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차일드 타입

[HL/드림/240828] エスティニアンバリノのために。

나비의 보관함 2025. 2. 10. 01:42


에스티니앙 발리노를 위하여.

 

 

 

에스텔 루체리아는 최근에 고민이 생겼다. 

 

비교적 최근에 생겨난 이 고민은 에스텔을 틈만 나면 괴롭혔다. 밤새 잠을 재우지 않을 때도 있었고, 미치도록 심장을 뛰게 해 일에 집중을 하지 못하게 할 때도 있었다. 

 

이 고민이 언제 생겼냐 하면, 며칠 전 고민의 원인인 에스티니앙과 함께 길을 걸으면서 생겨났다. 

 

약혼까지 생각하고 있다던 그의 말은 에스티니앙이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말인 것 같았다. 처음에는 에스텔도 그가 힘들어서 내뱉는 헛소리일 것이라고 판단했었다. 

 

하지만 주변에서 알려주길 무의식에서 나오는 말이야말로 가장 본능적인 말이라고 하는 걸 들었다. 

 

 

 

 

 

" 그래, 무의식에서 나오는 말이야말로 진심일 가능성이 농후하지. "

 

" 정말? "

 

" 그렇고말고. "

 

 

 

 

 

아는 이가 몇 없는 에스텔이기도 했지만, 혼자 고민해 봤자 풀리는 게 없으니 결국 고민을 풀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새벽의 혈맹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다녔다. 돌아오는 답은 항상 똑같았다. 무의식에서 나오는 말이 진심이 아닐 리 없다는 것. 그들의 답이 에스텔의 고민을 더욱 가중시켰다. 

 

그날 이후로 에스텔은 혼란스러웠고, 복잡한 마음에 일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더욱이 에스티니앙이 평소처럼 스킨십을 해오는 것조차 모두 의미를 담아두게 되었다.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게 되고, 의미를 부여하며 심장이 두근거려왔다. 

 

에스텔은 뒤늦게서야 이것이 에스티니앙의 노림수였다는 걸 깨달았다. 

 

 

 

 

 

" 에스티니앙, 솔직하게 말해. "

 

" ... 뭘? "

 

" 야, 약혼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거... 장난이지? "

 

" 넌 내가 너에게 그런 걸로 장난을 치는 사람으로 보이는 건가? "

 

" 어, 어? 그건... "

 

 

 

 

 

결국 에스텔이 할 수 있는 건 에스티니앙에게 찾아가 솔직하게 물어보는 게 전부였다. 

 

그녀는 차라리 그의 입에서 장난이었다고 말해주길 바랐다. 그래야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고, 에스티니앙과 함께 하는 시간이 어색하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바람과는 달리 전혀 다른 말이 흘러나왔다. 

 

에스텔의 말에 에스티니앙이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에스티니앙의 표정에 에스텔이 움찔거리며 주춤 뒤로 물러났다. 그의 반응에 에스텔이 상당히 당황했다는 걸 다른 사람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였다. 

 

에스텔은 그의 말이 마치 정말로 진심이었다는 것 같아서 혼란스러웠다. 

 

 

 

 

 

" 하, 하지만 우린 가족인데... "

 

" 가족이지. 후천적인. 선천적인 가족은 아니지 않나. "

 

" ... 그것도 그렇지. "

 

 

 

 

 

에스티니앙의 말에 에스텔은 심장 한편이 욱신거려오는 게 느껴졌다. 

 

그의 말이 맞는데 어째서 따끔거리는 통증이 느껴지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옷자락을 움켜쥐며 눈동자를 굴렸다. 이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화재전환이라도 하기 위해 무슨 말이라도 꺼내야만 했다. 

 

아까부터 계속해서 욱신거려오는 감각은 애써 무시하기로 정했다. 

 

 

 

 

 

" 아니면 에스텔, 네 성격에 연애나 결혼할 상대는 있는 거고? "

 

" 뭐?! 닥쳐! 그게 여기서 왜 나오는 건데! "

 

" 그러니까 약혼까지 생각한다는 거지. "

 

" 무슨 상관이 있다고... "

 

 

 

 

 

에스텔이 어색하게 굴고 있는 모습에 에스티니앙이 먼저 말을 돌렸다. 

 

그의 말에 울컥 화가 난 에스텔이 버럭 소리쳤다. 그런 에스텔의 모습에 평소처럼 돌아왔다 생각한 에스티니앙이 뒤이은 설명을 붙였다. 에스텔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그게 정말 상관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된 생각이 굴러가지 않으니 엉뚱한 곳으로 생각이 튀었다. 

 

에스티니앙은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에스텔을 내려다보고는 여전히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에스텔은 혼란스럽다는 표정으로 그를 보며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 상관 있지. 가족이니까 책임져야지. "

 

" 그, 그런가? "

 

" 그렇지. "

 

 

 

 

 

그렇구나, 결국 에스텔은 제대로 된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의 말에 넘어가 버리고 말았다. 

 

무엇보다 에스티니앙이 자신에게 거짓말을 할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식사를 하고 잠들기 전, 에스텔은 다시 생각해 보니 가족이니까 책임진다는 말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날 잠들기 전에 에스텔은 자신의 한심함에 이불의 먼지가 다 털릴 정도로 걷어차고 나서야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