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란과 페퍼는 같은 학교 학생으로 매일 같이 등교하고 하교하는 사이였다.교실에서 수업이 끝나면 종소리가 울리기 아쉽게 페퍼가 화란이 있는 교실까지 찾아오는 게 일상이었다. 화란이 있는 교실에 매번 찾아오는 페퍼로 인해 교내에서는 이미 두 사람에 관해 여러 소문이 무성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페퍼가 화란을 짝사랑하는 게 분명하다거나 저들은 이미 커플인 거 아니냐 거나. 여러 소문 중에서 가장 유력한 소문은 두 사람은 이미 유명한 커플로서 인정받은 상태라는 거다.화란은 교내에 이런 소문이 도는 게 마냥 기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아하는 편에 가까웠지만 페퍼에게는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화란은 친구들에게 너무 소문을 퍼트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녀의 부탁에 친구들은 기꺼이 알았다고 답해주었다.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수 있었지만 들어준 이유는 화란이 친구들 사이에서 착한 동급생 친구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실 친구들은 페퍼가 화란을 많이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매시간 찾아오는 정성부터 아침, 오후에 함께 등하교하는 정성만 봐도 눈에 선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페퍼를 도와주기 위해 장난삼아 소문을 내고 있었는데 문제는 화란이 눈치가 없는 건지 아니면 페퍼에게 감정이 없는 건지 반응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 화란, 그래서 수업 때... "
" 화란. "
" 어? 페퍼, 안녕! 쉬는 시간에 또 왔네? "
쉬는 시간만 되면 항상 찾아오는 페퍼의 마음을 화란의 친구들은 알고 있었기에 남모르게 응원하고 있었다.페퍼 역시 매번 쉬는 시간마다 찾아오는 건 조금이라도 화란과 더 함께 하고 싶은 시간과 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조금이라도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에 그게 행동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화란과 이어지는 것 자체가 기적의 한 종류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페퍼는 자신의 마음이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그런 페퍼의 마음도 모르는 화란은 페퍼를 좋은 친구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연애 감정은 거의 없다시피 한 상태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페퍼가 자신의 곁에 남아주면서 하는 행동을 보고 확신했다. 그의 마음에 저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저 하나만 바라보고 좋아해준 페퍼에게 화란은 조금씩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눈길이 가는가 하면 정신차리고 보면 어느새 시선은 페퍼를 담고 있던 날이 있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둘이서 하교를 하기 위해 항상 걷던 길을 걸으면서 이야기를 하던 날이었다. 학교가 끝나면 항상 걷던 하교길이었다.
" 오늘 학교 생활은 어땠어? "
" 나는 괜찮았는데, 페퍼는? "
" 뭐, 나도... "
두 사람은 나란히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석양이 지는 노을을 등지고서 걸어가는 길에 두 사람을 미래의 일에 관해 이야기했다. 페퍼는 지금 자신이 하는 일에 관해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페퍼의 진지한 말투에 화란은 신중한 마음으로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노력하고 있지만 그에 비해 실력은 늘어나지 않고, 무얼 해야 할지 몰라 앞은 그저 깜깜하기만 할 뿐이라는 말에 화란은 놀랐다. 항상 웃는 얼굴을 보여주었던 페퍼였기에 이런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지 전혀 몰랐기 때문이었다.그 길이 제 길이 맞는지조차 의심이 든다고 말하는 페퍼의 의기소침한 모습에 화란은 웃으며 말해주었다. 응원이 담겨 있는 말이었다.
" 난 그런 페퍼여도 응원해! "
" 어? "
" 페퍼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나는 곁에서 늘 응원 할 거야! "
" 화란... "
" 네 곁에는 내가 있잖아. "
화란의 활기찬 응원을 받은 페퍼는 조심스럽게 웃었다.그의 모습에 화란이 진담 반, 장난 반으로 말했다.
" 머지않은 미래에 페퍼는 포켓몬 치료 연구가가 되고 나는 팔자크 선생님처럼 사천왕 리더를 하고 있을 거야. "
" 그렇겠지? "
" 당연하지! 그러니까 너의 능력과 노력을 믿어. "
미래를 이야기하는 밝은 모습의 화란을 지켜보던 페퍼는 그녀의 말에 답을 듣고서 고개를 끄덕거렸다.능력을 믿으라는 그녀의 말대로 제 노력은 저를 배신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길을 걸으며 가고 있다가 문득 생각난 화란이 말했다. 화란은 몸 자체를 페퍼에게로 돌리고서 웃는 얼굴을 지었다.
" 그치만 너와 함께 여행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
" 나와? "
" 응. 너와. "
화란의 말에 페퍼는 얼굴을 붉혔다. 마지막으로 잘 풀리지 않는 날이라도 둘이 함께 있다면 괜찮을 테니 힘내라는 화란의 말에 페퍼는 큰 힘을 얻었다.그 말이 페퍼에게는 언제나 함께해주겠다는 말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었다. 유일하게 화란의 앞에서만 유독 강한 척도, 외로움도 잊을 수 있다는 게 좋았던 페퍼였기에 속으로 너도 내 마음 같았으면.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힐끗 보는 화란의 표정은 분명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언제나 보는 얼굴은 웃거나 힘들어하거나 슬퍼하는 것만 보았지만 저렇게 붉어진 얼굴로 부끄러워하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멈춘 두 사람의 발걸음에 석양은 서서히 지기 시작했다. 화란은 조금 시간이 지난 이후에 페퍼에게 답을 주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페퍼는 그제야 자신이 속으로 생각한 게 아니라 밖으로 내뱉었다는 걸 깨달았다. 충격에 빠진 페퍼의 앞으로 다가온 화란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 나도 너와 같은 마음이야. "
" 나와... 같은 마음? "
" 응. "
" ... 언제나 옆에 있어 줘. "
화란의 답에 페퍼는 얼굴을 붉히며 용기 내 말했다. 그녀의 고백에 응한 것이다.속으로 마지막 일 초까지. 곁에 있어 달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웃어주었다. 석양의 아래에서 두 사람은 행복하게 웃었다. 어느새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손을 맞잡고 있었다. 익숙한 길을 다시 걸으며 페퍼가 넌지시 말했다.
" 내일은 오늘보다 더 웃을 수 있어. "
" 함께 웃을 수 있지. "
두 사람은 헤어지고 각자의 기숙사로 돌아갔다.화란이 페퍼와 메시지를 주고받는데 페퍼가 화란에게 설레는 말을 건넸다. 그의 말에 화란은 이제껏 느껴본 적 없었던 가득 차오르는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페퍼의 문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화란은 행복감을 느꼈다.
[ 내일의 오늘보다, 오늘의 내일이 더 행복할 거야. ]
그 행복감도 잠시 문득 제가 고백받았다는 사실에 부끄러워져서 몸서리 치고 말았다.바둥거리며 몸 둘 바를 모르는 부끄러움에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때 피롱, 하고 연락오는 문자에 화란은 급하게 정신을 차리고 화면을 보았다.
[ 잘 자, 내일 보자. ]
[ 잘 자. 내일 봐. ]
잘 자라는 페퍼의 말에 화란 역시 잘 자라고 답해 주었다.휴대전화를 내려두고 잠이 들었는데 눈을 뜨고 일어나니 아침이었다. 자고 일어난 화란은 다급하게 자신의 휴대전화를 찾았다. 찾아낸 휴대전화 화면을 보고서야 안심했다. 혹여나 어제의 일이 꿈이기라도 할까 봐서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곧 안심했다. 저녁에 보냈던 대화들은 그대로 있었다. 둘의 대화는 단순한 꿈이 아닌 현실이라는 걸 떠올렸다. 화란은 안심이라도 하는 듯 깊은숨을 내뱉었다. 이후 씻고, 밥을 먹고 등교했다.등굣길에 페퍼를 만나고 나서야 화란은 해맑게 웃었다. 화란의 미소에 페퍼 역시 웃어주었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걸으며 평소와는 다른 기류를 풍긴 채 교문을 들어섰다. 각자의 교실로 흩어지고 화란은 교실 문을 열자마자 난리가 나버렸다. 그녀가 교실에 들어가자 무슨 일이냐며 교문에 있던 일 다 들었다고 친구들이 다가와 더 난리를 피워댔다. 처음 보는 친구들의 반응에 화란은 당황했지만 이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그렇게 됐다고 말해주었다.
" 그, 그렇게 됐네~ "
" 뭐야~ 화란도 페퍼 좋아하고 있었어? "
" 알게 된 거 얼마 안 됐어. "
화란의 말에 모두가 마치 자신이 연애하는 사람처럼 얼굴을 붉히며 응원해 주었다.친구들의 응원에 화란은 부끄러움도 잠시 친구들에게 예쁜 연애를 하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평소처럼 하교했지만, 이번에는 서로 같은 감정으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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