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장미 타입

[HL/드림/250201] To. 다시 만난 너에게

나비의 보관함 2025. 3. 2. 02:32


안녕, 동글아.


아니지, 이젠 마레라고 불러야 할까? 이렇게 널 부르는 것도 아직 익숙하지 않아.
이렇게 편지를 쓰는 게 처음이네. 문득 너를 처음 발견했을 때가 떠올라. 아직 내가 크지 않았을 때, 다쳐서 움직이지 못하던 너를 발견한 게 나라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 지금에서야 안심이 돼.
그때 너를 내가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내가 너에게 동글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지 못했겠지. 그곳에서 너의 동족들에게 네가 죽을 위기에 놓였을 때 기억해? 내 도움으로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중상을 입고 사라진 네가 정말 걱정되었어.
그란파로로 가는 길가에서 억새밭을 바라보는 너를 보고 나는 한눈에 알아봤어.
그게 어릴 적 만났던 동글이었던 너라는 걸. 정말 신기하지? 나도 신기하게 생각해. 엇갈릴 수도 있었지만, 다시 만난 우리는 마치 오래전부터 교류한 사람들처럼 순식간에 친해졌지.
나는 이것도 신기하다고 생각해. 언제나 다른 사람들에게 존댓말을 쓰던 내가 너에게 말을 놓고, 너는 나에게 망설임 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지금의 일상이, 하루하루가 너무 좋아.
가끔 내가 동글이었던 네 시절에 대해 말이 헛나올 땐 미안하다고 생각해.
너에겐 과거가 연연하고 싶지 않은 것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너와의 모든 시간이 소중하고 또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이라 자꾸 나오나 봐.
네가 나를 루멘이라고 부를 때보다 조르디라고 불러주는 게 좋은 것처럼 말이야.
물론 너는 내가 너를 동글이라고 불러도 된다고 했지만, 네가 과거를 연연하지 않고 싶어 한다는 걸 알기에 섣불리 부르고 싶지 않아. 아까도 동글이라고 쓰긴 했지만 말이야.
앞으로의 현재를 너와 함께 그려나갈 것을 생각하니 두근거려.
너와 어디까지 함께할 수 있을까, 언제까지 곁에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 머릿속에서 답은 하나뿐이야. 너와 언제나, 어디까지나 곁에서 함께 하고 싶어.
우리가 더 가까운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
가끔 이렇게 편지를 나누는 것도 좋은 생각인 거 같아. 네가 답장을 해주지 않아도 괜찮지만, 답장을 해준다면 정말 좋을 거 같아. 네 편지가 도착하기 전까지 나는 언제나 설레고 있을 거야.

 


 - 너의 친구, 조르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