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차일드 타입

[HL/드림/240305] 만약에 말이야

나비의 보관함 2025. 2. 6. 02:45



 

만약에, 아주 만약에 미츠키가 도우마를 사랑했더라면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미츠키가 도우마의 만세극락교에 몸담고 있던 신도였을 때, 제대로 도우마에게 빠졌더라면. 다른 신도들이 도우마에게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울고 있을 때, 미츠키가 오로지 도우마를 위해 울었을까.

미츠키라면 울었을 지도 모른다.

그녀의 성격상 울지 않았을 리 없었을 테니까. 사랑하는 이의 고통을 누구보다 더 공감했을 것이고, 누구보다 더 이해했을 테니까. 도우마는 자신을 위해 울어주는 미츠키의 모습이 처음에는 그저 가증스럽다 느껴져서 싫어했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위해준다는 느낌을 느꼈을 것이다.

하루하루 지독하게 매달려오는 신도들의 한탄을 담은 기도가 지겨워지기 시작했을 때.

도우마는 다른 신도들과는 많이 다른 미츠키와 가깝게 지낼 때마다 그녀의 어두운 부분도 동시에 보게 되었다. 미츠키가 만세극락교까지 들어오게 된 이유와 하루하루 몸에 상처가 늘어가는 걸 볼 때마다 이상하게 여겼다.

 

 

" 미츠키 쨩, 이 상처는... "

"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

" 치료를 하는 게 어때? "

" 치료해봤자... "

 

 

당시의 미츠키는 가족의 괴롭힘에 지쳐 모든 걸 포기할 정도였다.

그것이 자신의 목숨이라고 하더라도. 처음 봤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언제나 해맑게 웃으며 꿋꿋하게 버티는 해와 닮았다고 한다면 지금은 우중충하고 정신이 나간 상태인 것처럼 보였다. 지금도 어물쩡거리며 말을 삼켜내는 게 도우마의 궁금증을 돋우기엔 충분했다.

그래서 도우마는 다른 신도를 시켜 미츠키의 가족에 대해 알아오게 했다.

아니나 다를까, 어찌 인간은 그리 예상을 벗어나질 않는 건지. 도우마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신도가 알아온 바로는 미츠키가 가족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 하... 인간은 정말 한결같네. 미츠키 쨩은 아니지만~ "

 

 

도우마는 습관적으로 중얼거렸다.

일지에 의하면 미츠키는 집안에서 청소부터 시작해 다양한 일거리를 시키고, 가족에게서 폭행과 폭언을 일상처럼 받아왔다. 거기에 분노를 느낀 도우마는 받은 일지를 꽉 움켜쥐었다. 그는 미츠키의 가족을 '구원'해주기로 정했다.

도우마가 직접 나서는 '구원'이 흔치 않긴 했지만.

그가 나서서 '구원'을 직접 해준다면 미츠키도 편해질 것이었다. 도우마는 그리 믿어 의심치 않았다. 

늦은 저녁 시간, 혈귀가 돌아다닐 수 있는 시간에 몰래 만세극락교에서 빠져나왔다.

다른 인간들을 살펴볼 겨를이 없었던 도우마가 곧바로 미츠키의 집으로 찾아갔다. 어둑한 밤 시간, 미츠키의 가족은 모두 잠에 빠져 곯아떨어진 상태였다.

맨 구석을 보니 미츠키가 홀로 이불도 제대로 덮지 못한 채 추위에 떨며 잠들어 있었다.

그 모습을 봐버린 도우마는 깊은 한숨을 내쉰 뒤 '구원'을 시작했다.

 

 

" 아ㅇ...!! "

" 사, 살ㄹ....!! "

" 쉬... 조용히 해야지. "

" 아으, 흡... "

" 쉿. 미츠키 쨩이 깨잖니. 깊게 잠든 것 같은데 깨어나면 네 탓이야. "

" ... "

" 아무리 내가 여자만 먹는다지만 이런 쓰레기는 입맛만 버릴 것 같네. "

 

 

비명 소리가 들리기도 전에, 빠른 속도로 처리하기 시작했다.

소리라도 지르려고 할 때면 입을 틀어막아버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전히 싱긋, 웃는 얼굴로 다정한 목소리였다. 

구석에 누워있는 미츠키에게 시선을 주며 말했다.

미츠키의 가족은 제대로 반항 한 번 해보지 못하고 도우마의 부채에 목이 썰려 나갔다. 모두를 죽인 뒤 도우마는 부채로 입을 가렸다.

잔인한 현장에서 고개를 돌려버리며 혀를 짧게 찼다.

먹을 가치조차 없다는 것이었다. 굴러다니는 시체들을 툭툭 쳐대며 발걸음을 옮겼다. 도우마의 신발 끝에 피 웅덩이가 걸렸다.

그의 발걸음은 참상이 일어날 동안 미동조차 없던 미츠키에게로 향했다.

 

 

" 미츠키 쨩, 일어나 있는 거 알고 있어~ 이제 일어나도 돼. "

" ... "

 

 

미츠키의 앞에 선 도우마가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보았다.

아까의 험악함이 사라진 다정한 목소리로 미츠키를 부르며 그녀를 기다렸다. 도우마의 말에 미츠키가 감고 있던 눈을 뜨면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비척거리며 일어나는 모습은 어딘가 불편해 보였다.

미츠키는 자신의 앞에 일어난 참상을 보고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저 조용히 입을 다물고 텅 비어버린 눈동자로 주변을 살펴볼 뿐이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가족의 인원수를 확인하고 있었다.

미츠키는 모든 걸 눈여겨본 뒤 여기저기 피가 난무한 공간 속에서 눈물을 흘렸다.

도우마는 그 모습을 보고 미츠키의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 눈물을 보며 속상하다거나 분노가 일어나는 게 아니라 단순히 미츠키의 우는 모습을 보며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 돌아가자, 미츠키 쨩. "

" ... "

" 챙길 게 있으면 챙기는 게 좋을 거야. "

" ... 아니요, 제 물건은 아무것도 없어요. "

 

 

돌아가자고 이야기하던 도우마는 미츠키에게 물건을 챙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츠키는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 이곳에 자신의 물건은 아무것도 없다고 답했다. 그렇게 도우마는 미츠키를 데리고서 만세극락교로 돌아왔다.

그는 그녀를 완전히 만세극락교에서 살게 해주었다.

미츠키는 만세극락교에서 지내면서 도우마와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그날 이후로 도우마는 신도들의 하소연을 들을 때면 항상 습관적으로 미츠키를 찾았다.

그녀의 무릎을 베고서 누워있는 게 일상이 될 정도였다.

미츠키는 자신의 무릎에 누워있는 도우마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며 그를 위해 울어주었다. 한 날은 도우마가 시간이 지날수록 피폐해지고 힘들어하는 미츠키를 보며 권유했다.

 

 

" 미츠키 쨩, 미츠키 쨩도 나와 함께하지 않겠어? 우선 혈귀가 되면 말이야. "

" ... 생각해 볼게요. "

" 오래 살 수 있어. "

" 아직까지는 인간으로 있고 싶지만, 끝에는 당신과 함께 하고 싶어요. "

" ... 알았어, 기다릴게~ "

 

 

혈귀가 되지 않겠냐는 도우마의 권유에 미츠키는 생각해 보겠다고만 말했다.

아직은 인간으로 있고 싶다는 이유와 결국 그 권유를 받아들이겠다는 단호함과 함께. 미츠키의 말에 도우마는 당장이라도 그녀를 혈귀로 만들고 싶었지만 참았다.

자신은 미츠키를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며칠 뒤 도우마가 미츠키를 보며 물어보았다.

 

 

" 미츠키 쨩, 생각해 봤어? "

" ... 네, 당신과 함께 할래요. 미련이 없어졌어요. "

" 그래. 잘 생각했어. 우선 준비할 게 많으니까~ "

 

 

도우마의 질문에 미츠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게 미츠키는 도우마의 아래로 들어가는 혈귀가 되었다. 혈귀가 되었을 때는 기억을 잃고, 이성도 잃어서 마구잡이로 인간을 공격하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미츠키는 그러지 않았다.

도우마가 미츠키를 위해 그녀가 빠르게 이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자 했었다. 미츠키가 혈귀가 되었을 때, 그녀가 잡을 인간을 잔뜩 구해뒀었다.

그런데 미츠키가 단번에 이성을 유지해버리자 신기하다는 듯 그녀를 보았다.

도우마는 신기하다는 듯 양손으로 미츠키의 뺨을 감싸면서 중얼거렸다. 

 

 

" 어떻게 이럴 수 있지? "

" ?? "

" 조금 더 진화한 건가? 아니면 미츠키 쨩이 특이한 걸까? "

" 네...? "

" 미츠키 쨩,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무슨 느낌이 들어? "

 

 

도우마는 계속해서 미츠키에게 물어보았다.

도우마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봐왔던 모든 혈귀들은 하나같이 이성을 잃고 흥분해서 날뛰는 모습뿐이었다.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은 우스울 정도로 인간을 죽이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던 게 혈귀였다. 

하지만 정작 미츠키는 아무런 피해도, 공격도 없이 이성을 되찾았다.

그 결과 탓인지 무잔도 미츠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푸른 피안화나 해를 이기는 혈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른 혈귀와는 명백하게 다른 상태였다.

이후로 가끔씩 무잔의 성과 만세극락교를 오갔다.

어떻게 이성을 바로 유지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확인을 위해서였다.

그렇게 도우마와 미츠키는 같은 혈귀가 되어 평생을 함께할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하소연하는 신도들에 의해 도우마가 힘들어하면 미츠키가 위로해 주는 건 여전했다.

 

 

" 미츠키 쨩, 오늘분 식사가 왔어. "

" ... 고마워요. "

" 뭘~ 미츠키 쨩을 위해서인데. "

 

 

미츠키는 혈귀면서 이상할 정도로 인간을 공격하지 못했기 때문에 도우마가 인간의 피를 구해와서 그녀에게 전해주는 것으로 연명하고 있었다.

인간을 공격하지 못하는 미츠키였기에 혈귀치고는 많이 약한 편이었다.

그렇기에 도우마가 매번 피를 입에 머금고 미츠키의 입에 입을 맞추며 피를 넘겨주는 수밖에 없었다. 미츠키는 익숙한 듯 도우마의 어깨에 팔을 올린 채 걸치고, 도우마는 미츠키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쪽쪽 입을 맞추다가 입안에 머금고 있던 피를 넘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