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브라함 타입

[HL/드림/240119] 썰커미1

나비의 보관함 2025. 2. 5. 05:01

※썰이라 음슴체 주의※

 

일반

 

메나카가 죽을 위기에 처했던 라티샤를 구하게 되면서 부탁할 사람이 얼마 없었던 그녀가 라티샤를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은 마카라 뿐이었음. 그렇게 라티샤는 마카라에게 맡겨지게 되는데, 마카라는 메나카의 부탁이라는 이유로 전투기술만 알려주려고 했음. 원래 어머니인 메나카처럼 온화하고 이타적이었던 라티샤가 성격이 변하는 건 순식간이었음. 마카라 밑에서 자라나게 되면서 차갑게 변해버림. 그런 와중에 점점 커가는데 마카라가 라티샤를 구했다는 이유 하나로 간다르바가 화풀이함. 그때문에 마카라는 라크샤사를 처음부터 키우다시피 하게 됨. 라티샤를 철처히 자신의 스타일대로 혹독하게 훈련시킴. 라티샤는 그 혹독한 훈련이 처음에는 버티기 힘들고 어머니도 보고 싶고, 아버지도 보고 싶었지만, 꾹 참고 견뎌야 했음. 마카라 몰래 밤마다 울고 지새우는 밤이 수없이 많았음. 마치 밤하늘의 별이 수 놓이듯 라티샤가 남몰래 우는 시간도 점점 늘어나기 시작함. 시간이 지날수록 라티샤는 점점 그 고된 훈련을 익숙하게 여기게 됨. 이제는 눈물을 삼켜낼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한 거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괜찮은 건 또 아니었음. 라티샤의 속은 이미 문드러질 대로 문드러진 상태였지. 그나마 그녀가 버틸 수 있었던 건 마카라를 향한 특별한 감정 때문이었어. 그게 아니었더라면 아마 라티샤가 버티기엔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해. 눈물로 베갯잎을 적신 적도 많았고, 남몰래 눈물을 훔치던 날도 많았어. 강단 있게 버틸 수 있었던 건 정말 하나뿐이었지. 훈련이 얼마나 힘들었냐면 그 훈련의 강도 때문에 밥도 굶고 바로 기절 잠을 자버릴 정도였어. 그래도 괜찮았어. 라티샤의 곁에는 마카라가 있었으니까까. 마치 영원히 함께 할 것처럼 언제나 곁에 있었어. 그래서 라티샤가 버틸 수 있었지. 성인이 되고 나서는 밤새 찾았지만 오지 않았던 어머니라던가 아버지는 떠올리지도 않았어. 라티샤는 성인이 되고 깨달았거든.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건 스스로뿐이라는 걸 깨닫고 말았어. 메나카가 구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마카라가 구해주는 것도 아니었어.

 

 

라티샤의 성장이 수억 년간 발전이 없었음. 그동안 그 혹독한 수련을 견디고 견뎠는데, 돌아오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 라티샤도 버티기 힘들어하고 있을 때였지. 하필 그때 자신을 이렇게까지 힘들게 했던 간다르바와 자신의 어머니인 메나카가 결혼을 올리게 되자 라티샤의 정신력은 탈탈 털리는 거지.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마카라가 보다 못해 결정을 내리게 됨. 왜냐면 간다르바의 압박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하루빨리 라티샤가 5단계로 성장해야만 했기 때문이었지. 라티샤 본인도 빠른 성장을 바라고 있겠지만, 누구보다 라티샤의 성장을 바라는 건 마카라 역시 마찬가지였음. 그래서 큰 결심을 하게 됨. 라티샤에게 정신계 초월기를 걸고 꿈속으로 들어가기로 함. 라티샤는 자신이 5단계로 성장할 수만 있다면 뭐든 괜찮다고 했음. 그녀 또한 수억 년간 혹독한 수련을 견뎠음에도 불구하고 성장하는 게 없으니 답답하게 느껴지긴 매한가지였으니까. 그래서 결국 마카라가 초월기를 쓰고 라티샤의 꿈속으로 들어감. 의견은 마카라가 냈지만, 가장 원하는 사람은 라티샤였지. 그런데 꿈속으로 들어온 마카라는 조금 당황스러웠음. 그녀가 원하는 대로 구현된 꿈속으로 들어왔지만, 자신의 모습은 한낱 인간에 불과했음. 그 꿈속에서도 라티샤는 마카라의 곁에 있었고, 여전히 사제지간이었지. 다만 다른 게 있다면 그건 바로 태도였음. 현실에서는 그런 적 없었지만, 꿈에서는 연인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고 있었어. 그 점에서 마카라는 조금 혼란이 오겠지. 그간 함께 지내면서 라티샤가 자신을 그런 눈으로 보고, 이런 마음을 품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마카라는 그 마음을 받아줄 의향 따윈 전혀 없었어. 라티샤에게서 가끔씩 메나카의 모습을 엿보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두 사람이 닮았다고 생각해서였고 특별한 감정이 있어선 아니었지. 그래도 여긴 꿈이었으니까 라티샤의 5단계 성장을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꿈에 맞춰주기로 했지. 평소보다 조금은 유한 모습을 보이며 연기를 할 거야. 그러면서 속으로는 힘겨워하겠지. 연애 감정으로 본 적 없던 사람을 연애적으로 대하려니 힘들 거야.

 

그래도 힘내려고 하겠지. 마카라는 누구보다 간절하니까. 하루가 이렇게 길었던가, 생각이 들 정도로 유난히 길게 느껴졌어. 현실에서보다 비교적 수월하게 수련하는 라티샤의 모습을 보며 곁에서 천천히 하라고 말하기도 했어. 속으로는 저렇게 해서 어느 세월에 강해지겠다고 하는 건지.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해맑게 웃고 있는 라티샤를 보니 생각이 멈추기도 했어. 현실에서는 라티샤가 저렇게 해맑게 웃었던 적이 있던가, 생각에 잠길 거야. 너무 깊게 잠긴 탓인지 곁에서 라티샤가 계속 불러보지만, 마카라는 답을 주지 못했지. 뒤늦게 정신을 차린 마카라가 왜? 무슨 일이라도 있냐는 듯 물어보자, 라티샤는 고개를 저으면서 그냥, 오늘따라 유독 평소랑 다른 것 같다고 말하자 마카라는 아차 싶었겠지. 연기를 해야 하는 건 자신인데 그걸 깜빡할 정도였으니까. 마카라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연기에 다시 집중할 거야. 훈련은 이제 쉬고 같이 밥이나 먹을까? 밥 한 끼 하자는 말에 라티샤가 수줍게 웃으며 그러자고 답할 거야. 마카라는 꿈으로 들어와 라티샤의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보겠지. 이런 모습도 있구나, 라고, 생각하면서도 라티샤의 성장을 위한 방법을 모색해 볼 거야. 점점 시간은 지나가는데 마카라는 성장할 방법을 찾지 못하겠지. 밥을 먹고 잠시 외출하고, 라티샤와 강가에서 잠시 놀고, 다시 수련할 때까지도 찾지 못했어. 마카라는 라티샤와 함께하는 내내 생각에 잠겨 뭘 할 수 없었지. 종일 생각에 잠겨 있었으니까. 그런 마카라의 모습이 평소랑 너무나도 다른 것 같아서 라티샤는 걱정이 되었어. 가끔 보이는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낯설고 이질적이라고 느끼겠지. 직감적으로 자신이 아는 마카라와는 전혀 다른 마카라라고 판단이 될 정도로. 하지만 그걸 대놓고 물어보기엔 용기가 나질 않았어. 잘못 말했다가 정말 그가 자신이 아는 마카라가 아니면 어쩌지? 싶은 마음이 가장 컸지. 무엇보다 이 평화로운 일상을 깨고 싶은 마음은 하나도 없었으니까. 그래서 라티샤는 하고 싶은 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입을 꾹 다물 거야.

 

마카라가 꿈속에서 방법을 찾는 데만 하루의 반을 보냈겠지. 그렇게 저녁이 되고 나서야 포기해야 하는 건가, 생각하고 있었어. 그런데 그 찰나 라티샤가 말을 걸어올 거야. 잠시 시간이 되냐는 말에 마카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괜찮다고, 유한 모습으로 연기하겠지. 그 모습에 라티샤는 평소에 자신이 알고 있던 그가 맞다고 생각해 용기를 낼 거야. 자신이 그동안 담아왔던 작았던 마음을. 점점 커져가는 이 감정을 말하겠지. 마카라는 뜸을 들이며 말하지 않는 라티샤의 얼굴을 볼 거야. 그런데 그녀의 표정에 점점 홍조가 드리우고 수줍은 느낌이 가득 차오르는 걸 보고 단번에 표정이 굳어버리겠지. 마카라는 저 표정을 본 적 있었어. 메나카가 간다르바를 바라보던 그 표정이었지. 대화를 통해 간다르바를 개과천선 시키려고 하면서도 그를 바라보던 그 표정이 마치 무엇이라도 내줄 수 있는 듯한 표정이었지. 마카라는 그 표정을 보고 사랑이라는 걸 알아차려 버렸어. 고백하려고 하는 라티샤의 앞에서 마카라는 자신의 본모습으로 돌아가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할 거야. 헛된 꿈을 꾸지 말라고. 네가 가진 그 감정은 그저 꿈일 뿐이니 네가 가지기만 하라고. 자신에게 줄 생각을 하지 말라며 초월기로 행성을 초토화 시켜버릴 거야. 라티샤는 아직 고백하기도 전이었는데 갑자기 변해버린 마카라의 모습이 당황스럽겠지. 하루 같이 있으면서 느꼈던 것들이 전부 사실이었어. 자신이 느꼈던 그 감정 말이야. 마카라가 자신이 알던 마카라가 아니라는 거. 그걸 생각하기도 전에 그의 초월기로 인해 행성이 망해가는 걸 지켜봐야만 했어. 하지 말라고 말릴 수도 없었지. 지금의 자신은 그걸 말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으니까. 자신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한 것들이 점점 무너져 내리는데 지킬 힘이 없다는 건 정말 비참하고 원통한 일이지. 주변의 일 때문에 고백할 생각이 싹 사라질 거야. 그리고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겠지. 그러지 말았어야 했나, 마카라를 향한 마음은 자신이 간직하고 있어야만 했던가. 그랬더라면 자신의 세상이 망하진 않았을 테니까.

 

무너지는 꿈속에서 라티샤는 결국 원망의 눈빛으로 마카라를 노려볼 거야. 자신의 감정을 받아주지 않은 것은 괜찮았어, 정말로. 하지만 받아주지 않는 것에 그치지 않고 헛된 꿈을 꾸지 말라며 행성을 부수는 그의 행동에 분노를 느꼈지. 모든 게 다 무너져가고 그 잔재만 남은 곳에 있는 사람은 마카라와 라티샤, 단둘뿐이었어. 라티샤는 주저앉은 채 고개를 숙이고 파르르 떨었어. 자신이 무엇을 잘 못 한 건가, 생각에 잠기겠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한 거라고는 마카라를 향해 감정을 품었다는 것뿐이었어. 그게 그리 큰 죄가 되려나. 사실 라티샤는 자신의 태어난 의미와 존재해도 되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진 채 살아왔기에 자신을 키워준 마카라가 이렇게까지 자신을 거절하니 쌓였던 것들이 터진 거지. 라티샤는 마카라를 원망의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할 거야. 이제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흰자위에 핏발이 잔뜩 선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하는데 라티샤의 표정은 모든 걸 내려놓은 사람 같았지. 살아도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듯. 그때 라티샤가 5단계로 성장할 거야. 마카라는 그 모습을 보고 속으로 쾌재를 부르겠지. 드디어 수억 년간 성장하지 못했던 라티샤가 성장했다며 기뻐하기도 이전에 그 이유가 조금 씁쓸했지. 성장의 열쇠가 바로 감정을 버리는 것이었으니까. 그래도 마카라는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할 거야. 자신을 향한 감정을 가져봤자 힘든 건 라티샤라고 생각할 테지. 자신은 라티샤에게 좋은 감정을 줄 수 없으니까. 라티샤 혼자만 좋아해봤자 좋을 건 없다는 걸 마카라도 너무 잘 알고 있었어. 그래서 더욱 냉정하게 대한 것도 없잖아 있었지. 라티샤가 성장하게 되면서 마카라는 라티샤의 꿈속에서 빠져나올 거야. 하지만 현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건 평소와 달라진 게 없던 라티샤였어. 마카라는 현실로 나가면 감정을 거절한 자신을 라티샤가 떠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그게 아니라면 많이 어색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막상 나오니 라티샤는 평소와 똑같아서 오히려 마카라를 당황하게 했지.

 

 

라티샤는 자신이 한때 마카라를 사랑했다는 사실을 강하게 부정했어. 마카라를 향해 품었던 그 마음이 어렸을 때의 치기라고 생각할 거야. 어렸으니까 함께 있던 마카라를 향해 마음을 품었다며 스스로를 달래기도 하겠지. 이제는 마음을 접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벗어난 것도 아니었어. 질척한 미련과 바보 같은 애증 그리고 사랑하지 못한다는 동정, 여러 감정이 섞인 상태겠지. 라티샤가 부정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마카라의 첫사랑이 자신의 어머니인 메나카였다는 걸 알게 된 이후였지. 물론 정작 마카라는 자신이 메나카를 짝사랑하고 있다는 걸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곁에서 항상 지켜보던 라티샤는 알고 있었어. 그도 그럴 게 어릴 적부터 함께 지내면서 그의 손에 컸으니 모를 수가 없었지. 마카라의 곁에 있던 건 메나카가 아니라 라티샤였어. 하지만 마카라의 감정은 여전히 메나카를 향해 있었지. 라티샤는 마카라보다 더 빠르게 눈치채고 있었고, 더 나아가 그가 자신을 메나카의 대체품으로 여기고 있다고 생각까지 할 정도였어. 그게 아니라면 성장하기 전에 함께 할 때마다 마카라가 자신을 보던 눈빛이 설명되지 않았을 정도니까. 가끔 마카라가 자신을 통해 메나카를 보고 있다는 건 눈치 없는 사람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였어. 라티샤는 지금의 감정을 무어라 정의 내릴 순 없었지만, 하나만큼은 알겠지. 라티샤는 지금까지도 마카라를 원망하고 있었어. 그리고 가끔 그리워했지. 생활하다가 문득 어릴 때의 추억이 담긴 물건을 발견하거나 비슷한 장소를 발견하면 그 추억에 힘들어할 때도 있었어. 그만큼 라티샤는 마카라를 사랑했고, 또 사랑했어. 그래서 시간이 지나도 아직까지 힘들어하고 있는 거겠지. 심정 같아선 마카라를 보고 물어보고 싶었어. 왜 자신은 안 되느냐고. 무엇이 모자라서, 뭐가 부족해서. 이미 결혼까지 한 여자가 아니라 당신만 바라보는 나는 안 됐던 이유가 뭐냐고. 하지만 지금 와서 그걸 물어본다고 해서 자신의 기분과 감정이 풀릴 리 없다는 걸 라티샤는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지.

 

 

대변동이 일어났던 당시 대피 구역으로 피난 간 라티샤와 간다르바족. 그런데 피난 갔다는 소식이라도 들은 모양인지 타라카족에게 급습을 당하게게 되었다.라티샤는 자신을 배척하고 의절했으며 힘들게 했던 간다르바족을 책임지고 싶지 않았으나 자신도 살아야 했기에 결국 무기를 들겠지. 인간형인 채로 남아있는 간다르바족을 지키며 싸우기 시작할 거야. 그나마 다행인 건 5단계로 성장해서인지 초반에는 그리 힘들지 않았어. 무난하게 쓰러트리며 방어할 수 있었지. 그런데 틈을 노린 타라카족 중 한 녀석에게 부상을 당하고 말 거야. 하지만 그 공격에도 라티샤는 버틸 거고, 계속 방어와 공격을 번갈아 가며 간다르바족을 지키겠지. 점점 매서워지는 공격에 조금씩 공격을 허락하게 될 거야. 그러다 라티샤는 치명상을 입고 말겠지. 그 치명상이 컸던 모양일까, 얼마 못가 라티샤가 쓰러지게 될 거고, 방어하고 있던 라티샤를 넘어 간다르바족을 노리는 녀석들이 생기겠지. 간다르바족은 라티샤의 뒤에서 겁을 먹고 떨기만 하다가 타라카족이 들어오자,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되어 도망 다니기 바쁠 거야. 그 누구도 먼저 나서서 타라카족을 물리치고 라티샤를 도와줄 사람은 전혀 없었지. 라티샤는 상처를 입었던 부분을 막으며 계속 전투를 이어갈 거야. 자신이 왜 저들을 지켜줘야 하는지도 의문이었지. 치명상을 입은 부상으로 인해 너무 많은 피가 흘러 나간 탓일까, 라티샤의 눈앞이 흐려지기 시작하겠지. 이제는 타라카족의 공격을 흘려보내는 게 최선이었어. 그 공격조차 제대로 흘려내지 못하고 비틀거리기까지 했지. 간다르바족은 살려달라며 비명을 지르고 아우성쳤어. 그 소리에 라티샤는 이명까지 들렸지. 살려달라고 비는 목소리와 도망치라는 말, 타라카족이 외치는 괴성까지. 결국 라티샤는 버티고 버티다가 쓰러지고 말 거야. 자신의 마지막이 이렇게 비참하고 외롭다니, 라티샤는 울컥 서러운 감정이 들 거야. 조금만 더 노력했다면 뭔가 달라졌을까. 쓰러져서 눈이 점점 감기는 와중에도 라티샤는 누군가를 떠올리겠지. 그 사람은 바로 마카라였어. 메나카도 아니고 아버지도 아니었지.

 

 

IF 만약에, 라티샤가 타라카족의 급습 때 마카라에 의해 구해지고 아수라족으로 피신하게 된다면, 그녀는 분명 마카라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겠지. 그렇게 자신을 밀어내고 거절했던 장본인이 바로 마카라였는데, 자신을 구한 것도 모자라 생활할 수 있도록  아수라족으로피신시켜 주기까지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을 거야. 타라카족과의 전투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을 때 마치 구세주처럼 등장해 자신을 구해주던 모습이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있겠지.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의문이 떠나질 않을 거야. 마카라에겐 자신을 구해야 하는 이유가 전혀 없었으니까. 그가 자신에게 감정을 가졌던가? 아니었어. 그가 자신을 생각해 주던 사람이었나? 아니야, 그는 자신을 통해 메나카를 보던 사람이었지. 구할 이유 따위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어. 마카라가 라티샤를 구한 이유는 메나카의 부탁 때문이었지만 그걸 알 리 없던 라티샤는 계속 마카라가 자신을 구한 이유를 떠올리며 생각하겠지. 이유라도 알고 있어야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을 테니까. 만약, 정말 만약에 그가 자신에게 어떠한 특별한 감정이 있어서 구해준 거라면... 라티샤는 절대 받아주지 않을 거라고 다짐해. 자신을 키워주고 함께 했던 사람이었지만, 동시에 가장 힘들게 하고 아프게 했던 사람이 마카라였으니까. 아수라족과의생활은 그리 크게 힘들진 않았어. 무난했지. 그날 함께 구해졌던 간다르바족 역시  아수라족과무난하게 어울렸어. 하지만 라티샤와는 정작 어울리지 못했지. 라티샤가 간다르바족을 위해 몸을 던져가며 방어를 해주었음에도 그들은 마카라에게 고마움을 전했거든. 라티샤는 사실 간다르바족에게는 크게 거는 희망과 기대가 없었어. 그들이 그럴 것이라는 건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지. 늦은 밤, 라티샤는 멍하니 밤하늘을 보며 생각에 잠길 거야. 구해졌던 날 이후로 꾸준히 생각해도 떠오르는 게 없었으니까. 마카라에게 자신을 구해야만 했던 이유? 그게 뭘까. 아무리 떠올리고 떠올려 봐도 없었어. 그래서 밤하늘을 보던 라티샤는 그냥 그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걸 포기할지 생각할 거야. 그래야 자신이 편할 테니까. 무엇보다 아직도 자신은 마카라를 원망하고 있었어. 그 감정만큼은 지독해서 지워지지 않았지. 목숨을 살려줬음에도 불구하고 그 상처가 너무나도 컸지에 지워지지 않은 것에 가까워. 하루 종일 마카라에 대해 생각만 하고 있었으니  이제 그만 생각해야곘다고 여겼지. 이제 그만 생각할거라며 다짐하는데 라티샤의 뒤에서 마카라가 나타나선 말할 거야. 여기 있었냐고. 마카라의 물음에도 라티샤는 모른 척할 테지. 아예 없는 사람 취급할 거야. 마카라는 그녀의 행동이 당연하다는 듯이 생각하고 옆에 앉았어. 한참 조용해졌다가 마카라가 말을 걸겠지. 궁금한 게 없냐고. 라티샤는 그 말에 잠시 고민할 거야. 물어보면 답이라도 내어줄까. 그러니까 물어볼까, 물어보지 말까. 상당히 고민하다가 나온 말은 겨우 잘 지내고 있었냐는 말이었어. 라티샤는 머릿속에 가득 남아있던 궁금증 사이로 뛰쳐나온 말에 당황했겠지. 원망하고 미워하면서 안부는 대체 왜 물어보는 거람. 그런 라티샤의 모습에 마카라는 변한 게 없다고 생각했어.

 

 

IF, 정말 만약에 두 사람이 현대에 있었더라면.

아마도 두 사람은 미우나 고우나 항상 함께 하던 소꿉친구이지 않았을까. 가장 어릴 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기억나던 때부터 함께 했던 친구. 하지만 마카라가 연상이고 라티샤가 연하겠지. 어릴 적부터 툭하면 넘어지고 잘 다치던 라티샤를 누구보다 챙겼던 건 마카라였어. 마카라와 라티샤는 바로 옆집에 살던 사이라 누구보다 친하게 지냈지. 마카라가 초등학교 입학 할 때면 라티샤는 왜 자신은 가질 못하냐며 울고불고 난리를 피웠을 거야. 그러다 라티샤가 어느 정도 커서 중학교 들어갈 때에는 마카라에게 은근히 들이대지 않았을까. 내가 크면 누가 데려가나~? 마카라 오빠가 데려가야지. 하면서 은근히 장난스레 말하겠지. 그런데 마카라는 정작 라티샤의 엄마인 메나카를 짝사랑하고 있었을 거야. 그 마음을 접는 건 성인이 되고 나서겠지. 자신의 마음이 잘못 되었다는 걸 그때 알아차렸을 테니까. 라티샤의 아버지가 사고를 당하고 얼마 안 돼서 메나카 혼자 라티샤를 키워야 할 상황이 오자 옆집에 있던 마카라의 부모들이 도와주겠지. 그때 유독 마카라와 라티샤가 가까워졌으면 좋겠네. 그러다 1년 뒤에 메나카가 새아빠라며 라티샤에게 간다르바를 소개시켜 줬으면 좋겠다. 라티샤는 새아빠라고 온 간다르바가 마음에 안 들고 간다르바 역시 마음에 안 들었지만, 크게 내색하지 않으려고 하겠지. 메나카의 딸과 사이가 안 좋으면 메나카가 힘들어할 테니까. 그러다 라티샤가 고딩이 되었을 때, 어린 동생이 생길 거야. 샤쿤탈라라는 이름을 가진 어린 동생이 라티샤는 너무 좋았을 거야. 항상 외동이라 외로웠는데 동생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좋겠지. 그래서 매일 마카라와 놀 때면 자랑했을 거야. 그 자랑에 마카라의 마음이 무너져 가는 건 눈치채지도 못하고서. 그러다 라티샤도 중딩 졸업할 때가 되었을 때 마카라의 마음이 누구에게 가 있는 건지 알게 되겠지. 라티샤의 마음도 그때 무너져 내렸을 거야. 자신이 이제까지 마카라의 앞에서 메나카의 이야기와 샤쿤탈라의 이야기를 했을 때 마카라의 마음이 어땠을지 짐작이 가겠지. 중학교 졸업 이후로 라티샤는 마카라를 보지 않으려고 했어. 그에게 미안한 마음과 자신이 가진 감정을 정리하기 위해서였지. 그걸 모르고 있던 마카라는 최근 라티샤가 묘하게 자신을 피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을 거야.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의 등쌀에 못 이겨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마카라와 외출 하려고 하던 라티샤가 현관에서 마주치겠지. 마카라의 모습에 라티샤가 흠칫 놀랐어. 마카라가 인사를 하려고 하니 라티샤가 후다닥 도망을 갈 거야. 그 모습에 울컥 열받은 마카라가 달려가 라티샤를 붙잡겠지. 왜 자꾸 도망가느냐고 물어봐. 라티샤가 눈을 피하다가 짧게 한숨을 내쉬고 고백할 거야. 내가 오빠 좋아해. 그래서 피한 거야. 오빠는 우리 엄마 좋아하잖아. 라티샤의 고백에 놀란 마카라였지만 더 놀란 건 꽁꽁 숨겨왔던 감정을 라티샤가 알고 있기 때문이었지. 마카라가 진정하기도 전에 라티샤가 말할 거야. 그러니까 나 감정 정리 할 거야. 이제 오빠 안 좋아하려고. 그러니까 오빠도 우리 엄마 포기해. 그 말에 라티샤를 붙잡았던 마카라의 손에 힘이 빠지고 그 순간 라티샤가 도망칠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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