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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느덧 무더운 여름이 되었네, 아이조.
나는 지금 탐정사무소에서 소장 자리를 맡게 되었어. 도쿄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상태가 되었거든.
너는 시코쿠에 있겠지? 시간이 되어 도쿄에 오게 된다면 탐정사무소에 한 번 들러.
너도 알다시피 탐정의 일이라는 게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땐 여유롭지만, 그렇지 않을 땐 매우 바쁘다는 거 알지? 네가 오는 시간이 내가 여유로운 시간대였으면 좋겠네.
오늘은 비교적 한가한 편이야. 도쿄에서 자리 잡고 있긴 하지만, 바로 바쁜 시간을 보내진 않더라고.
내가 지금 자리 잡고 있는 사무소라던가 일상이라던가 너에게 보여주고 알려주고 싶어.
그러니 한 번 시간을 내어 도쿄에 놀러 와.
식사와 잠자리는 뭐... 어떻게든 마련해 볼게. 다른 녀석들보단 너 혼자 오게 된다면 말해.
물론 네가 혼자 올 리가 없겠지만, 그래도 만약의 일이라는 게 있으니까.
아, 편지를 더 길게 쓰고 싶었는데 지금 손님이 찾아왔어. 행색을 보니 꽤 부유한 사람인 것 같아. 열심히 일해서 네가 도쿄에 왔을 때 맛있는 걸 사줄 수 있도록 노력할게.
2.
저번 편지 이후로 오랜만이네. 사무소의 일은 넉넉하게 진행하고 있어.
자리는 완전히 잡았고, 일은 수시로 들어오고 있는 편이야. 문득 시코쿠의 사람들이 생각나서 편지를 써봤어. 타사부로 영감이라든가, 젠키치와 이요라든가 동포들의 안부를 물어보고 싶어서.
다들 잘 지내고 있지?
어린 시절 같이 놀았던 곳 기억해? 요즘 맡은 일 중에 어린애들이 조금 섞여 있어서 그런지 너와의 추억이 조금씩 떠올라. 어릴 때는 그렇게 놀았는데~라는 회상 말이야.
우리 둘 다 우동보다는 소바를 좋아해서 같이 소바를 먹었던 건? 그걸 숨어서 먹었던 건 기억해? 어른들에게 들킬까 봐 싶어서 소바를 몰래 숨겼던 장소도 떠오르더라고. 뒷산에 있던 우거진 풀숲 기억해? 그 길을 따라나서면 이어지는 공간이 있었지. 아지트로 만들겠다고 막 꾸몄던 기억도 나.
어른들에게 들킬까 봐 소바를 책으로 바꿔서 책장에 숨겼던 것도 떠오르더라고. 학교에 가 있는 동안 소바로 다시 바뀌는 바람에 결국 들켜버렸지만 말이야.
오늘 점심으로 소바를 먹었는데, 어릴 적에 먹던 그 맛이 아니더라?
소바를 딱 먹는데 첫맛이 기억하고 있던 것과 달라서 조금 당황했달까... 그래도 다 먹어 치우긴 했는데, 먹으면서 그 생각이 나더라고. 아이조, 너는 언제 도쿄에 한 번 올라올 생각이야?
나도 시간에 여유가 된다면 시코쿠로 한 번 내려갈게.
3.
아이조, 급하게 필요한 게 있어서 너에게 부탁했던 거였는데 정신이 없다 보니 네가 한달음에 달려와 도움을 주고 간 것에 대해 고맙다고 말하지 못했어. 정말 고맙다.
시간이 나지 않거나 바빠서 정신이 없었을 수도 있을 텐데, 내 요청에 기꺼이 응해준 너에게 정말 고마워.
네 덕분에 사건은 쉽게 해결할 수 있었어. 그리고 일이 빨리 처리되다 보니 의뢰인한테서 사케를 얻었어. 이건 다음에 네가 도쿄로 오게 된다면 함께 마시기 위해 놔둘 테니 온다면 같이 마시자.
그때까지 사케가 삭혀지지 않게 실내에 잘 보관해 둘게. 상하기 전에 네가 한 번 올라와 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술맛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텐데.
사케도 사케지만 너와 함께 마시기 위해 여러 가지 술을 준비하기도 했어.
전통주도 있고, 밀로 만들어진 맥주도 있어. 네가 뭘 좋아하든 전부 준비할 수 있다는 거지. 그만큼 나는 네가 도쿄에 한 번 와주길 바라고 있다는 거야. 너무 부담스럽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4.
저번의 일이 있고 나서 정말 오랜만에 쓰는 편지인 것 같네.
그동안 잘 지내고 있었을까? 나는 그간 정말 많은 생각을 해봤어. 네가 계속 결혼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지 꿈에도 몰랐으니까. 이제 와 알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내 행동이 네게 상처를 주진 않았을까 걱정이 되기도 해. 이런 내 말도 네겐 괜한 말일 수도 있겠다.
만약 내가 시간을 내서 시코쿠에 가게 된다면 그때 다시 자세하게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세히 알 수 있다면 나도 똑같진 않겠지만, 이해하고 느껴보고 싶어져. 그냥 그게 궁금해졌어.
하지만 그게 나쁘게 느껴지지 않아. 몇십 년을 살았다지만 쉽지 않은 것 같아. 이미 이 감정이 무엇인지 알고 있지만, 쉽지 않네.
나는 아직 멀었다 싶어. 그간 내 말과 편지의 내용에 네가 상처받지 않았을까, 슬퍼하진 않았나 생각이 들어.
편지를 쓰고 있어도, 쓰지 않아도 요 며칠 사이엔 온통 머릿속이 너로 가득해.
이 감정이 무엇인지 알고 있지만, 이대로 마냥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야. 그냥 덮어두기엔 너무 아깝고 아까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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