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차일드 타입

[HL/자컾/221224] 첫 데이트

나비의 보관함 2025. 1. 16. 22:50

 

연인이 되고 나면 가장 하고 싶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하게도 데이트다.

루이나와 앤드류는 연인이 된 이후 처음으로 하는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서로에 대한 감정을 알아차리고 연인이 되고 처음으로 가지는 데이트 시간이었다. 오전에 만나 밥을 먹고 거리를 둘러보다가 영화를 보고, 밥을 먹고 카페에 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던 두 사람의 눈에 건물 앞에 자리 잡은 크지만, 반이 투명한 상자를 발견했다.

 

" 이게... 뭘까요? "

" 안에 인형이 들어있네요. "

" 앤드류 씨, 이거... 해보지 않으시겠어요? "

" ... 좋습니다. 루이나 씨가 바라신다면. "

 

데이트 도중에 발견한 큰 상자는 인형 뽑기였다. 크기별로 모여있는 인형들을 유리관 앞에 붙어 바라보는 루이나의 모습에 앤드류는 속으로 그녀가 이런 걸 좋아한다는 걸 기억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러고는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 개찰구에 넣었다. 그러자 이상한 소리를 내던 기계가 덜컹거렸다. 앤드류는 조이 스틱 위에 LED의 숫자가 조금씩 줄어가는 걸 보고 루이나를 불렀다.

 

" 루이나 씨, 이거 30초 안에 해야 하네요. "

" 앗... 그런 가요? " 

" 루이나 씨가 먼저 하시죠. "

" 그래도 될까요? "

 

그래도 되냐는 루이나의 질문에 앤드류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줍게 웃던 루이나는 조이 스틱을 조심스럽게 붙잡고는 조금씩 움직였다. 그러자 인형들 위에 있던 집게가 흔들리며 움직였고, 큰 인형 위에 멈추었다.

루이나가 조이 스틱 옆에 있는 빨간 버튼을 누르자 기이잉하는 큰 소리를 내며 집게가 내려가 인형을 집었다. 집게가 인형을 들어 올리는 순간 루이나는 눈을 반짝거렸다.

그때 삐로롱 소리를 내더니 집게에서 인형이 떨어졌고, 루이나의 표정 역시 시무룩해졌다. 아직 한 번 더 남았다며 앤드류는 루이나를 다독여 주었고, 한 번 더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인형을 뽑지 못했다. 인형을 뽑지 못해 시무룩해진 루이나를 보던 앤드류는 다시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 개찰구에 넣고 자신이 조이 스틱을 잡았다.

 

" 저 인형인 거죠? "

" 네? 네! "

 

루이나가 원하는 인형을 뽑아주겠다는 마음으로 조이 스틱을 신중하게 움직였다.

몇 번 흔들거리던 집게는 루이나가 집었던 인형을 잡고 당겼다. 인형은 그 상태로 출구까지 오는가 싶더니 반동으로 인해 툭 하고 떨어지고 말았다. 그 순간 루이나의 얼굴에 비친 실망감을 읽은 앤드류는 조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마른침을 꿀꺽 삼켜내고 마지막으로 남은 기회를 신중하게 쓰기로 했다. 아슬하게 출구에 걸쳐진 인형을 잡아 미는 식으로 집게를 움직이자 인형은 빠르게 출구로 들어갔다.

덜컹하는 소리가 들리자 앤드류는 루이나를 보았다. 환한 표정으로 웃어주는 그녀의 미소에 앤드류는 속으로 자신도 웃었다.

 

" 자, 루이나 씨. 선물입니다. "

" 고마워요... 앤드류 씨. "

 

앤드류는 허리를 숙여 인형을 꺼내 루이나의 품에 안겨주었다.

제 몸 정도로 큰 인형을 끌어안고는 행복하게 웃는 루이나의 모습에 앤드류는 만족했다. 루이나는 저를 위해 인형을 뽑아준 앤드류에게 고마워 발끝을 올리고 고개를 내밀어 앤드류의 뺨에 짧은 입맞춤을 해주었다. 자신이 하고도 부끄러웠던 모양인지 인형 뒤로 숨기까지 했다. 앤드류는 루이나가 입 맞춰 온 뺨을 어루만지며 잠시 멍하니 그녀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루이나의 손을 잡았다. 그러고는 앤드류 역시 허리를 숙여 루이나의 뺨에 짧은 입맞춤을 한 후 빨개진 그녀를 보았다. 새빨갛게 얼굴이 물들어버린 루이나는 앤드류를 보며 입술을 벙긋거리기만 할 뿐, 다른 말을 하진 못했다.

 

" 이제 가죠, 루이나 씨. "

" 네, 네... "

 

앤드류는 붙잡은 손을 이끌어 루이나와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인형에 빨갛게 물든 얼굴을 묻은 채 앤드류의 발걸음을 따라 걸었다. 부끄럽긴 하지만 기분 좋은 데이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