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약혼자였던 두 사람은 지구로 돌아오자마자 결혼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애초에 서로 약혼자였던 상태였기에 결혼을 진행하는 것에 관해 불만이나 더 미루자는 의견은 없었다. 다만 아무래도 본래 있는 일도 있고 한 탓에 결혼식을 느긋하게 준비할 수 없게 되어 조금 빠듯하게 진행하는 것 정도뿐이었다. 서로의 시간에 맞춰가면서 결혼식 준비를 해나가고 있었다. 하루는 결혼식에 가장 중요한 연미복과 드레스를 보러 웨딩 숍에 들리게 되었다. 신랑인 켄고의 연미복은 도착하자마자 맞추어 빠르게 결정했지만, 신부인 황의 드레스 선택은 좀처럼 정해지질 않았다. 켄고가 황의 드레스를 유독 까다롭게 보던 것이 한몫했다. 황은 여러 번 번갈아 입는 드레스에 지쳐 참다못해 한마디를 거들었다.
" 그냥 제일 예쁜 걸로 해요. "
" 음, 아니야. 그날은 최고로 기쁜 날이니 너와 가장 어울리는 걸로 해야지. "
" 하아... "
단순히 예쁜 걸로만 하자는 황의 말에도 드레스를 하나하나 따져보며 대답하는 켄고의 모습에 황은 이마를 짚고 한숨을 내뱉었다. 어울리는 걸 해야 한다는 켄고는 그 뒤로도 한참이나 여러 드레스를 번갈아 보며 고민했다. 결국에는 두 시간 정도를 직원과의 토론 끝에 가장 먼저 처음에 입어보았던 드레스를 고르고 나서야 켄고의 고민은 끝을 맺었다. 의상 선택과 결혼식을 진행할 홀을 선택하고 나서야 두 사람은 잠시 쉬어갈 겸 근처의 카페에 들어갔다. 황은 자리에 앉으며 켄고에게 물어보았다.
" 무슨 드레스를 저보다 더 오래 골라요? "
" 그동안 기다려왔던 결혼식이고 처음이자 마지막일 텐데 대충 선택할 순 없지. "
" 어머... "
질문을 해놓고는 커피를 마시던 황은 켄고가 뱉은 말에 놀란 눈으로 멍하니 그를 보았다.
단순히 한 번뿐일 결혼식을 위해 저렇게까지 해준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마시던 커피를 내려두고는 그를 향해 웃어주었다. 켄고는 자신을 향해 웃어주는 황의 모습이 알 수 없는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지만, 그 모습마저 황의 눈에는 귀여워 보였다. 시간이 지나서 두 사람은 이번에 새롭게 마련한 청첩장을 주변 사람들에게 돌리기로 했다.
없는 시간을 쪼개 약속을 잡으며 직접 건네기로 했다. 사실 일일이 만날 필요 없이 연락처로 전자 청첩장을 보낼 수 있기도 했지만, 황가 먼저 켄고에게 직접 보면서 청첩장을 전달하자는 의견을 비치었다. 그녀의 의견이라면 거절할 이유가 없었던 켄고는 흔쾌히 수락했다. 가장 먼저 만나기로 한 사람은 미유키였다.
황과는 친한 언니, 동생처럼 지내는 두 사람이었기에 황은 자신이 직접 미유키에게 청첩장을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오랜만에 만나는 미유키의 모습에 황은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 잘 지냈어? "
" 언니는 잘 지냈어요? "
서로를 보고서 호호 웃으며 대화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켄고는 조금씩 언짢아지기 시작했다.
대화하고 있는 황의 손을 은근슬쩍 잡아 시선을 제게로 돌리게 한다거나 옆에서 실수하며 신경이 이쪽으로 쏠리게 한다거나 하는 행동을 반복했다. 황은 평소 같지 않는 켄고의 모습에 걱정이 앞섰다. 그걸 지켜보고 있던 미유키는 황을 안심시키기 위해 웃으면서 켄고에게 말했다.
" 저는 언니를 뺏을 생각 없으니까 안심하세요. "
" 큼... "
" 어? 그게 무슨... "
" 흠. 그렇다면 뭐... "
" ...설마 질투라도 했나요? "
" ... 조금. "
미유키의 말에 켄고는 안심했다. 아무것도 몰랐던 황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가 웃음을 터트리고는 말했다.
질투했냐는 말에 켄고는 눈동자를 굴리며 답했다. 그의 답에 황은 사랑스럽다는 듯 그를 보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가방에서 청첩장을 꺼내 미유키에게 건네주었다.
" 드디어 결혼하시는 건가요? "
" 응, 와서 축하해 줬으면 해. "
" 꼭 갈게요. "
드디어 결혼하냐는 미유키의 말에 황은 웃으며 답했다. 미유키는 건네받은 청첩장을 소중한 것처럼 가방에 넣은 뒤 웃었다. 세 사람은 얼마 대화를 나누지 않고서 각자의 시간을 위해 헤어졌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모두와 약속을 잡았던 날이 다가왔다.
약속한 날에 모인 사람은 켄고, 신야, 타카야, 몰로토프, 고다드, 프리츠가 모였다. 모두가 모여 술자리를 가지게 되었다. 황은 만나서 인사를 한 뒤 청첩장을 건네기 위해 가방에서 꺼냈을 때, 켄고가 말했다.
" 청첩장은 내가 나눠줄게. "
" 제가 나눠도 되는데... "
" 괜찮아. 내가 나눠줄 테니 앉아있어. "
켄고는 황의 손에 있는 청첩장을 빼앗듯이 받아 간 뒤 다른 사람들에게 건성으로 나누어 주었다.
황은 그 모습을 보며 자기는 편하기야 하지만 혼자 결혼하는 것도 아닌데 혼자 나누기 그렇다면서 역시 일어나려고 했다. 그때 대충 나눠주고 있던 켄고가 달려와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다시 앉혀준 뒤 이번에는 그나마 신경 써서 나눠주었다. 그 모습에 황은 후후, 소리 내 웃고 말았다. 모두가 지켜보는 광경에서 그녀와 켄고를 뺀 다른 사람들은 모두 어이없다는 시선으로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 청첩장을 받은 고다드가 황을 보며 물어보았다.
" 결혼식 크게 하는 건 아닌가 본데. "
" 맞아요. 소소하게 할 생각이에요. "
결혼식을 크게 하는 건 아니라는 말에 황은 바로 알아봤다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답했다.
아무래도 초대할 인원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닐뿐더러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건 둘째 치고 날짜가 애매한 탓에 소소하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비용이야 두 사람이 분담하니 부담스럽지만 않으면 그만이었다. 청첩장을 모두 챙겨간 사람들을 확인하고 나자 신야가 자리에서 일어나 맥주가 들어있는 잔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
" 이제 총각 파티 시작이다!! "
" 이거 총각 파티였어요? "
" 하하... "
" 두 사람을 위하여~!! "
총각 파티라는 말에 놀란 눈으로 켄고를 바라보는 황이였다. 켄고는 그녀의 시선에 그저 어색하게 웃으며 시선을 돌려버렸지만. 그때 타카야가 눈치 있게 자리에서 일어나 신야의 잔에 잔을 부딪치며 외쳤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황을 제외한 전원이 술을 진탕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신야와 타카야가 황에게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 형수, 앞으로 괜찮겠어? "
" 저런 남자를 남편으로 들인다니. "
" ... 괜찮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잖아. "
" 오~... 역시 형수가 아까워. "
가족이니까 할 수 있는 말을 건네며 장난스레 웃었다.
황은 형제 두 사람이 장난스러운 말을 하는 건 알고 있지만 그녀는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 웃음을 지어주고는 시선을 돌려 술을 마시고 있는 켄고를 사랑스럽다는 듯 보았다. 수줍게 올라온 홍조가 사랑에 빠진 사람이라는 걸 알려주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신야와 타카야는 속으로 이렇게 형이 부러운 적은 없었다며, 처음이라 생각했다.
*
시간이 흘러 결혼식 당일이 되었다. 곱게 차려입은 황은 신부실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또 다른 주인공인 켄고는 황을 보고 싶은 마음에 당장이라도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주변에서 결혼식 전에는 보는 거 아니라며 그를 뜯어말렸다. 대신 입구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걸로 일단락되기도 했다. 신부실에서 대기 중인 황은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 예쁘게 꾸민다고 집중해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일 결혼식이다 보니 더욱이 긴장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신부실로 들어온 사람은 미유키였다.
" 정말... 예뻐요, 언니. "
" 왔니? "
" 언니... 정말, 정말 예뻐요... 진짜 켄고 씨한테 아까울 정도예요. "
" 어머, 그래? "
" 그 말에 나도 동감해. "
" 나도요. "
미유키는 들어오면서 정말 놀란 사람처럼 두 눈을 크게 뜨고 입을 살짝 벌린 채 말했다.
그녀의 말에 황은 장난으로 받아들였던 모양인지 웃으며 답해주었다. 그때 미유키의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미유키와 황이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신야와 타카야가 있었다. 신랑의 형제들이 신부실에 들어와서는 멍하니 황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미유키의 말을 인정한다며 답을 했다. 실제로 황의 모습은 결혼식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답고 또 예뻤다.
" 고마워. "
" 정말 아깝다, 형수가 "
그들의 말에 고맙다 감사함을 전한 황은 웃었다. 미유키와 신야, 타카야는 차례대로 황와 사진을 찍었고 그들을 뒤로 찾아온 객들과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보니 신부가 입장하라 시간이 다가왔다. 신부실을 나가기 전에 황은 긴장을 조금이라도 풀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잔뜩 긴장해서 그런지 몸이 뻣뻣해지긴 했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걸어야 할 길이기에 황은 다짐했다. 식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도착하자 문 앞에 서 있는 켄고가 보였다. 켄고는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황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황의 모습에 멍하니 입을 벌리고 보다가 지은 미소는 어딘가 귀여워 보이기까지 했다. 얼굴과 귀까지 붉어진 채 가만히 있는 켄고의 모습에 황은 웃으며 말했다.
" 이제 입장해야 해요. "
" 아, 그렇지. "
황의 말에 정신을 차린 켄고는 황의 손을 놓지 않을 것처럼 든든하게 잡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레드카펫을 밟고 걷기 시작했다. 걷기 시작하자 결혼 행진곡이 식을 가득 메웠다. 두 사람은 걸으면서 각자 생각에 잠겼다. 켄고는 드디어 그녀를 자신의 반려로 들인다며 두근거려했고 황은 오랜 전투와 긴 약혼 기간이 끝을 맺는다고 생각했다. 레드 카펫의 끝에 도착해 선상에 올랐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두 사람은 영원히 서로를 의지하고 서로만 보며 서로의 버팀목이 될 것을 서약했다. 두 사람의 앞에 있던 주례사가 말했다.
" 이제 두 사람은 부부입니다.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앞을 헤쳐 나가세요. "
" 네. "
" 서약의 키스를. "
두 사람이 짧은 서약의 키스를 하자 박수갈채와 팡파레가 터졌다.
모두의 축복 속에서 둘은 공식적으로 부부가 되었다. 본 식이 끝이 나고 신부의 부케 던지기가 진행되었다. 부케를 받기로 한 사람은 미유키였다. 황이 심호흡을 한 뒤 뒤로 부케를 던지자 미유키가 그것을 받았다. 부케를 받고 웃음을 보인 미유키는 황에게 말했다.
" 언니, 행복해야 해요! "
" 응, 고마워. 미유키. "
미유키의 덕담에 결혼했다는 현실감을 느낀 황은 글썽거리더니 울음을 꾹 참아내고 그녀를 향해 웃어주었다.
황의 미소에 미유키 역시 마주 웃어주었다.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켄고의 뒤에서 신야와 타카야가 정 아쉽다는 말투로 말했다. 그걸 듣고 있던 켄고 역시 진지하게 답했다.
" 신부가 진짜 형에게 아깝다. "
" 진짜로. "
" ... 나도 알아. 나에게 과분한 사람이지. "
그 뒤로 황과 켄고는 결혼식을 무사히 마치고 퇴장했다.
본 식이 끝나고 피로연이 열렸다. 결혼식에 참가했던 모든 하객들이 피로연에도 참여해 주었다. 황은 가벼운 드레스를, 켄고는 세미 정장으로 갈아입고서 모두가 보는 선상에 올랐다. 직원이 건네주는 마이크를 받은 황이 말했다.
" 오늘 결혼식에 와준 모든 하객분들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저를 사랑해 주는 신랑을 위한 선물이 있어요. "
" 오~~ "
" 선물? "
황은 말을 끝내고 직원을 보았다. 그러자 벽에서 스크린이 내려와 영상을 띄웠다.
켄고는 처음 듣는 소식에 황을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를 보자 그녀는 웃으며 켄고의 손을 잡아주었다. 켄고는 그녀가 잡아주는 손길에 웃으며 시선을 화면으로 옮겼다. 시작되는 영상에는 그들이 함께했던 세월이 나오고 있었다. 약혼식부터 시작해 지구로 귀환하던 날, 켄고가 황에게 프러포 날, 결혼식을 준비하던 과정, 마지막 로고에는 '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에게, 사랑합니다. ' 라는 문구를 마지막으로 영상이 끝을 맺었다. 켄고는 영상이 끝나자 코끝이 시큰거려옴을 느꼈다. 아차 싶은 찰나에 켄고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황은 켄고가 울자 당황한 듯 그를 다독여 주었다.
" 울지 마요. "
" 너무 행복해서 그래.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 "
" 그럼요. "
영상이 끝나고 켄고가 울자 모두가 박수를 보내주었다.
모두가 보내주는 갈채 속에서 두 사람은 짧게 입 맞추었다. 밤늦게까지 진행된 피로연은 새벽이 되어서야 끝이 날 수 있었다. 참석했던 모든 이들이 즐겁게 즐기다가 돌아갔다.
남은 두 사람은 신혼여행을 가기 위한 준비를 했다.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두 사람은 여행을 가기 위해 공항에 도착했고, 생각보다 연차 되지 않아 빠르게 신혼여행지인 발리에 도착했다.
예약해 두었던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기 시작했다. 하나둘 풀고 나니 다른 일정을 소화하기엔 몸은 이미 녹초가 된 상태였다. 황은 침대 위로 지쳐 쓰러지듯 누웠다.
" 수고 많았어요. "
" 수고 많았어. "
녹초가 된 몸을 풀기 위해 켄고 역시 황의 곁에 누웠다.
황이 켄고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자 켄고는 그녀를 향해 웃어주며 답해주었다. 도착한 시간대가 저녁 시간이었던지라 두 사람은 호텔 라운지에서 준비해 주는 저녁을 먹기로 했다. 호텔이다 보니 뷔페식으로 차려진 곳에서 분위기 좋은 창가 자리에 앉아 식사를 마쳤다. 두 사람은 소화도 시킬 겸 근처의 바닷가를 걷기로 했다. 황과 켄고는 손을 맞잡고 해안가를 걸으며 풍경을 구경했다. 서늘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 시원한 파도 소리가 로맨틱하게 여겨졌다. 황이 풍경을 보다 말고 켄고를 보며 말했다.
" 사랑해요, 여보. "
" ... 나도 사랑해. "
여보라는 단어에 울컥 감정이 솟아오른 탓에 켄고는 울 것 같은 얼굴로 웃었다.
그녀의 고백에 켄고 역시 사랑한다고 답했다. 달빛이 바다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광경 아래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껴안은 채 입을 맞추었다. 주변에서 축제라도 있는 모양인지 키스를 하던 타이밍에 하늘 위로 폭죽이 펑펑 터졌다. 까만 밤하늘 위로 그림 그리듯 화려하게 번지는 폭죽에 입을 떼어낸 두 사람은 하늘을 보았다. 아름답게 퍼지는 폭죽을 보면서 서로의 손을 붙잡았다. 황은 켄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면서 폭죽을 보았다.
" 아름답네요. "
" 나에겐 네가 더 아름다워. "
부끄럽지만 좋은 말에 황은 웃으며 켄고의 뺨에 입을 맞추어 주었다. 폭죽 구경이 끝난 뒤에 두 사람은 밤의 신혼 생활을 즐기기 위해 숙소로 돌아갔다. 모래사장 속을 걷고있었지만 두 사람이 붙어 걸어가는 모습은 완벽한 부부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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