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차일드 타입

[HL/드림/231128] 이해하기 위해

나비의 보관함 2025. 2. 4. 03:19



아리는 길을 지나가다가 처음으로 마주친 남자에게 한눈에 반하고 말았다.

스쳐 지나가는 마사토의 깔끔한 모습과 그가 지나가면서 내뿜어 오는 향기에 반해버리고 말았다. 완전히 첫눈에 반해버린 아리는 자신도 모르게 멍하니 마사토를 따라가게 되었다. 그가 도착한 곳은 도쿄 도청의 건물이었다.

아리는 단정한 정장 슈트를 입고 깔끔하게 머리를 정리한 마사토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가 누군지 알아보기 위해 이리저리 알아보고 다니다가 마사토가 도쿄도지사인 아오키 료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아리는 대학을 졸업과 동시에 도쿄도청의 직원으로 서류를 넣었다. 운 좋게도 도청의 인턴으로 뽑혔다.

비록 인턴에 불과했지만, 엄연히 뽑혔다는 사실에 아리는 기뻐하면서 매일 출근 준비를 했다 .

아리는 첫 출근 날, 도지사인 마사토. 아니 아오키에게 인사를 건넸다.

 

 

"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인턴 고아리라고 합니다! "

" ... 열심히 하도록 하세요. "

" 네! 도지사님! "

 

 

첫 인사가 도지사로서 건네는 무미건조한 인사였지만, 그래도 아리는 좋았다.

공식적으로 아오키와 아리의 첫 만남이었다. 적어도 아오키에게 있어서는 처음이 맞았다. 다만 아리에게는 첫 만남이 아니었을 뿐. 그날 이후로 아리는 항상 늦잠을 자던 버릇을 고치게 될 정도로 성실하게 출근했고, 엉성하지만 열심히 일하면서 즐겁게 도지사인 아오키를 덕질했다.

일을 하다가 누군가 도지사인 아오키를 험담하기라도 하면 그런 사람 아니라고 속으로 화를 내기도 했다.

물론 겉으로는 상냥하게 웃으며 엿을 먹이기도 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첫 만남 이후로 종종 복도를 지날 때나 출퇴근할 때 마주치는 아오키가 묘하게 자신을 밀어내는 걸 아리가 알아차렸다.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온 회사이기도 했지만, 처음인 사회생활이었기에 매우 낯설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아오키를 생각하며 밝고 활기차게 회사 생활을 하던 아리였다.

하지만 묘하게 아오키가 밀어내고 있다는 걸 알아버리자, 그녀의 밝고 활기찬 기운이 사그라들듯 식어버렸다.

한 번씩 복도를 지나가다가 아오키를 만나기라도 하는 날이면 티가 날 정도로 부끄러워하면서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매번 아오키는 슬쩍 보기만 하면서 시선만 줄 뿐, 답을 해주지 않았다.

그렇게 아오키가 지나가면 푹 기죽어 있던 아리는 더 노력해야겠다며 기운을 차리기 일쑤였다.

그런 아리의 행동이 아오키의 관심을 이끌기도 했다. 신경이 쓰인다는 정도에 그치긴 했지만.

 

 

" 아, 안녕하세요... 아오키 도지사님! "

" ... 인턴... 이라고 했던가, 이름이 마리? "

" 아리입니다! "

" 그래요. 수고하세요. "

 

 

아리는 가끔 아오키가 자신의 이름을 틀려도 자신은 기억해 주고 있어서 괜찮았다.

다음에는 꼭 더 기억하길 바라며 발걸음을 돌렸다. 아리를 보고 있던 아오키는 어린 사람이 자신의 회사에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인턴으로서 나름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물론 가끔 야쿠자들 사이에서도 대담하게 버티고 있는 게 더 신기할 때가 많기도 했다.

하지만 아리의 행동을 보고 있자면 자신을 짝사랑하는 마음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기에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게 더 힘들 정도였다.

마주칠 때마다 보이는 아리의 행동은 너무 티가 나던 탓에 모르기가 어려웠다.

모르는 척해주면서 일상을 보내지만, 대놓고 티가 나는 탓에 아오키도 난감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거기다가 아리는 자신의 타입과는 정반대였고, 마음에 들 정도로 미인인 것도 아닌 데다가 나이가 어려도 너무 한참 어렸다.

그래서 아오키는 아리와의 사이에서 묘한 선을 그었다.

아리가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아오키에게 선물이라며 오렌지 주스를 건넬 때도, 일하는 도중에 만나서 인사를 하더라도 받지 않는 날이 늘어났다. 오히려 더 다가오는 아리를 밀어내기만 했다. 여지는 전혀 주질 않았다.

그런데도 꿋꿋하게 버티며 다가오는 아리가 이상한 여자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리는 아무리 아오키가 자신을 밀어낸다고 해도 버틸 자신이 있었다. 아오키를 덕질하면서 애정을 나누고 그 감정이 치료되었기 때문이었다.

이외에도 아리는 아오키가 밥을 먹는 모습, 누군가와 전화하는 모습, 회장실에 앉아있는 모습, 회의장에서 다 같이 회의하는 모습 등등 다양한 모습을 보면서 행복한 덕질을 이어갔다.

 

 

" ... 그래서... "

" 아오키 도지사 ㄴ... "

" 하하, 그 부분은... "

" ... 어라... 도지사님이 웃고 계시네... "

 

 

애정과 덕질을 이어가던 아리는 우연찮게 아오키의 통화를 엿듣게 되었다.

퇴근을 앞두고서 언제나처럼 아오키에게 자신이 만든 선물을 주면서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가려고 했는데, 아오키가 웃으며 누군가와 통화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오키가 웃는 모습이 워낙 희귀한 모습이었기에 그 모습을 보게 된 아리는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대화하던 도중에 그의 입에서 마스미의 이야기가 나오고, 나오지 말아야 할 동성회와 외조 지폐, 오미 연합 이야기, 거기다가 요코하마까지 도달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걸 아리가 전부 들어버리고 말았다.

아리는 점점 들을수록 너무 놀란 나머지 입을 틀어막을 수밖에 없었다.

너무 놀란 나머지 손끝이 덜덜 떨려왔다. 이제까지 다른 사람들이 모두 아오키를 상대로 그런 사람일 거라고 이야기할 때마다 혼자서 아오키가 그런 사람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그게 아니라는 게 너무 충격적인 탓이었다.

놀란 탓인지 손에 힘이 빠져서 들고 있던 선물을 툭 떨궈버리고 말았다.

 

 

" 흡...! "

" ... 거기 누구 있습니까? "

" ...!!! "

 

 

선물이 바닥에 떨어지자 큰 소리를 냈고, 들켰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아리의 눈이 커졌다.

놀란 눈으로 눈동자를 데굴 굴리다가 안에서 아오키가 밖에 누가 있냐는 물음에 아리는 숨을 쉬는 것조차 하지 못했다. 아오키의 주변에 항상 야쿠자처럼 보이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멀쩡히 있었던 아리가 충격에 떨었다.

짐작하고 있는 아오키의 직업이 무서워서도, 자신의 앞에서 아닌 척하며 행세하던 그가 두려워서도 아니었다.

자신이 이제까지 생각해 왔던 아오키가 아니었다는 사실 자체에 충격을 받은 것이었다. 아오키가 나오려고 할 때 아리는 후다닥 달려가 벽 뒤로 숨었다. 아오키는 문을 열고 나와서 주변을 살펴보다가 밖을 내다보았다.

그런데 아무도 없었다. 대신 문 앞에는 누가 두고 갔을 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그걸 본 아오키는 아무런 생각 없이 또 아리가 왔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하지만 왜 평소처럼 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고 문 앞에 두고 간 건지 생각에 잠겼다. 깊히 생각이 이어지려던 찰나 휴대폰 너머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아라카와!! ]

" 아, 네. 받고 있습니다. "

 

 

아오키는 잠시 생각하던 걸 접어두고 바닥에 놓인 선물을 챙겼다.

대화를 이어가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아리는 아오키가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안 그래도 아오키를 덕질하면서 알아가던 중에 이상한 점이 생각보다 많았다.

모르는 척하고 넘어가기엔 너무 많은 양이 이상했다.

도지사를 하는 사람인데 어째서 야쿠자와 이어져 있는 건지, 마스미와도 관련 되어있고, 아오키의 주변에는 항상 야쿠자처럼 생긴 사람들이 가득했다. 그 모든 의심이 이번에 제대로 확증이 되고 말았다.

아리는 아오키에 대해 제대로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가 말했던 요코하마로 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자리에서 곧바로 집으로 돌아간 아리는 며칠간 머물 짐들과 지갑을 챙기고 기차를 타러 갔다. 요코하마행 기차가 들어온다는 알림이 나오면서 기차가 들어왔다.

 

 

[ 요코하마행 기차가 들어옵니다. 요코하마행... ]

" ... "

 

 

기차를 타기 전에 도지사가 있을 법한 건물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보았다.

아리는 잠시 아오키를 생각하다가 이건 사랑을 위해 알아가는 거라면서 기차에 올라탔다. 사랑이라고 생각하니 무겁던 캐리어가 가볍게 느껴졌다. 기차에 올라탄 아리는 창밖을 보면서도 여전히 아오키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