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my first and last love.
이 편지를 네가 받을 때쯤이면 나는 아마, 아니, 거의 확실하게 없는 사람이겠지.
네 곁에 조금 더 오래 있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알아. 내 직위가, 나의 위치가 언제나 아슬하고 죽음을 곁에 두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이지.
내가, 이 편지를 쓸 땐 아직 네가 나를 오해하고, 날 밀어낼 때야.
사춘기가 온 너는 나에게 그랬지, 자신을 납치한 주제에 잘해주는 게 역겹다고. 뭐, 그 뒤로 긴 대화를 한 끝에 네가 그날의 진실을 알게 되긴 했지만.
나는 적어도 네가 평범함의 행복을 알고 지냈으면 했어.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나였기에, 어렸을 적의 너를 내 멋대로 나와 겹쳐 보았지. 그래서 너를 구출한 것도 있었어. 어쩌면 너라는 핑계로 내가 어렸을 적의 나를 구하고 싶었던 걸지도 몰라. 하지만 그건 알아줘, 널 구한 것에 나는 한치의 후회도 없어. 오히려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해.
네가 내 곁에 온 날, 나는 원래 있던 곳에서 발을 빼야만 했고 어린 널 데리고서 도망쳐야 했지. 널 빼내다가 난투까지 하면서 다치기도 했지만, 오히려 영광의 상처라고 생각해.
널 데려오는데 내 얼굴의 흉터쯤이야 기꺼이 내어줄 수 있지.
미래의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뭐... 이 편지를 받은 순간부터는 이미 정해진 걸지도.
너와 오해를 풀고 난 뒤에 곧바로 좋지 않은 소식을 들었어. 안 그래도 내가 있는 조직이 아직 단단해지기 전이라 적들이 많아.
물론 기반을 다지기 위해선 너를 멀리하는 것도 좋았지만, 나는 너를 택했어.
이 선택에 나는 후회하지 않고, 오히려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혹여나 네가 이 편지를 받았을 때, 좋지 않은 생각을 할까 봐 미리 매일, 매일 편지를 쓰기로 했어. 내 하루하루를 너에게 주기로 정했거든.
내가 네 곁에 없다고 해도, 나는 언제나 네 곁에서 함께하고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어. 원진아, 내 사랑아. 아마도겠지만? 분명 나는 너에게 고백해서 잘 사귀고 있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네, 그러면 이 편지도 너에게 갈 일 없을 테니까.
아, 혹시 모르겠다. 우리가 나이를 먹고 지긋한 나이가 되었을 때. 내가 먼저 떠나게 된다면 그때 네가 이걸 읽어볼지도. 그렇게 되면 정말 좋을 텐데.
내가 미래의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단 하나야.
정말 사랑해, 내 모든 걸 기꺼이 바칠 수 있을 정도로.
my dear, my lover.
저번 편지 이후로 오랜만에 쓰는 편지네.
미래의 너에게 보내는 거라고는 하지만 역시 민망한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야. 긴 대화 끝에 오해가 풀리고 난 이후로 방황하던 네가 나에게로 왔었지.
오랜 방황을 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네가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던 그 모습이 지금도 선명해. 스스로 좋아하는 걸 찾아가는 네 모습이 어찌나 그리 빛이 나던지.
그 모습을 보고 네게 설레고 말았어.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 걸 이때 깨달았던 거지.
그래서 앞에 쓴 편지의 마지막에 급하게 추가를 좀 하긴 했지만, 어차피 너만 볼 내용이니 내 세레나데가 있다고 해서 나쁠 것도 없겠지.
내 조직 아래에서 운영되고 있던 술집에서 바텐더로 일하는 네 모습도 멋지더라.
완전히 벗어난 건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평범함의 길을 걷고 있는 너를 보며 나도 행복했어. 내가 술집을 찾아갈 때마다 너는 부담스러워하긴 했지만, 그런 모습조차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하면 중증이겠지. 분명 패밀리 녀석들이 엄청나게 비웃어댈 게 분명해.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찾아갈 때마다 민망해하며 자리를 피했지.
아무리 조직의 일이 힘들고, 버겁고, 괴로워도 네가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나는 괜찮았어.
마치 죄악을 저지른 악인이 성스러운 성자의 앞에서 모든 죄를 사하고 축복을 받는 기분이 들었거든. 이 감탄과 찬양에 대해 무어라 말해야 할까.
오랜 오해의 끝과 일방적인 구애 끝에 너는 나를 받아줬잖아.
가끔 궁금하긴 해. 그토록 부담스러워하던 네가, 어떤 면에서 나를 받아줄 생각을 한 건지. 듣고 싶지만 물어보진 않을 거야.
물어봤다가 어떤 대답이 돌아올지 모르니까.
너와의 생활이 너무 행복했던 탓일까.
서로 붙어 다니며 애정 넘치는 일상을 보냈지. 하지만 내가 경솔했어. 너에게 빠져 있더라도 조직에 신경을 써야 했던 건데.
이건 결코 너의 잘못도, 나의 잘못도 아니야. 이건 우리를 건든 상대의 잘못이지.
감히 우리 조직을 건든 상대의 죄이기도 해. 나의 약점이랍시고 너를 건들려고 하는데, 그들은 그걸 몰랐나 봐.
악당이 영웅의 소중한 존재를 죽이려고 하면 각성한다는 걸 말이야.
내가 계획한 일을 실행하기 전에 이 편지를 남겨. 분명 내 계획이 성공한다면 이 편지와 함께 앞서 썼던 편지들이 너에게로 가겠지.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마. 이 모든 계획은 내가 너를 구하기 위한 것이고, 네가 평범한 인생을 살았으면 하는 나의 소원이니까.
나는 나의 선택에 후회를 하지 않아. 나, 후회 안 해.
내 한 몸의 희생으로 네가 안전한 생활을 할 수만 있다면 나는...
내 영혼까지도 받칠 수 있어.
만약 우리가 다시 태어난다면 그때 또 사랑하자, 그땐 오해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사랑해, 원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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