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차일드 타입

[BL/드림/230207] 개인 서사

나비의 보관함 2025. 1. 31. 01:26

 

후와 라이조

 

라이조는 새롭게 편입된 타다요시에게 첫눈에 반하게 되었다. 반하게 된 이유는 그리 장대하지도, 소박하지도 않았다. 그저 무기력하게 있는 미인상의 예쁘고 아름다운 그 얼굴을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되는 것. 그것이 전부였다. 관리를 하지 않았음에도 굉장히 좋은 머릿결을 가지고 있는 것부터가 부러움으로 시작된 감정이기도 했다. 머리카락이 습기를 먹으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부풀어 올라서 난감해 열심히 관리해야 하는 자신과는 달리 관리하지 않음에도 부드럽고 결 좋은 머리카락이 부러움에서 시작된 감정이었다. 말이 첫눈에 반한 것이었지만 처음에는 호기심을 가장한 애정이 점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는 탓에 라이조는 자신이 타다요시에게 반했고, 연모하는 감정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다만 닌자의 특성상 사랑하는 사람을 두면 힘들 거라는 주변의 충고에 감정을 묻어두려고 하기도 했지만, 날이 갈수록 커지는 마음은 이미 정리할 수 없는 수준이 되고 말았다.처음에는 감정을 정리하기 위해 자꾸 시야에 들어오는 타다요시의 모습에서 단점만 찾으려고 했었던 모습이 시간이 지나자 그 단점마저 사랑스럽게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더 이상 이 감정에 답이 없다는 걸 느꼈다. 아무런 감정이 없어 보이는 저 표정마저도 귀엽다고 느낄 정도면 달리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답답한 마음만 가득 들 뿐이었다. 멍하니 있노라면 처음 편입했을 때, 멍하니 있던 그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처음 겪어보는 상사통에 라이조는 힘들어했다. 편입되어 온 사람이라 모두와의 관계에서 불안정하고 경계가 많은 상태였지만, 라이조가 타다요시에게 반했다는 것은 변함없었다.하지만 라이조는 타다요시에게 자신의 감정을 전할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제 감정을 전한다고 한들 타다요시가 받아줄 거라고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가장 컸다. 그는 그렇게 잠입했다는 사실을 들키게 되는 그날이 있기 전까지 제 감정을 조용히 묻어두기로 했다. 앞으로의 일은 모를 상황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도 변함이 없다면 그때 가서 정할 생각이었다.

 

 

하치야 사부로

 

중간에 편입된 타다요시를 처음에는 경계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를 향한 감정은 커져만 갔다. 이 시기에 편입한 학생이라는 것에 관한 가벼운 호기심이라 생각했었던 감정은 소리소문없이 커졌고, 눈치챘을 때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상태였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하던가. 사부로는 그 속설이 딱 제 짝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자신의 진짜 얼굴도 까먹어버리는 저였기에 금방 감정도 까먹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언제나 예외가 있듯 그는 자신의 감정을 잊지 못했다. 아니, 잊히지 않았다. 시시때때로 타다요시가 떠오르기도 했고, 항상 정신 차리고 보면 시선의 끝은 타다요시에게로 향해있었다. 잊지 못한 그 감정은 지울 수조차 없을 정도로 컸다. 사부로는 계속해서 제 감정을 부정했다. 익숙해져서 긍정으로 바뀌려고 할 때면 정신을 차리고 부정했다. 닌자의 삶에서 사랑이란, 애정이란 필요 없는 거라고 배우기에 가져선 안 되는 감정이라 생각하며 밀어냈다. 밀어내면 밀어낼수록 더 들어오는 감정을 막을 방법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변장해서 살아가는 제가 이런 감정을 가져도 괜찮은지 고민할 때도 있었다. 모든 게 부질없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무뚝뚝한 얼굴, 무미건조한 반응, 처진 눈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얼굴이 대체 뭐가 좋다고 반한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제 시선은 타다요시에게로 향했고, 심장은 타다요시에게만 반응하듯 뛰고 있었다.끝까지 부정만 하던 사부로는 뒤늦게서야 제 감정을 인정하기로 했다. 제가 타다요시라는 한 사람을 아주 사랑하고 있노라고. 더 이상의 부정은 오히려 쓸데없는 짓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그렇게 자신의 감정을 깨닫고 나서부터 사부로는 오로지 직진이었다. 다른 건 상관없다는 듯 타다요시의 근처에 머물며 그에게 말을 걸고, 일과를 함께하며 그를 알아가고자 했다. 비록 그 과정이 덧없게도 며칠밖에 되지 않았지만, 사부로는 타다요시가 잠입한 닌자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도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