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my dear last love
너의 그 망할 편지는 잘 받았어. 덕분에 내 편지는 갈 곳을 잃고 말았네.
내 오랜 오해도, 너를 향했던 방황도 전부 풀리고 이제 남은 건 너와 함께 웃으며 맞이할 남은 생뿐일 거라고 생각했던 내가 너무 멍청하고 바보 같아.
내가 너와 행복하며 그저 웃기만 하던 그 시간 속에서 네가 그런 계획을 홀로 세웠다는 게 나에겐 너무 큰 충격이고 상처로 다가왔어.
조금이라도 나를 위해, 날 생각해서 말해줄 순 없던 걸까?
어째서 우리는 이토록 계속 엇나가야만 하는 걸까. 나의 잘못이 아니라면 대체 누구의 잘못이라는 건지 모르겠어. 이게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고?
너는 끝까지 날 바보로 만들어.
너의 잘못이 아니고, 나의 잘못이 아니라면서 왜 우리가 함께하지 못하는 건데? 대체 왜 그날 그 죽음이 너의 곁에 있어야 했을까.
너의 목숨으로 이어진 나의 목숨을 가볍게 할 생각 따윈 없어.
네 바람대로 나는 네 몫까지 살아갈 거야. 네가 그토록 원하던 평범함이라는 틀에 맞춰서 살아갈 생각이야. 이게 네가 원하던 것이잖아.
내가 널 사랑하게 했으면, 널 미워하는 법도 함께 알려주고 가지 그랬어.
널 사랑하는 나 혼자 이곳에 남아버리면 나는 널 미워하지도 못하고, 원망도 못 한 채 너만을 그리워하며 살아가야 하잖아.
어디를 가든 네가 따라와. 술집에서 일을 할 때 문이 열리는 종소리가 들리면 자동으로 고개가 입구를 향해. 혹여나 네가 문을 열고 들어오며 어색한 웃음을 짓고 내가 늦었지? 하며 들어올까 봐서. 그토록 너를 찾아, 내가.
널 밀어내기에 급급하기만 하던 내가 이젠 널 찾는다고.
내가 널 찾아봤자 너는 이제 오지 않겠지만.
바보같이 혼자서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 내가 아는 너라면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무서워하지 않았을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나는 네 곁을 지켜주지 못해서...
나는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너의 도움을 받고, 네 그늘에 숨겨졌어.
이것만큼이나 비참하고 서글픈 감정이 또 있을까. 갈 길 잃은 편지처럼 나는 또다시 방황하겠지. 나의 지표가 되어 주었던 너를 잃어버린 탓에.
내가 또다시 방황하면 너는 길이 되어주기 위해 다시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해.
My savior, my reason for living, my everything.
이제 나에게 남은 건 너와 함께했던 시간뿐이겠지.
너와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너와 사랑하고 떨어지기 싫어서 붙어있던 그 일상들까지. 무엇 하나 빠지지 않고 나에겐 행복한 추억이 아니라 끔찍한 기억이 되고 말았어.
내 추억 속에만 남겨진 네가 나에게 웃어줄 때마다 나는 비틀린 웃음을 지으며 울어.
너 하나 빠졌다고 내가 이토록 망가져 가고 있다고 하면 믿겠어? 나는 오늘도 네가 굳게 닫힌 저 문을 열고 들어와 웃으며 내 이름을 부를 것만 같아.
여느 때처럼 패밀리들과 고생했다며 웃고, 떠들며 술잔을 들어 올릴 것만 같아.
이제 너는 이곳에 없는데, 나는 너의 흔적을 쫓아다니기만 해. 혹여나 너에게 닿을 수 있지 않을까, 네가 다시 나를 보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면서 말이야.
차라리 후회를 해. 나와 남은 생을 함께 한다는 걸 포기한 걸 후회해.
날 이곳에 홀로 두고 가버린 너를 후회해. 날 괴롭게 한 너 스스로를 후회하도록 해. 내가 바라는 건 그거야. 그게 싫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다시 돌아와.
내 곁에서 웃으며 시간을 보내.
알아, 이러는 건 그저 헛짓거리에 불과하다는 걸. 나는 어째서 조금 더 빨리 알아차리지 못했나, 왜 조금이라도 먼저 의심하지 않았던 건가. 하고 후회해.
조금 더 빨리 알았더라면 너와 함께할 시간이 조금이나마 늘어났을 텐데.
사람은 말이야, 언제나 실수하고, 후회를 한 대. 그래 놓고 또 실수하고 후회할 짓을 한다더라고. 그거참 지금의 내 꼴이지 않아?
멍청하게도. 너의 소중함을 너무 뒤늦게 알아버리고 말았어.
너의 선택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지만 존중해주진 못하겠어.
희생, 그것만큼이나 마음 아프고 슬픈 단어가 또 있을까.
너는 편지를 쓰면서 네가 죽고 난 뒤 그 편지를 받게 될 내 마음에 대해 신경 쓰기는 했을까? 신경 썼다면 편지를 쓸 수나 있었을까.
남겨진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알려주다니, 정말 좋은 방법이었어.
그러니 제발, 제발 부탁이야. 다시 내 곁에 돌아와서 웃어주면 안 될까. 이젠 밀어내지 않고, 널 오해하지 않고, 방황도 하지 않을게.
차라리 나에게 널 미워할 수 있는 방법이라도 알려줘.
이렇게 네 편지만 끌어안고 울기만 하는 나에게, 너를 놓지 못하고 너만 찾는 나에게.
널 포기하지 못하는 나에게 널 미워할 수 있는 방법이라도 알려줘, 제발.
사랑해, 사랑한다고. 그러니 내 곁으로 다시 돌아와 줘.
이 편지를 불태우면 네가 있는 곳으로 갈까?
아니면 바람에 하늘 높이 향하도록 하면 네가 받을 수 있을까? 어디에도 너는 없는데, 내 머릿속과 귓가에는 너만 남아있어.
왜 너는 나에게 너를 미워하는 법을 알려주지 않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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