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택은 자신의 집 옆으로 새로이 이사를 오게 된 사람이 있다는 걸 확인했다.
옆집으로 이사 온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색의 머리카락을 가졌고, 조금 맹해 보이는 표정을 가진 여자아이라는 걸 알게 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아무래도 옆집이다 보니 종종 얼굴을 비추었고, 안부를 건네기도 했다.
그녀와 가깝게 지낼 거라는 예상은 전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은 언제나 깨지는 것이던가, 몇 달이 흘렀을 때였다. 그녀의 이름조차 모르는 상태였지만, 비 오는 날에 집 앞에서 울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비가 오고 있었지만, 맥택은 그녀가 울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뺨을 타고 흐르는 게 눈물인지 빗물인지 알 수 없었지만, 직감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감기에 걸릴 텐데. 집에 안 들어가는 이유가 있나? "
" ... "
" ... 답을 하지 않으면 도와줄 수가 없는데. "
" ... 흑... "
맥택은 창가로 보이던 그녀의 뒷모습에 우산을 챙겨 나와 그녀의 앞에 섰다.
이미 젖은 상태였지만, 우산을 씌워주며 말을 걸었다. 그의 낮은 음성이 빗소리에 묻힐 수도 있었지만, 그녀의 귀에는 맥택의 말이 제대로 들렸다. 하지만 답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힘든 탓에 입을 열기가 힘들었다.
그녀는 대답 대신 울음으로 보여주었다.
맥택은 갑자기 우는 그녀를 보며 살짝 당황하고 말았다. 당황한 기색을 숨기고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대로 두고 가기엔 마음에 걸렸고, 그렇다고 이유를 캐묻자니 눈물이 멈추지 않아 답을 하기 힘들어 보였다.
어쩔 수 없는 이유를 생각하며 힘들어 보이는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 후윽, 흑... "
" ... 다 울고 나서든 우는 이유를 알려줬으면 좋겠군. "
" 흐... "
맥택은 그녀의 집을 힐끔 보다가 굳게 닫혀있는 문에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다.
의도치 않은 초대가 되었지만, 그는 그녀에게 수건을 건네주며 욕실을 안내해 주었다. 눈물을 그치지 않아서, 너무 서럽고 애달프게 우는 그 모습이 이상하게 신경 쓰이게 했다.
현관 입구에서 맥택이 주는 수건을 받던 그녀는 울컥 감정을 쏟아냈다.
무엇이 그리 힘든 건지 말도 해주지 않으니 갑갑한 건 맥택뿐이었다. 맥택은 도와주려고 했을 뿐이지, 보호자가 될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도와주는 게 결국 보호자를 자처했던 모양이다.
눈물을 그친 그녀가 샤워를 하고 나왔고, 자신이 씻는 사이에 잠들어버린 그녀였다.
" ... 보호자가 되어 버리고 말았군. "
그는 어쩌다 보니 보호자가 되어버린 것에 대해 그리 나쁘지 않은 듯 그저 수긍했다.
어쩌면 이렇게 되리라는 걸 은연중에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맥택의 성격상 그는 모든 것에 무심했고, 그건 그녀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맥택이 그녀의 보호자가 된 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두 사람의 일상은 언제나 엇비슷했다. 대화를 하다가 그녀가 틱틱거리면서 화를 낼 때면 무심한 맥택의 성격상 조용히 맞받아쳤고, 그것이 크게 퍼져 항상 투닥거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 다툼의 끝은 그녀가 토라지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 ... 너무해요. 자주 만나고 싶을 뿐인 건데. "
" 일이 있어서 못 보는 거라고 했잖나. "
" 그것도 그렇지만... 한 번쯤은 보러 와도 된다고 해도 되잖아요. "
" ... 하... "
" 진짜 너무해요! "
대화의 주제는 종종 보고 싶으면 맥택의 집으로 찾아와도 되느냐였다.
맥택은 지금도 가끔 오는 주제에 종종이라고 하면 얼마나 올지 뻔했기에 일이 있어서 자주 보지 못한다며 거절했다. 그의 거절에 그녀가 너무하다며 볼을 부풀려왔다.
그는 그간 그녀와 대화를 나누면서 맥락상 지금 그녀의 행동이 토라졌다는 걸 뜻하는 것을 알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왁 소리를 치며 팔짱을 끼면서 맥택과 등을 지며 앉았다. 몸을 완전히 돌려 시선조차 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맥택은 가끔 어린아이처럼 보이는 그녀의 행동을 볼 때마다 짧은 한숨이 나왔다.
그렇다고 해서 그 행동이 마냥 짜증이 난다거나 싫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맥택은 모든 게 무심했다. 관심이 거의 없다고 해야 하나.
" 왜 또 그러나, 이것 봐. 일이 끝나고 나면 볼 수 있잖아. "
" 흥! "
" ... 일을 할 때를 빼곤 종종 와도 괜찮다고 허락하지. "
" ... 정말요? "
" 내가 거짓말하는 것 봤나? "
" 아니요! "
맥택은 짧지만, 상당히 묵직한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토라진 그녀를 어떻게든 풀어주기 위해서 이런저런 말을 내뱉었다. 처음에는 내뱉은 말 중에 자신의 자유 시간을 지키려고 노력했으나, 그게 통하지 않게 되자 다른 조건을 내걸었다.
일할 때를 제외한 다른 시간은 종종 봐도 괜찮다고 하니 그녀가 되물어왔다.
맥택이 반문하는 그녀의 말에 진실을 담아 말했다. 그러자 아니라고 답하던 그녀가 부풀렸던 공기를 빼내고 화사하게 웃었다. 그녀의 웃음을 보고 나서야 맥택은 안심한 듯 앉아있던 소파에 등을 기댔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두 사람의 대화는 주로 이런 식이었다.
" 음... "
" 왜요? "
" 아무것도. "
문득 맥택은 이게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짧게 침음하는 소리를 내자 쿠션을 끌어안고 있던 그녀가 무슨 일이 있냐는 듯이 물어왔다. 맥택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맥택은 턱을 괴고서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그녀를 보자마자 손에 힘이 풀렸다.
맥택은 짧은 한숨과 함께 생각하는 걸 포기하기로 했다.
이미 감길 대로 감겨버린 상황에서 밀어낸다고 해서 밀어내질 것 같지 않은 존재가 만약 사라진다면, 곁에 없다면. 상당히... 맥택은 앞에 놓인 컵을 들어 미지근한 물을 마셨다.
생각할 가치조차 없는 내용이었다.
" 그런데요. 종종 보러 오는 거... 언제든지 괜찮으세요? "
" 일할 때만 아니라면. "
" 그래요? "
" 그렇다고 일할 때 오지 말고. "
그녀의 말에 맥택이 콕 꼬집듯이 말했다.
그러자 그녀가 화사하게 웃었다. 그 웃음 속에 작은 장난을 맥택은 알고 있었다. 처음 봤을 때, 맹해 보이던 사람이 이젠 제법 장난도 치려고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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