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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드림/240219] 서사/캐빌딩

나비의 보관함 2025. 2. 6. 01:17


서사

 

 

1. 사이비 종교 생활 당시의 이야기

 

이노랑은 태어나고 그가 기억하는 첫 순간부터 사이비 종교에 속해있었다.

태어나기를 그곳에서 태어나 처음에는 한 치의 의심조차 하지 못했었다. 자신이 믿고 있는 신이 없다는 것과 종교의 사상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그저 믿음 하나뿐이었기에.

무엇인가 계기가 되어 신의 존재와 종교의 사상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이노랑은 그것을 깨닫기 전에는 한낱 평범한 신도와 다름없었다.

그저 종교의 사상에 미쳐있을 정도의 상태였을 뿐이었다. 

 

 

" 노랑아, 기도드려야지. "

" ...네. "

 

 

이노랑은 신도의 아이 중에서도 유달리 독특한 케이스였다.

모두 차분하고, 냉정하며 생각이 깊은 반면 주주이노랑은 충동적이었고 단순했으며 유난히 멍하게 있는 일이 잦았다.

노랑의 인간성이 자리 잡기 전, 교주가 노랑을 보며 신의 대리라고 칭하며 그를 치켜주었다.

그렇기에 기도 시간이 되면 언제나 교주보다 높은 자리에 앉아 모두의 기도를 받는 것이 이노랑의 일이었다.

주이노랑은 자신의 눈앞에서 일제히 절을 하며 절규하듯 외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항상 생각했다.

언제나 같은 일상, 지루하기에 짝이 없는 평범한 하루.

따분하디따분한 하루하루가 지겹게만 느껴지고, 자극적인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랑이 남들이 하자는 걸 거부한 적은 없었다.

 

 

" 노랑아, 네가 신의 대리라는 게 이 엄마는 기뻐. 앞으로도 잘할 수 있지? "

" ... 응, 엄마. "

 

 

이노랑에게 있어 두렵지 않은 아버지의 폭력에서부터 구해준 이는 어머니였기에, 그녀가 원하는 것이라면 모두 들어주었다.

아버지의 폭력은 전혀 두렵지 않았으나, 자신을 지켜주려고 한 어머니의 존재가 기꺼웠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바람이 모두의 말을 들어주고 해주길 바랐기 때문이었다.

이노랑은 그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무엇인가 계기로 인해 깨져버린 신의와 믿음은 돌이킬 수 없었다. 한 번 무너진 신념을 수복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듯, 이노랑 역시 그러했다.

처음, 자신이 신의 대리자가 아니라는 것에 많이 좌절했었다.

이노랑의 모든 신념과 믿음이 사라지고 나서야 그는 자신이 존재했던 그곳을 벗어나 밖으로 나가기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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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탈출 계획과 탈출 당시의 이야기

 

이노랑이 탈출을 결심하게 되기 1년 전의 일이었다.

평화로움 속 사소한 뒤틀림을 알아차렸던 이노랑은 이상함을 느꼈고, 그 이상함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한 가지 행동을 보였다.

 

 

" 어떻게 너 같은 놈이 신의 대리자겠어? "

" ... "

" 매일같이 멍때리기나 하고, 제대로 하는 것도 없는데!! "

 

 

1년간 이노랑은 일부러 기도를 드리지 않았고, 무엇 하나 하지 않았다.

그런 그를 보며 불만이 생긴 어린 신도가 이노랑에게 따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처음 그 불만이 하나 쌓이자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넷이 되어 버렸다. 쌓이고 쌓인 것이 터져버려 쏟아져 나왔다.

처음에는 묵묵히 지켜보기만 하던 이노랑이었다.

하지만 이내 얼마 가지 않아 어린 신도가 내뱉은 말에 이성이 끊어진 듯 주먹을 휘둘렀다.

 

 

" 네가 그러니 부모가 없는 거야! 지금 네 부모가 가짜라는 건 알아? "

" ... "

 

 

그 두 사람의 일이 집단 안에서 퍼졌고, 처벌받는 것은 어린 신도였다.

누가 보아도 얻어맞고 억울한 사람은 어린 신도였으나, 어린 신도의 위치는 한없이 낮았고, 이노랑의 위치는 교주보다 더 위에 있는 신의 대리자였으니까.

상처 하나 없는 이노랑의 얼굴과는 달리 어린 신도의 얼굴은 피떡이 되어 있었다. 사형이라는 처벌을 받게 된 어린 신도의 처절한 표정에도 이노랑은 죄책감도, 자책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무감한 표정으로 어린 신도를 보기만 할 뿐이었다.

 

 

" 신의 대리자를 건든 배신자에게 처벌을. "

" 처벌을!! "

" ... 

"" 주, 죽기 싫어요! 제가 잘못했어요! 잘못, 아악! "

 

 

어린 신도가 저로 인해 죽어 나가고 있음에도 이노랑은 여전히 무감했다.

처벌하자고 외치는 신도들이나 처벌을 하라고 하는 교주나, 저를 챙겨주지 않는 부모들이나. 그들의 말을 따라 어린 신도를 처벌하고 있는 자신이나. 

모든 것이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하지만 어린 신도의 말이 이노랑의 안에서 작은 불티를 피워냈다.

작은 의심은 곧 걷잡을 수 없이 커다랗게 번져갔고, 커진 의심은 사실 확인까지 나섰다.

자신이 생각했던 신념, 존재의의, 믿음, 종교의 사상.

이노랑이 자신의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게 돼버리기 직전에 누군가 그를 찾아왔다. 찾아온 이유는 어린 나이에 험한 취급을 받고 자라는 이노랑이 측은하다며 구하기 위해 다가온 남자였다. 

그 사람과 함께 이노랑은 탈출 경로를 잡았다.

생각보다 경비가 삼엄하고 서로를 경계하며 감시하는 탓에 탈출 경로를 잡는 것이 쉽지 않았다.

거기다 두 사람 모두 내부에서만 생활했기에 밖의 지리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 노랑ㅇ... "

" 하나만 물어볼게요. 한 번이라도 절... 자식이라고 생각하셨던가요? "

" 그게 무슨 소리니? 너는 누가 뭐래도 내 자식이야. "

" ... 거짓말. "

 

 

탈출 경로를 잡는 도중에 이노랑은 자신의 출생을 알게 되었다.

그 모든 진실에 충격을 받았던 이노랑은 충동적으로 푸주칼을 들고서 어머니라 불렀던 존재를 찾아갔다. 이노랑의 등장에 그를 부르려던 여자는 이노랑의 손에 들린 칼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이노랑은 자신의 물음에 고민도 없이 떠는 목소리로 답하는 여자의 모습을 보았다.

그녀의 표정과 말투에서 거짓을 읽은 이노랑은 눈물을 흘렸다.

조용히 흐르는 눈물이 그가 얼마나 상처받았는지 알려주었다. 정작 이노랑이 그것을 자각하지 못했지만.

자신의 어머니였던 여자를 죽이는 것으로 이노랑의 첫 범죄였다.

 

 

" 꺄아아악!! 시, 신의 대리자께서...!! "

" ... "

 

 

한 신도가 그 장면을 보고서 비명을 지르자, 신도들이 달려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노랑은 멍하니 있었고, 그 상황을 알아차린 남자가 이노랑의 팔을 붙잡고 달렸다. 두 사람은 뒤를 보지 않고 당장 달려 자신들이 정해두었던 탈출로를 이용하기로 했다.

이노랑은 어느새 중반까지 달려오고 나니 숨이 턱 아래까지 차올랐다.

 

 

" 헉, 허억... "

 

 

이노랑은 생각했다.

자신이 실수했다고.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탈출하는 건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충동적인 성격 탓에 일을 그르치고 말았다.

이노랑은 속으로 계획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험난한 숲속을 파헤쳐 나갔다.

마을에서 탈출 루트를 통해 나오는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그 뒤가 문제였다. 밖으로 나와본 적 없었던 두 사람이었기에 처음 보는 숲속을 무작정 달려 앞으로만 걸어갈 뿐이었다.

그저 저 집단과는 거리가 먼 곳으로 향해.

달리는 동안 나뭇가지가 긁혀도, 나무 기둥에 걸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났다. 살기 위한 일념 하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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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백호군과 만나 이야기

 

비록 다치긴 했지만, 살아서 숲을 벗어났다.

이노랑이 숲 밖으로 벗어날 수 있었던 건 도와주었던 남자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 번 신도들에게 붙잡힐 뻔 했을 때, 그가 나서 이노랑을 도와주었다. 

 

 

" 이노랑! 달려! 살아남기 위해 달리는 거야! "

" 아저씨...!! "

" 이 배신자들...!! 배신자들을 처단하라!! "

 

그 남자가 이노랑의 뒤를 막아주며 신도들의 공격을 대신 맞아주었다. 

그탓에 남자는 죽었지만, 이노랑은 안전하게 숲을 벗어날 수 있었다. 숲을 막 벗어났을 때, 광활하게 비추는 햇빛이 이노랑의 몸을 감쌌다.

그때 그는 따스함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이 지독하고 지루했던 집단에서 벗어났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다.

쫓아오던 신도들이 사라지고 난 뒤 안도감인 건지 다리에 힘이 풀린 이노랑은 그대로 기절하듯 잠들어 버렸다. 허허벌판에 홀로 버려지듯 남겨진 이노랑을 구한 건 다름 아닌 백호군이었다.

난생처음 보는 사람이었지만, 사람이 위험했기에 구해야 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처음 만나게 되었다. 정작 한 사람이 정신이 없긴 했지만.

백호군은 이노랑을 데리고서 자신의 아지트로 데려왔다.

 

 

" 으음... "

" 일어났나? "

" ?! 너, 누구... 윽... "

" 방금 상처를 치료했으니 무리하지 말도록. "

" ...?? "

 

 

이노랑이 정신 차렸을 때 보였던 건 낯선 천장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나뭇판자로 이루어진 허름한 천장. 누가 이런 곳에서 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곁에 아무도 없어야 할 텐데 들려오는 목소리에 놀란 이노랑이 벌떡 일어나며 경계하려고 했지만, 엄청난 통증에 그마저도 하지 못했다.

도망치면서 생겨난 자잘한 상처와 부상이 축적되었던 모양이었다.

정신을 차린 노랑은 자신의 상태를 살폈다. 여기저기 붕대를 두르거나 반창고를 붙인 모습에 목소리의 주인을 보았다.

어둑한 방안이라 자세히 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자신을 구해준 은인이었다.

궁금한 건 여전해서 빤히 보고 있는 시선은 다른 곳으로 옮길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 이건 죽. "

" 너무 어두운데. "

" 아. 잠시. "

 

 

죽이라며 내밀어진 것이 어두워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이노랑은 목이 비쩍 말라 말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았지만 힘겹게 내뱉으며 말했다.

건조하게 갈라지는 목소리에 남자는 일어나더니 불을 켜주었다.

갑자기 팡하고 켜지는 형광등은 그마저도 밝은 빛이 아닌 아른거리는 빛이었다.

끔뻑거리며 꺼졌다가 켜지길 반복하며 이상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아슬한 빛줄기 사이에서 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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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백호군에게 생긴 감정을 느끼게 되고 고백하는 이야기

 

이노랑이 백호군에게 도움을 받아 살아난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이노랑은 자신에게 있어 평범하다고 느꼈던 일상들이 전부 거짓이었고, 더 평화로운 일상이 있다는 걸 배워갔다.

백호군이 보여주는 일상이 너무나도 부러울 정도였다.

백호군은 아무것도 모르는 이노랑의 모습에 의문이 들었지만, 끝까지 모른 척했다. 모를 수도 있겠지. 라고, 생각하며.

 

 

" 이건... 어떻게 하는 거라고? "

" 이건 이렇게. "

 

 

이노랑은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양치부터 시작해 청소, 빨래, 설거지 등등 생활에 있어 필수라고 하는 것들을 전혀 할 줄 몰랐다.

그래서 백호군이 이노랑의 곁에서 하나하나 알려주었다.

공부라는 것도, 학교의 존재도 모르는 이노랑을 은광고에 입학하는 걸 도와준 사람도 백호군이었다.

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공부를 도와주기도 했다.

그런 과정에서 이노랑이 백호군에게 반하지 않을 방법따윈 없었다. 점점 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이노랑은 고백하지 말아야지, 생각하고 있다가도 이따금 튀어나오는 고백에 정작 자신이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 ... 좋아해. "

" 뭐라고? "

" 아, 아니야! 아무것도!! "

 

 

그렇게 이노랑이 얼굴이 빨개진 채 도망이라도 가버리면 남겨진 백호군이었다.

처음에는 의문을 몰랐으나, 백호군의 감정이 변하면서 점차 달라졌다. 자신의 감정을 부정할 때는 묵묵히 있기만 했을 뿐이었지만 인정하고 난 이후에는 덩달아 자기까지 얼굴을 붉혀냈다.

백호군이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인정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야 매일 보는 얼굴이 이노랑이었으니까.

그렇게 두 사람이 긴 시간 동안 함께하면서 여러 일들이 있었다. 그래도 딱히 누가 먼저 나서서 고백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는데, 2학년 때의 일이었다.

백호군이 유달리 조의신과 가까운 모습을 보게 된 이노랑이 결국 참고 있던 고백을 내지르고 말았다.

 

 

" 조, 좋아해...! 나랑... 나랑 사귀자. "

" ... 어? "

 

 

갑작스러운 이노랑의 고백에 백호군은 당황하고 말았고, 제대로 된 답을 주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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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빌딩

 

1. 이노랑의 사이비 종교 과거 생활과 탈출

 

사이비 종교, 흔하게 알려진 종교와는 다르게 독특한 것을 삼거나 혹은 반사회적, 반인륜적 행동을 하는 단체를 말한다.

노랑이 부모라고 생각했던 작자들은 사실 그의 친부모가 아니었으며 그 단체에서 어릴 적의 노랑을 납치한 것이다. 워낙 기억조차 나지 않는 어릴 적이라 노랑이 기억하지 못할 뿐.

노랑의 부모 중 아버지는 그에게 두려움과 무서움을 심어주었고, 어머니는 아버지에게서 지켜주는 존재, 말을 잘 들어야 하는 존재로 인식시켰다.

노랑은 태어나자마자 사이비 종교에 완전히 세뇌당한 것이었다.

거기다 다른 생각을 하지도 못하게 교주가 노랑을 신의 대리자로 칭하게 되면서 노랑이 다른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했다.

사이비 종교인들은 노랑의 앞에서는 신실한 신도인 모습을 보이며 성실히 기도를 올렸지만, 실상은 그러지 않았다.

누구보다 반인륜적이었으며 인간성이라고는 추호도 찾기 힘들었다.

납치는 물론, 폭력과 강간을 일삼는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사이비 종교 중에서도 유독 풍족하고 평화로운 종교로 유명했다.

노랑의 존재 덕분에 신도 또한 매년 몇백 명은 우스울 정도로 유입되었을 정도였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노랑이 탈출을 계획하게 되고, 모의의 사건으로 인해 신의 대리자에서 배반자로 떨어지게 되었다.

그 탓에 노랑은 탈출하게 되는 동안 계속 쫓기게 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사이비 종교가 워낙 폐쇄적이고 산속에 위치 해 있다 보니 노랑의 탈출은 쉽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안에서 생활했으며 밖을 한 번도 나가보지 않은 사람이었기에 밖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몰랐다.

이후 먼 미래의 노랑에게 있어 그가 한 유일한 실수가 이때였다.

노랑은 숲속을 파헤치며 쫓아오는 신도들을 피해 무작정 달릴 수밖에 없었다. 여기저기 상처가 나도, 나뭇가지에 다리가 걸려 넘어지더라도 얼른 일어나 달려야만 했다.

살아남기 위해서.

노랑은 숲을 벗어나고 나서 자신을 비추는 햇빛을 보고 나서야 자신이 그곳에서 벗어났다는 걸 실감했다.

광활하게 비추는 햇빛 탓인지 아니면 숲의 바깥이었던 탓인지 알 수 없지만 쫓아오던 신도들은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노랑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기절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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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어쩌다가 두 사람이 만나게 되었는지

 

이노랑이 기억했을 때, 백호군을 처음 봤던 날은 도망쳤던 그날이었다. 자신의 인생에 있어 가장 후회되고 실수가 되었던 날.

하마터면 목숨이 위험했던 날이기도 했다.

그날 백호군이 지나가다가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이노랑은 정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이노랑에게 있어 백호군은 생명의 은인이자 첫사랑이다.

백호군에게 있어 이노랑의 첫 만남은 허허벌판에 홀로 쓰러져 있던 그의 모습이었다. 여기저기 잔뜩 다친 상태에서 쓰러져 있는 모습은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듯해 보였다.

처음에는 불쌍한 녀석이었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저 두고 갈 수 없었다. 백호군의 입장에서 이노랑의 인상은 불쌍한 녀석이었지만, 그다음은 친구였다.

가랑비에 옷 젖는 모른다는 속담이 있듯, 백호군에게 이노랑이 그러했다. 처음에는 그저 친구였지만 점점 스며들어왔다.

백호군은 이노랑에게 처음 만났을 때를 알려주지 않았다.

그저 스쳐 가듯 만나게 될 인연이었을 수도 있었지만, 백호군이 지나치지 않았던 덕에 백호군과 이노랑의 인연이 이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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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서로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

 

이노랑이 백호군에게 처음에는 그저 고마움을 느꼈지만, 그라면 자신의 감정을 전해도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저 백호군이라면.

처음에는 고마움, 그다음은 우정이었다.

우정이 점차 변질되어 애정이 되고 말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여는 것에 주체하지 않았기에 변하는 것은 없었다.

우정으로서의 애정도, 사랑으로서의 애정도 전부 좋았기에.

두 사람은 친구로 지냈지만, 그사이에 묘한 기류가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우정이었지만, 서로 감기게 된 이후로는 은근한 애정을 보였다.

처음에는 낯설어했으나 서로의 감정을 어느 정도 알아차린 이후에는 어색함이 전혀 없었다.

서로 고백하지 않았을 뿐, 서로를 향한 감정은 비슷하면서도 같았다. 지금의 시점으로 보자면 서로 말하지 않은 채 각자의 감정을 가지고 있을 때이다.

둘 중 감정을 부정한 사람은 백호군이었다.

이노랑은 가호로 인한 저주 때문에 감정에 대해 당연하게 느꼈지만, 백호군은 당연하게 느끼지 못했다.

백호군은 한동안 자신의 감정 때문에 힘겨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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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은광고 동급생들과의 생활

 

이노랑이 은광고에 입학했음에도 그는 제대로 등교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낯선 주변과 많은 사람들 앞에 다시 섞여야 한다는 거부감이 컸지만, 이후에는 백호군과 함께 있는 것이 더 좋았기에 등교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1학년 초반에는 오후에 잠깐 등교하긴 했지만,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출석조차 하지 않았다.

그나마 2학년이 되고 2학기에 백호군이 등교를 하게 되면서 함께 등교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조의신을 포함한 모든 학생들과 선생님을 경계했으며, 오후에만 등교하거나 아예 하지 않은 날이 많았던 탓에 아는 사람이 백호군 뿐이었다.

조금이라도 기억나는 사람은 다른 반으로 배정된 것도 있었다.

2학년으로 올라가고 처음으로 백호군과 2학기에 등교를 했지만, 이노랑은 한 달 동안 백호군의 곁에 붙어 다니듯 생활했다.

그나마 0반에서 아는 사람, 혹은 가까운 사람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2학기가 되어 첫 등교를 했을 때 친절하게 대해주었던 조의신이 있었다. 대부분 백호 군과 함께하긴 했지만, 아주 가끔 조의신의 곁에 있기도 했다.

남들이 하는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내진 못했지만, 이노랑의 입장에선 나름 평범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기도 했다.

잘 웃지 않는 이노랑이지만 백호군과 조의신의 앞에선 가끔 웃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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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에피소드 

 

 

어쩌다 보니 이노랑에게 인어의 가호가 있다는 걸 듣게 된 0반의 학생들은 이노랑에게 노래를 불러 달라고 청했다.

하지만 자신의 노래 실력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던 그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 단호함에 모두가 넘어가려고 했으나, 백호군을 꼬드겨 이노랑에게 노래를 시키게 했다.

결국 백호군의 부탁에는 이기지 못한 이노랑은 노래 한 소절만 불렀다. 노래가 끝나고 모두가 바닥에 쓰러진 모습을 본 이노랑은 그때 그 시절의 무감한 표정으로 모두를 내려다보았다.

피식 입꼬리를 올리자 지켜보고 있던 조의신은 생각했다.

자신보다 수상한 표정을 잘 짓는 녀석은 처음이라고.

그날 이후 0반 학생들은 그 누구도 이노랑에게 노래를 불러달라고 청하지 않았다.

이노랑과 가장 가깝던 백호군과 그나마 친하던 조의신 마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