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장미 타입

[HL/드림/231120] 편지

나비의 보관함 2025. 2. 4. 03:01

To. 세나

 



안녕, 세나. 우리 사귄 지 2년이 벌써 다가온 건 아나? 글고 이 편지를 받을 때믄 마이 놀랐을 텐디, 그리 마이 놀라지 말그라. 이제껏 한 번도 편지를 아이 쓰다가 인제야 쓰는 이유는 니랑 내랑 좋은 감정을 가지게 된 게 이제 벌써 2년이나 되가꼬 이래 써본다.

내가 누군가랑 사귀는 것도 첨이지만, 2년이나 사귄다는 게 신기하고 설렌다.

내 주변에서는 금방 헤어지고 금방 사귀드라고.

사실 내 친구 놈들도 내보고 신기하다 카드라.

니도 알다시피 내 어데 가서 편지도 잘 안 쓰는 사람인 건 알낀데, 그래가 지금 좀 많이 부끄럽다. 아마 이 편지를 받을 때면 점심 먹을 시간일라나, 아이다.

편지 뜯어보는 시간이믄 저녁 먹을 시간일 수도 잇겠다.

내는 지금 점심 먹고 쓰는 기라.

요즘 밥 먹다가도 니 생각나고 그른다. 가끔 사소한 거에 니 생각나고 그르는데 다른 사람들이 내보고 여자친구가 그리 좋냐카더라.

내가 니를 마이 좋아하는 갑다. 그거 니도 알고 있읏나?

점심 먹고 난께 항상 들리던 니 방송이 안 들려가 아직은 어색하다. 항상 밥 묵고 나믄 들리던 게 니 방송이었는데, 인자는 그 소리도 안 들리고, 니가 추천해 주던 노래도 읎다...

 

 

아이다, 마이 아쉽다는 기다. 내 말이 믄 뜻인지는 알긋제?

2년 동안 내랑 사귀는 그믄 충분히 알아 듣지 싶다. 내 말투가 이리 직설적인 것도 이해해 주는 니니까. 몬 알아도 괘안타. 니가 알아들을 수 있게 내 열심히 하께.

이야기가 길어지다 보니까 자꾸 딴 길로 새는 기분이 드는데, 나쁘지 않네.

매번 대화로만 하다가 이레 편지로 쓰니까 되게 설레는 마음이 드네.

신기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다.

특히 매번 같은 학교에서 등교하고, 같은 시간에 밥 묵고, 하교하고, 데이트하든 게 엊그제 같은데... 성인이 되고 나서는 학교가 갈라져서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가 기분이 이상타.

니는 안 글나? 내만 그렇게 하는지는 모르긋는데, 암튼 내는 글타.

학생 때는 항상 네가 곁에 있었는디 지금은 없으니까, 기분이 요상타. 어차피 대학교 다닐 때만 잠깐 떨어지는 거겟지, 하고 있지만서도...

안 바쁜 주말만 간간이 볼라카이 더 보고 싶고 글네.

내는 니 윽수로 마이 보고 잡은데 니는 안 글나? 연필로 편지 쓰고 있는 지금도 내는 니가 윽시로 보고 싶다. 이거 보믄 니가 우째 나올라나 싶네.

학교서 교단 걸어가던 것도 생각나고, 니랑 내랑 서로 부끄라바가 제대로 눈도 못 마주치든 게 막 생각난다 아이가. 글고 보니까 내 한참 배구 연습하고 있으믄 니가 기다맀는데... 기억하나?

내는 니가 내를 기다리는 모습이 그리 이삐드라. 

내 친구들은 내가 이 말 하믄 이상타 카는데, 내는 맞는 말만 했을 뿐이다. 물론 지금도 마이 이삐다. 내 눈에는 니가 안 이삘수가 읎다. 근데 고등학생 때의 니는 내가 기억하는데... 대학생 때의 니는 내가 몰라가 조금... 슬프네.

아쉽고, 슬프고... 기분이 이상타. 

대학교 등교할 때 이삐게 입고 가믄 그걸 또 딴 머스마들이 볼 거 아이가. 니 이쁜 모습은 내만 봐야 하는긴데. 그래야 딴 놈들이 안 채갈낀데.

와 있다이가. 한 번씩 니가 내 밭일 하는 거 도와준다 아이가. 

그때 같이 밭일하는 머스마들이 한 번씩 니 쳐다봤던 건 아나? 그날 내가 윽시로 아들 머라캐가 인자는 안 보지만은...

 

 

그만큼 니가 이삐다는 말이다. 니가 오죽 이삐가 내 눈에 다른 가시나들이 안 들어오는 건 알제? 가끔 도와주러 오는 건 좋지만, 그래도 내심 같이 있는 시간이 쪼매 늘었으면 조큿다. 

니만 보기에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데.

니랑 내랑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줄어든 건 사실 아이가. 니도 그리 느끼고 있지 않나? 내만 그리 느끼나?

대학교가 달라질 거라고는 쪼매 예상하긴 했다만, 시간이 이래 안 맞을 거라고는 예상 전혀 몬 했다. 그래도 시간이 나믄 만나것지, 연인인데 데이트 자주 하것지 했는데 둘 다 시간이 안 나니께 문제다이가. 

물론 니가 수험 공부 하느라 정신 읎는 것도 이해한다. 

내도 지금 학교 댕기믄서 실습이니 레포트니 머리가 으지르울 정도니께 말 다 했지, 뭐. 내는 기냥... 니랑 오래 같이 있고 싶어서 하는 말이다. 

서운하다는 건 아니고... 내 여친 내가 보겠다는데 말리는 인간이 어데 있긋노. 그챠? 어째 니를 보는 것보다 졸업한 후배를 보는 게 더 마이 보는 거 같긴 한데... 니가 너무 보고 잡아가 내 한동안 기운이 없으니까, 친구가 그카더라.

너무 보고 잡아 하는 것보다도 차라리 이래 조금이나마 떨어져 있는 게 낫다더라. 너무 붙어있으믄 오히려 감정이 빨리 식는다 카대. 내는 안 그럴 거 같긴 한데 아무튼 조금 떨어져서 서로 그리워하는 게 낫다드라.

그캐가 내는 열심히 니 그리워하고 있을라고.

니도 내 생각해주믄 좋겠다. 이왕이믄 니를 사, 좋아하고 있는 모습을 말이다. 그게 더 오래 기억되고 좋지. 니도 내를 그리워해 주믄 좋긋다.

아무튼... 학생 때였으믄 하교하고 나서 니랑 시내 나가가꼬 데이트도 좀 하고 영화 보거나 밥 묵었을 건데, 인자는 그래 못 해서 좀 마이 아쉽다. 우리가 인자 2년이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인연이라 생각하지만서도 아쉬븐건 우짤 수 읎는 갑다. 솔직히 천년만년같이 하자는 말 안할란다.

니도 니 인생이 있을낀데, 천년만년 내랑 살자카믄 어데 살긋나. 

몬 살지도 모르제. 근데 내는 니랑 천년만년 백년해로하라고 하면 잘 살 자신 있다.

 

 

 

손에 물 묻힌다는 겉말은 안 하고, 대신 니 울리지 않을 끼라는 약속은 할 수 있다.

그니까... 내캉 오래 살낀데 인자는 선배가 아이라 이름으로 불러도 충분하지 않긋나? 평소에는 니 선배라고 부르믄서 니가 불리할 때만 이름으로 부르는 거 낸테 진짜 불리한 거그든. 그기 을매나 낸 데 어? 아이다. 기냥 인자는 이름만 불러도라. 닌테 이름으로 불리고 잡으니까.

그칼 수 잇긋제? 우리가 어데서 싸우거나 카는 건 아이지만... 인자는 니한테 선배가 아니라 이름을 불릴 때도 되지 않았나 싶어서 그칸다.

내가 니한테서 선배가 아니라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 내가 니를 세나라고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그캐도 내를 생각해 주는 건 니밖에 읎다는 거 다 안다.

가끔 내 일 도와주는 것도 니뿐이고.

그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던 여름날의 추억처럼, 차가운 추위가 멤돌아도 따뜻했던 겨울날의 품처럼 우리 오래도록 연애하자.

내가 딴 사람은 몰겟는데, 니 하나만 자꾸 생각난다.

졸업하게 되면서 인자는 니 방송을 몬 듣지만, 그 대신에 저녁에 니랑 전화하는 것도 좋고, 같은 학교 댕기다가 갈라지가 인자 자주 보지는 못해도 가끔 만나가 니 이뻐해주는 것도 좋다. 니랑 내랑 하는 거 자체가 그냥 좋다.

넘쳐흐르는 이 마음이 니한테도 닿았으믄 좋큿다. 

비가 올 때면 니가 생각나고, 눈이 와도 니가 생각난다. 

한 번씩 니를 못 봐가 서운할 때가 많긴 한데, 그건 서로가 바빠가 글타이가. 이해하니까 괘안타.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나서 우리가 완전히 성인이 되었을 때, 그때는 서로의 곁에 있어 주자.

내는 필요한 시간 외에는 니랑 같이 있을라고.

니가 싫다캐도 내는 니랑 있을끼라. 낸중에 진짜 싫다카믄... 잠깐 떨어져 있을게. 아무튼, 세나. 평소에는 말도 잘 안 하는 놈이 웬 편지는 이래 길게 쓰나 싶을낀데... 그동안 니한테 말 하지 몬 했던 것들 다 적느라 그른기다. 인자 마지막 장까지만 쓰고 접을 낀데, 조금만 더 읽어주라.

 

 

사실 진짜 더 쓰고 싶은 말은 많은데 지금 참고 있다이가.

니라믄 더 써도 된다고 말하겠지만서도 좀 있다가 실습 나가야 캐가 이번 장이 마지막이다.

앞으로 내도 말 자주 하고,  이삐다는 말도 자주 할게.

니랑 내랑 2년보다 더 오래 함께하면서 살자. 니가 하고 싶다는 것도 해보고 먹고 싶은 것도 먹어보고 하자.

같은 학교는 아니지만 앞으로 조금 시간을 내서 잠시라도 얼굴 보고 하자.

내는 이 아쉬움이 감정으로 변해서 식지 않기를 바란다. 물론 실습하고 레포트하고 하는 것도 미래를 위한 거기도 하지만 니도 내 미래 중 하나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미래에서는 니랑 내랑 결혼도 하고 니 닮은 아 하나 내 닮은 아 하나 놓고 사는 기라.

니랑 오래토록 함께하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당장의 아쉬움은 시간이 지나믄 괜찮아지겠지. 내가 니를 그리워하는 만큼 니도 나를 그리워 할끼다이가.

니가 이 편지를 볼 때쯤이믄 오랜만에 만나가 기분이 요시꾸리 하긋네.

오랜만에 니 만날 생각 하이까 진짜 이상하다. 그래도 니 본다는 생각에 기분은 좋네. 아쉬움이 너무 마이 넘치믄 미련이라 카대.

어데서 들은기다. 그캐도 내는 미련까지는 안 갈라고.

그냥저냥 니만 그리워하면서 있을란다. 그리워만 하고 있으믄 은젠가 니 안 만나긋나. 내일 니를 보는 것처럼 말이다.

내일 니 만나는 걸 기대하믄서 실습도 하고 밥도 묵고 잠도 자야긋다.

편지가 너무 길고 아쉽다는 말만 해가 이상한 생각 하덜 말고 내일 이삐게 나온다. 오랜만에 만나는 기니까 길게 보자.

사진도 찍고, 밥도 묵고, 영화도 보고, 니 이삔 얼굴도 좀 보고.

그냥 니 오래 못 봐서 아쉬워가 했던 말들이니께 보고 넘기뿌라. 내는 니가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수험 공부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이 보기 좋다.

그카니까 내 아쉽다캐도 다 니가 보고싶어가 그른기니까... 알긋제?

인자라도 앞으로 자주 보고 하믄 된다. 마지막으로 내 니 마이 좋아한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