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차일드 타입

[HL/드림/240212] 악세사리

나비의 보관함 2025. 2. 6. 01:15


아스타리온은 우연찮게 올리비아에게 치장용 액세서리가 적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떻게 알게 되었는가 하니, 그 이유는 단순했다. 파티나 일상에서 착용하는 액세서리가 비슷하게 돌아가며 착용하고 있다는 걸 보고 말았으니까. 

아스타리온은 그래서 자신의 시간을 쪼개 올리비아를 위한 시간을 만들었다. 

그 쉬는 날에 맞춰 자르 저택에서 자주 이용하는 주얼리 샵을 불러오기로 했다. 아스타리온은 샵주가 오자 바로 올리비아의 방으로 향했다. 

문을 똑똑 두드리니 안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 잠시만. "

" 흠... "

 

 

굳게 닫힌 문 앞에서 아스타리온과 주얼리 샵 주인은 하염없이 기다렸다. 

기다리는 시간이 5분이 되고, 10분이 지나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 길어지는 시간 속에서 문이 열릴 생각을 하지 않으니 갑갑했던 아스타리온이 그냥 문을 열어버렸다. 올리비아는 별다른 것 없이 의자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 

사실 그것도 작품 구상을 하기 위해 읽는 것이었지만.

뒤늦게 찬바람이 들어오는 것에 고개를 든 올리비아는 자신의 앞에 있는 아스타리온과 그 곁에 있는 처음 보는 사람에 흠칫 놀랐다. 

 

 

" 무, 무슨 일이야? "

" 치장용 액세서리가 몇 없는 것 같아 내가 선물해 주기 위해서 왔어. 특별히 오늘 하루 시간을 비우기도 했지. "

" 어? 아, 아니 굳이... "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는 올리비아의 말에 아스타리온이 설명해 주었다. 

말을 끝낸 후 올리비아의 말을 전부 듣기도 전에 손뼉을 쳤다. 그러자 아스타리온의 뒤에 있던 주얼리 샵의 주인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자신이 들고 온 액세서리들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올리비아는 갑자기 자신의 눈앞이 반짝거리자 인상을 찡그렸다. 

화려하고 반짝거리는 보석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액세서리들이 나열되자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올리비아가 보고 있던 책을 덮고 다급하게 일어났다. 아스타리온은 문을 두들길 때는 열어주지 않던 그녀가 당황해하며 자신의 팔을 붙잡아 오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 아스타리온, 나는 치장을 좋아하는 게 아니니 딱히 필요 없어. "

" 아니, 저택의 안주인이 치장을 안 해서야 쓰겠어? 귀족은 겉치장으로 모든 인상을 정한다는 걸 너도 알 텐데. "

" 읏... "

 

 

몰아붙이듯 이어지는 아스타리온의 말에 올리비아가 입을 꾹 다물어버렸다. 

아스타리온의 말에 올리비아가 고개를 홱 돌려버리는데 그 모습을 보던 아스타리온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던 주얼리 샵 주인만 심장이 벌렁거릴 뿐이었다. 

아스타리온은 결국 고르지 않는 올리비아를 대신해 자신이 고르기 시작했다. 

붉은 루비가 박힌 귀걸이를 꺼내 올리비아의 귓가에 대고서 말했다. 

 

 

" 올리비아, 잘 어울린다. "

" ... "

" 흠... 붉은색도 어울리지만 푸른색도 잘 받는데. "

 

 

칭찬이 이어졌지만, 아스타리온의 말에 기분 상했던 올리비아는 끝까지 그를 상대하지 않았다. 올리비아의 태도에 아스타리온이 콧방귀를 뀌곤 등을 돌려 구경에 나섰다. 마치 그의 태도가 너는 그러고 있어라, 난 내 할일 한다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이번에는 푸른 다이아가 박힌 목걸이를 꺼내 보았다. 

고민하던 아스타리온이 다시 올리비아에게 보이고, 그걸 여러 번 반복했다. 

그러는 내내 올리비아는 한 번도 반응을 해주지 않았다. 그녀의 태도에 아스타리온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등을 돌려 샵주를 보며 진열된 액세서리 처음부터 끝까지 가리키며 말했다. 

 

 

"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

" 헉...!! 예, 예! "

" 아, 아스타리온...?! "

" 전부 결제하도록. "

 

 

전부 결제하라는 아스타리온의 결정에 화들짝 놀란 올리비아가 뒤늦게 아스타리온을 붙잡으며 그렇게까지 필요 없다고 다급하게 말했다. 

올리비아가 아스타리온을 말려보려고 해도 그는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 

아스타리온은 힐끗 진지한 표정으로 올리비아를 보며 말했다. 

 

 

" 지금 이걸 받겠어? 아니면 이대로 또 시장에 나가서 직접 돌아다니며 고르겠어? "

" ... 하. "

" 어쩔거야? "

 

 

아스타리온의 견고한 말에 올리비아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댔다. 

눈동자를 굴리며 고민하다가 한숨을 푹 쉬었다. 올리비아가 결심했다는 듯 결국 여기까지만 하겠다고 말했다. 

 

 

" 여기까지만 할래. "

 

 

굳이 밖으로 나가서 일일이 시장을 돌아다니며 액세서리를 고를 시간 따위 없었다. 올리비아에겐 차라리 그 시간에 자료를 더 보고 작품 구상을 하는 게 나았다. 

올리비아의 결정에 아스타리온은 피식 웃으며 올리비아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고생했다고 하더니 샵주를 보며 그렇게 달라고 했다. 

두 사람 사이에 끼여 거의 울상이었던 샵주는 방긋 웃으면서 거래를 시작했다. 아스타리온이 결제하고 있는 사이 올리비아는 보석 중에 유독 갈색빛 사이 붉은빛이 감도는 게 눈에 띄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석을 들여다보는 순간 영감이 팍 떠올랐다. 

 

 

" ...!! "

" 이런, 사모님께서 영감이 떠오르신 모양이네요. "

" 그런 모양이군. "

 

 

올리비아는 곧바로 캔버스 앞에 앉아 작업하기 시작했다. 

아스타리온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팔짱을 끼고서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