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이지만 수 쪽에 뇨타화로 인해 HL변환*
아무것도 모른다고 할 순 없었다. 어린 나이였어도 자신은 똑똑했고, 상대는 순진했으니까.
머리를 조금만 써도 충분히 속이기 쉬웠기에 처음에는 그저 가벼운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미카도는 자기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결혼반지를 만지작거렸다. 자신도 모르게 본연의 미소가 새어 나와 큰일이다. 뺨에 열기가 오른 기분이 들어 손으로 감싸 문질러보았다. 확하고 올라온 열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게 느껴진다. 애써 말할 수 없는 감정에 입만 오물거렸다. 고개를 돌리자 창밖의 상황을 보고 있는 제 남편이 보인다. 남편, 남편... 저 남자를 얻기 위해 어릴 적부터 얼마나 애를 썼던가. 하지만 저 바보는 평생 모르겠지.
" 당신, 아직도 창밖을 보고 있나요?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길래."
'폭풍이 치는 그 밖만 보지 말고 저도 봐줘요.'
"아아, 미카도. 왔어?"
"여기서 뭐 해요?"
'창밖을 봐도 비 오는 거 말고는 딱히 없는데.'
당신을 따라 창밖을 보았지만 언제나 보았던 풍경에 더해지는 변덕스러운 날씨밖에 없었다. 흐리다 못해 우중충해서는 기분 좋았던 사람의 기분마저 다운시키기 딱 좋은 그런 날씨. 그의 시선이 그런 밖을 향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주 불평스러웠지만 차마 말하지 못했다. 입을 열면 속내에 가둬둔 것들이 밀물처럼 쏟아져 나올까 봐서. 바보 같은 당신. 남편은 아마 모를 거다. 자신이 왜 단발을 고집하고 있는지, 왜 항상 제 오른편에만 서는지, 왜 머그잔으로 물이나 커피를 마시지 않는지. 힐끗 보는 시선에는 테루야가 물을 홀짝이며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제 생각은 아닌 것 같은데.
" 테루야 씨?"
'대체 뭘 보는거람...'
"..."
불러보아도 응답이 없다. 그의 허리에 둘렀던 팔을 빼내어도 반응조차 없다. 이 아저씨가... 대체 얼마나 중요한 생각을 저 지저분한 밖을 보면서 하는 거지? 다시 시선을 창밖으로 돌려보았지만 세차게 몰아치는 비바람과 힘없이 흩날리는 나뭇가지와 나뭇잎들이 전부였다. 아, 가끔 지나가는 남모를 아저씨의 속옷 트렁크를 제외하면. 저렇게까지 깊이 생각하는데 계속 건드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걸음을 옮겨 거실에 자리하고 있는 소파에 자리 잡고 앉았다. 그리고는 계속 테루야에게서 시선을 떼어내지 못했다. 멍한 줄만 알았는데 중간중간 목이 타긴 했는지 물을 홀짝거리며 마시는 모습이 보였다.
"별나다니까."
'어쩔 수 없지. 조금 뒤에 말 걸어볼까...'
어쩔 수 없다는 듯 짧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이고 고개를 절레 저어댔다. 시선을 거두고 제 할 일을 찾아 집안일을 하고 있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거두었던 시선을 다시 테루야에게로 돌렸다. 다리가 아프지도 않은지 여태 서 있는 모습에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가자 테루야가 어떤 생각에 잠겼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섬이 두툼하게 나와 있었고, 입술이 습관적으로 자꾸 앞으로 나오고 있었다.
그 모습에 미카도는 웃음을 겨우 참아냈다. 이렇게까지 서서야. 어떤 걸 상상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무엇이 되었든 자신과 관련된 게 분명했다. 그게 아니라면 이 아저씨가 이렇게까지 세우는 건 있을 수 없을 테니까. 자꾸만 새어 나오는 웃음도 잠시 이만 그를 불러야겠다고 생각했다.
"테루야 씨!"
'이제 슬슬 답해줘야 할 텐데.'
"..."
"테루ㅇ, 아저씨, 아저씨!"
"어...?"
'누가 아저씨 아니랄까 봐, 아저씨 말에 반응하는 것 좀 봐. 귀여워.'
몇 번을 연달아 그를 부르자 겨우 반응을 보였다. 창밖만 바라보던 눈동자에 이제서야 제 모습이 담겼다. 흡족한 듯 미소를 지어 답하려다가 뻔히 보이는 그의 모습이 귀여워 보였다. 팔꿈치로 그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다 결혼반지를 만지작거리며 장난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제 말에 시선을 돌려버리는 테루야의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당신 핵폐기물인 거 알죠?"
'하지만 그런 당신이어도 사랑해요.'
"크흠..."
애써 고개를 돌린 채 마른기침하는 모습에 쿡쿡 소리 내 웃어버리고 말았다. 힐끗 보는 그의 귀는 붉게 물들다 못해 완전히 타는 수준이었다. 저런 아저씨의 저 모습조차도 귀엽다고 하면 친구들이 이상하다고 욕할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어쩌겠어. 제가 먼저 반해버리고 만 것을. 그렇게 생각하며 테루야의 어깨 위로 팔을 내둘렀다. 키가 조금 딸렸기에 발끝을 세워야만 겨우 닿을 위치긴 했지만 제가 움직일 때면 알아서 그가 허리를 숙여주었다. 이런 모습에 더 사랑할 수밖에 없는데. 웃으며 그의 입술 위로 쪽 입을 맞추었다. 당황한 기색조차 사랑스럽다.
"미, 미, 미카도...?!"
"아저씨, 방금 야한 생각 했죠?"
'반응 봐, 귀엽다니까.'
"아... 아니다! 아닌데..."
"아니긴. 여긴 맞다는데요?"
'본능적인 곳이 바로 반응하는데.'
아니라고 부정하는 말에 입을 비죽 내밀고 말했다. 말하면서도 허벅지로 그의 다리 사이에 끼워 넣어 앞섬을 지긋하게 눌러주었다.
그러자 얼굴이 새빨갛게 변해서는 말을 더듬는 모습이 저를 자극해왔다. 아, 이 희열감. 참지 못한다. 장난스럽게 말해주며 놀린 뒤 다시 입 맞추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제가 원하는 걸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허리에 팔을 둘러 바짝 붙여왔다. 틀어진 고개와 틈 사이로 질척하게 오가는 혀.
달큰한 향이 코끝을 자극하고 입안의 혀를 당겨와 유린하듯 엉켜냈다. 매달리듯 안긴 자세로 퍼부어오는 입맞춤은 짜릿했다. 어깨에 걸친 손에 닿는 그의 녹색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다가 움켜쥐었다. 짙게 얽히고 섥혀오는 짜릿한 입맞춤에나 중독되고 만다.
"하아.하아... 사랑, 해요. 테루야"
"... 나도."
천천히 입을 떼어내고 잔뜩 흥분에 물든 얼굴로 사랑을 고백했다. 아마 이 아저씨는 평생 모르는 게 많겠지.
처음부터 내가 아저씨를 노리고 접근했다는 사실조차 모를 거야. 아니, 알아서는 안 된다. 아저씨에게는 미안한 사실이지만 영원히 지켜야 할 비밀이라는 게 존재하니까. 나에게 그 비밀이 바로 이 비밀이다. 비밀이 유지되는 날까지 나는 아저씨를 사랑할 테고, 사랑 받을 테니까.
그의 어깨에 기대 꽉 끌어안았다. 그러자 테루야가 안아 들고선 참지 못했던 모양인지 침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런 모습조차 사랑스러운데. 아저씨를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이 저여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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