 적이 없었다.
하지만 저들은 저를 친구라고 불러주는 것에 순간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이 들었다. 둔탁한 느낌까지 느껴지자 자신이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핀은 자신의 앞에 있는 여학생들과 시선도 제대로 맞추지 못한 채 머쓱해 했다.
한참 뜸을 들이다가 겨우 입을 열고 말했다.


" 그, 너네를 오해해서... 미안. "
" 아, 아냐... 우리도 너무 그랬지? 앞으로는 눈에 안 띄게 할게! "
" ... 너넨 특별히 내 머리... 묶을 수 있게 해줄게. "
" 헉... 정말?! "


핀은 자신의 머리를 만질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큰 허락이었다.
타인의 손길은 이한을 제외한 그 누구도 허락하지 않았었고, 그걸 잘 알고 있던 여학생들은 감격한 표정이었다.
곁에 있던 이한과 이한 다음으로 친하게 지내던 학생까지 놀랄 정도였다.
핀은 뒷머리를 긁적거리다가 힐끗 여학생을 보았다.
이한에게 시선을 옮긴 뒤 이한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 너네 이런 거 좋아하지? "
" 허억...!! "
" 어, 어? 야! "


핀이 이한에게 어깨동무를 하자 지켜보던 여학생들 중 한 명이 얼굴을 붉히더니 그대로 비틀거렸다.
곁에 있던 다른 여학생이 받쳐주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넘어졌을 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그녀들의 반응에 놀란 핀은 당황해서 말을 더듬거렸다.
이한은 핀이 처음 봤을 때보다 많이 밝아지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여 마음이 놓였다.


" 핀, 이제 가자. "
" 아. 우리 짐 치워야겠지. "
" 정리도 해야지. "
" 그런데 그 범인은 어디 갔어? "
" 교장 선생님께 불려갔어...! "
" ... 명복을 빌어줘야겠네. "


지켜보던 이한이 핀에게 돌아가자고 말했다.
핀은 엉망이 된 기숙사를 잊었는지 외출하면서 들고 온 짐 정리만 생각하며 말했다. 그러자 이한이 엉망이 된 기숙사 방을 말하자 핀의 표정이 다시 구겨졌다.
이한에게 어깨동무를 하던 팔을 내리며 여학생에게 물었다.
그러자 곁에 지켜보기만 하던 다른 학생이 교장에게 불려갔노라고 말해주었다. 그 말에 무언가 상상이라도 한 듯 핀은 미간을 풀고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절레 저었다.


" 다음에 주스나 사줄게. "
" 아, 아냐! 청소 열심히 해! "
" 고맙다! "


핀은 이전 생을 통틀어 이렇게까지 자신에게 호감을 비추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어색해 했다.
괜히 응원하는 학생들에게 퉁명스럽게 답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먼저 떠나는 핀의 뒤를 따라 이한도 학생들에게 인사를 건넨 뒤 그의 뒤를 따라갔다.
기숙사로 돌아온 두 사람은 엉망이 된 방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 이걸 치우지, 싶은 생각에 묵직한 숨은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 열심히 치우다 보면 끝나있겠지. "
" 하... 이왕 치우는 김에 위치도 좀 바꿔볼까? "
" 그것도 나쁘지 않지. "


두 사람은 팔을 걷어붙이고 엉망이 된 방을 정리하기 위해 나섰다.
널브러진 가구를 일으켜 세우고 이전과는 다른 위치로 잡은 뒤 물건을 하나, 둘 정리했다. 이후 자신들이 외출하면서 들고 갔던 짐까지 모두 정리했다.
정리를 다 하고 나니 지친 마음에 핀과 이한은 침대에 누웠다.


" 하... 이제 더는 못 해... "
" 진짜, 무리... "


둘은 나란히 누워서 숨을 고르게 내쉬다가 저들도 웃겼던 모양인지 큭큭 웃어버렸다.
핀은 또다시 생각했다. 역시 이한과 함께하면 하루하루가 질리지 않고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