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랑이 수호령과 싸우다 보니 다리를 심하게 다쳤다.
가벼운 찰과상 정도가 아니라 심하게 부러진 정도라서 깁스해야 할 정도였다. 부상을 당하고 곧이어 그의 다리 위로 시퍼런 멍이 생겼고, 통증이 점점 더 심해지는 탓에 병원을 다녀왔었다.
설화는 하랑이 다리에 깁스하고 나타났을 때, 많이 놀랐었다.
하마터면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서 그대로 주저앉고 말 정도였다. 깁스하고 지낸 지 일주일이 지난 상태였는데, 하랑이 설화에게 도와달라고 부탁을 해왔다.
" 설화낭자, 나를 좀 도와주겠소? "
" 네? 어떤 걸 도와드리면 돼요? "
" 혼자 하기가 힘들어 그러오. "
" 휴... 그러게 왜 조심하지 않고 다쳐서 와요. "
" 하하... 미안하게 되었소. 하지만 그건... 으윽! "
설화는 하랑이 도와달라고 하는 게 처음이었기에 흔쾌히 도와주기로 했다.
하랑의 발에 칭칭 감겨있던 붕대를 살살 풀면서 왜 다쳐왔냐고 타박을 주었다. 그러자 하랑이 옅게 웃으면서 답을 해주었다. 다만 뒤에 하지만을 붙이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미안하다는 말 다음에 들려오는 변명 같은 말에 설화가 째릿 하랑을 노려보았다.
입을 꾹 다문 채 붕대가 다 풀린 맨다리를 찰싹 때렸다. 아직 전부 나은 게 아니라서 살짝 치기만 했을 뿐인데 비명이 들려오자 화들짝 놀랐다.
째려보던 날카로운 눈빛에 당황스러움이 번져갔다.
하랑은 설화의 손짓에 바로 심각한 통증이 느껴지자, 자신도 모르게 비명이 나오고 말았다.
" 괘, 괜찮아요? 어떡해... "
" 아... 아프긴 하지만 괜찮네... 으윽... "
" 아... 미안해요, 정말... "
" ... 아니, 안 괜찮네. 으윽! 정말 아파. 죽을 맛이네! "
" 어, 어? "
하랑이 비명을 지르면서 아파하는 모습에 설화는 괜히 미안해졌다.
당황해선 식은땀을 흘리며 하랑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괜찮으냐고 물어보는데 하랑이 힘겹게 어색한 웃음을 짓는 모습을 보였다.
하랑은 미치도록 욱신거려 오는 다리를 붙잡으며 괜히 문질러 보았다.
살짝 닿는 것도 끊어질 듯이 아파져 왔다. 괜찮다고 말하긴 했지만, 여전히 고통이 느껴졌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난 게 있는 모양인지 아니라고, 안 괜찮다며 엄살 부리듯이 외쳤다. 설화는 하랑이 엄살을 부리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렇다고 하기엔 그가 부상자라는 건 기정사실이었기에 정말 아픈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때린 데가 많이 욱신거리오. 그러니 치료 좀 해주시오. "
" 어, 어떻게 해주길 원해요? "
" 흠... 빨리 나으라고 호~ 불어주는 건 어떻소? "
" 네?! "
응석을 부리듯 하랑은 설화에게 치료를 해달라고 했다.
오히려 그의 말에 설화는 괜찮다고 했다가 안 괜찮다고 말하는 하랑의 말에 당황스럽기만 했다. 어떻게 해주길 원하냐고 물었고, 하랑은 그에 대해 대답했다.
바람이라도 불어 달라는 말에 설화는 하랑이 지금 응석을 부리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멈추라고 할 생각은 없었다. 그의 응석이 흔한 일인 것도 아닐뿐더러,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해주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자신이 때린 게 있다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들어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였다.
설화가 고개를 살짝 숙인 뒤 다리에 호, 짧게 바람을 불어주었다. 그런 뒤 물에 적신 수건으로 붕대를 감았던 다리를 닦아주었다. 부러진 상태의 다리인지라 이대로 씻을 수가 없어서 물수건으로 닦을 수밖에 없었다.
물로 적신 뒤 마른 수건으로 물기까지 닦아주고 깨끗한 새 붕대를 꺼냈다.
" 윽, 으! "
" ... "
" 하아... 흐억!? "
" ... "
" 우윽...!! "
새 붕대로 천천히 아프지 않게 감아주기 시작하자 하랑이 움찔거렸다.
아주 살짝 닿았을 뿐인데도 그는 신음을 흘리며 힘들어하고 있었다. 하랑이 신음을 낼 때마다 자연스레 설화의 몸도 같이 움찔거렸다.
그러다가 설화가 손을 삐끗해 버리는 바람에 다리를 툭 쳐버렸다.
이제까지 낸 소리가 가짜였다고 한다면 이번에 낸 신음은 진심이었다. 하랑은 계속 욱신거리는 통증에 부들부들 떨었다. 괜찮다고 말하기 위해 설화에게로 시선을 주었다.
하랑은 눈에 들어온 설화의 표정에 살짝 놀라고 말았다.
설화는 거의 울상이 되어버린 얼굴로 고개를 들고 하랑을 보고 있었다. 붕대를 들고 있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하랑이 자꾸 신음을 내면서 비명을 지르니까 겁에 질린 것이었다.
" 하, 하랑... "
" 괘... 괜찮으니 어서 마저 해주게나! 정말 괜찮다네! "
" 우읏... 후... 처, 천천히 해볼게요. "
" 그래. 천천히 하도록 하세나. "
하랑은 자신이 너무 엄살 피우고 응석을 부렸나 싶어서 황급히 말했다.
설화는 자신의 손이 너무 떨리고 있다는 생각에 묵직한 한숨을 푹 내쉰 뒤에 진정하고 다시 붕대를 감기 시작했다.
아프지 않지만, 뼈가 지탱될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하게 감으면서 속으로 되뇌었다.
빨리 나아라, 빨리 나아라. 마치 소원을 빌 듯이 중얼거렸다. 설화가 집중하는 모습에 하랑은 피식 웃으면서 그 모습마저 단아하고 곱다고 생각했다.
설화가 붕대를 다 감자 기쁘다는 듯이 손뼉을 쳤다.
설화가 기뻐하는 모습에 하랑은 잘했다면서 설화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를 껴안았다. 설화는 갑작스럽게 안아오는 하랑의 행동에 당황했지만, 이내 그의 품으로 안겨있다가 같이 안아주었다. 포옹이 끝나자 서로 떨어졌다.
하랑이 일어나고 설화가 일어나려는 순간 그녀가 중심을 못 잡고 비틀거렸다.
쿠당탕
" 괘, 괜찮아요?! "
" 윽... 하하하! 하하하하! 괜찮네, 괜찮아. "
" 안 괜찮은 거 같은데... "
" 하하하! 정말 괜... 윽, 찮네! "
" 지금, 이 상황에서 웃음이 나와요? 정말! "
설화가 비틀거리는 순간 하랑이 붙잡겠다고 팔을 뻗었는데, 그대로 두 사람이 같이 넘어졌다. 큰 소리를 내가며 넘어졌지만, 설화는 자신이 다치지 않았다는 걸 알아차렸다.
슬쩍 눈을 뜨고 나서야 하랑이 자신을 지켜주었다는 걸 깨달았다.
다행히도 하랑이 넘어지는 설화를 안으면서 몸을 돌려 바닥에 가장 먼저 닿은 사람은 하랑이었다. 설화는 하랑의 품에 안겨져 다친 곳이 없었다. 하지만 하랑이 넘어지면서 발을 잘못 짚어버리는 바람에 붕대를 감았던 쪽이 엄청나게 욱신거려 오기 시작했다.
설화는 당황해서 다리 괜찮냐고 물어보는데, 하랑은 그저 웃기만 했다.
그는 그저 자신이 설화를 구했다는 생각에 웃음 밖에 나오질 않았다. 여전히 다리에 통증이 눈물이 나올 정도로 심하게 느껴졌고, 아팠지만 멀쩡한 설화의 모습을 보니 웃음만 나왔다.
웃음이 나오냐고 타박을 주는 설화의 말에도 하랑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줄리아 차일드 타입' 카테고리의 다른 글
[HL/드림/231128] 이해하기 위해 (0) | 2025.02.04 |
---|---|
[BL/1차cp/231124] 있을 수 없는 일 (0) | 2025.02.04 |
[HL/자컾/231112] 겨울에 피는 꽃 (0) | 2025.02.04 |
[BL/자컾/230822] 화이트 레이디 (0) | 2025.02.03 |
[BL/1차cp/230726] 콩깍지 (0) | 2025.0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