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중순, 겨울이 한창 머물고 있을 때의 일이었다. 두 사람이 서로의 감정을 알게 되었을 땐 이미 늦은 후였다.
스트레가에서 이미 마나츠가 마코토와 얼마나 친밀한지 전부 파악하고 난 뒤였다. 스트레가에선 생각했던 것보다 마나츠가 SEES의 리더인 마코토와 친하고 가깝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마나츠에게 명령 하나를 내리게 된다.
마나츠는 스트레가에서의 호출로 인해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스트레가의 리더인 타카야가 나타나 마나츠를 보며 웃었다. 마나츠는 오랜만에 보는 리더의 등장에 기쁘기는커녕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상당히 어둡고 축축하게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 미노리, 잘했다. "
" ...네? "
" 따로 명령 내리지도 않았는데, SEES의 리더와 가까워졌더구나. "
" ... 제가요? "
" 그래, 유키 마코토. 그 녀석이 SEES의 리더지. 알지 않았던가? "
마나츠는 마코토와 친해졌다는 사실을 최대한 숨겨보려고 했었다.
하지만 타카야의 입에서 나오는 정보들은 하나같이 숨기려야 숨길 수 없었다. 어디서 만남을 가졌고, 몇 시에 만나 무얼 했으며 언제 데이트를 했고, 무슨 아이스크림을 언제 먹었는지까지 전부 알고 있었다.
마나츠 역시 숨길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으나, 직접적으로 대면하니 암담하게 느껴졌다.
그녀가 입을 꾹 다물자 웃고 있던 타카야의 얼굴이 대번에 차갑게 굳어버리더니 마나츠의 턱을 한 손으로 움켜쥐더니 자신과 가까이로 당겼다. 그 손길로 인해 마나츠의 인상이 찡그려졌다.
" 미노리. 설마... 그 녀석에게 정말로 관심을 준 건 아니겠지? "
" 내가? 그럴 리가. "
" 그래... 그렇다면 자, 이걸로 그 리더를 죽여라. "
" ... "
타카야의 손에 실탄이 들어있는 총과 나이프를 보자 마나츠의 눈이 점점 커져갔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하지 못하고 말았다. 순간적이긴 했으나, 표정이 바뀐 마나츠를 알아차린 타카야가 그녀의 손을 붙잡고 총과 나이프를 쥐여주었다.
마나츠는 자신의 손에 닿아오는 차가운 감촉에 움찔거렸다.
스트레가가 하찮은 짓이나 청소, 심부름 같은 자질구레한 건 다 시켰지만, 지금처럼 직접적으로 누군가를 죽이라고 명령하는 건 처음이었다. 마나츠가 입안에 고이는 침을 삼켜냈다.
덜컥 다가온 두려움과 무서움에 온몸이 떨리고,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타카야는 어차피 마나츠에게 세뇌를 걸어둔 상태이니 명령을 어기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인 걸 알고 있기에 마나츠가 과호흡을 하는 모습을 봐놓고도 두고서 자리를 떠났다.
" 하아... 헉, 흐윽... "
어쩌지, 마코토 선배.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한 마나츠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타카야의 명령은 자신에게 절대적인 것이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성공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결국 이렇게 되리란 걸 은연중에 깨달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마나츠는 결국 마코토를 죽이기 위해 그를 꾀어내기로 했다.
죽이라는 명령을 받은 지 이틀 정도 지나서 마코토를 나가나키 신사 근처로 불렀다. 마코토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마나츠가 부른 곳으로 나와 있었다. 마나츠는 자신의 품 안에 총을 숨기고서 마코토의 앞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마코토의 얼굴을 차마 볼 수 없었기에 등을 보인 채 대화를 이어갔다.
" 미노리. "
" ... 마코토 선배. 그거 알아요? "
" ? "
" 저, 마코토 선배를... "
마나츠는 마코토와 이야기를 하던 도중에 등을 돌렸다.
앞으로 몸을 돌리자, 마코토와 시선이 마주쳤다. 마나츠는 창백해진 얼굴로 마코토를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방아쇠를 당겨 타카야의 명령대로 죽여야 했지만, 마나츠는 차마 쏘지 못했다.
총을 움켜쥐고 있는 두 손이 파르르 떨렸다.
마코토는 마나츠가 총을 자신에게 겨누는 것에 움찔거리며 몸을 굳혔다. 마나츠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마코토가 부러웠다. 이대로 마코토를 죽이지 못한다면 분명 스트레가에게 버림받을 게 분명하고, 버림받는다면 죽을 운명이라는 건 기정사실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걸 깨닫고, 알고 있었음에도 마코토를 쏘지 못했다.
" ... 미노리. "
" 흑, 흐... 미안, 미안해요... 마코토 선배... "
" 미노리...!! "
그 사실이 너무나도 끔찍하고, 견디기 힘든 사실은 마나츠에게 패닉을 안겨주었다.
마나츠는 결국 자신의 품 안에 숨겨두었던 나이프로 스스로의 배를 찔렀다. 푹, 짧은 단말마와 함께 날카로운 쇠붙이가 마나츠의 배를 뚫고 들어갔다.
그 순간 마코토가 다급하게 달려와 나이프로 찌르려고 하는 손을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아, 마나츠의 입에서 짧은 신음과 동시에 울컥 피가 솟구쳐 올랐다.
순식간에 마나츠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주저앉았다.
그 앞으로 다가간 마코토가 어쩔 줄 몰라 하며 마나츠를 살폈다. 울고 있는 마나츠의 뺨에 손을 얹어 부드럽게 만졌다. 다행히도 아직 손끝에 온기가 남아있었다.
마코토가 휴대폰을 꺼내 911에 전화를 하려고 하자 마나츠가 말렸다.
" 마코토 선배, 제가 살아있으면... 커흑... 동료들이... "
" 말, 하지 마. 미노리. "
" 스트레가로부터 해, 를... 흡... 입을, 거예요... 그러니까... "
" 미노리, 무슨, 말이야. "
" 그러니까... 마지막... 부, 탁이에요... 고통, 하... 스럽지 않게... "
" 아니, 아니... "
" 제발... 마코토 선배... 선배 손으로... 끝내주세요... "
" ... "
마나츠는 마지막 기운을 짜내듯이 힘겹게 입을 열어 말했다.
부탁을 한다며 마나츠가 마코토의 손에 쥐여준 건 타카야에게 받았던 그 총이었다. 마코토는 총이 따뜻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마나츠가 이걸 쥐고서 상당히 고민을 한 거구나.
그는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이대로 정말 죽여야만 하는가.
겨울 중반, 아직 겨울이 머물고 있던 그날. 나가나키 신사 근처에서는 총성이 울렸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신고를 받고 온 경찰이 주변을 조사했으나, 선명하게 남은 핏자국을 제외하고 남아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해당 사건은 나가나키 지역에 미스터리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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