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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드림/250310] 실종된 '식물학자' 보고서

나비의 보관함 2025. 3. 11. 06:40

 

식물학자 유리아라는 인물은 다양한 식물을 파헤치고, 키우기 힘들다는 식물을 기루면서 학계에서 다양한 러브콜과 이야기로 사랑받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녀가 사랑받는 건 그녀의 재능도 한몫하고 있지만, 그녀의 성격 때문이지요. 뒷골목부터 평범한 집안의 가정부, 귀족의 정원사, 약초학을 다루는 약사, 죽음과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있답니다. 식물을 다루기만 할 뿐만 아니라 연구를 통해 의료를 발전시킨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식물에 대해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박학다식한 그녀는 다양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녀는 땅속에 숨죽이고 있는 식물을 일깨우고, 성장시킵니다. 베일에 싸인 곤충학자와는 달리 세간에 얼굴을 알린 그녀의 외모를 찬양하는 자들까지 나타났습니다. 화려하고 지독한 정, 재계보단 직접 흙을 밟고, 식물을 보살피는 일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랍니다. 드넓은 초원, 질척한 늪지대, 바싹 마른 황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식물이라면 어디든 향하기도 합니다. 세상에 빛을 밝혀준 그녀의 발걸음을 따라가는 사람도 적잖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명랑하고, 낙관주의인 그녀의 뒤에는 언제나 사람이 따랐습니다. 어쩌면 자신도 그녀를 따라 세상을 밝힐 수 있지 않을까, 하며 말입니다.

 

무작정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었죠. ”

 

화려하게 꾸며진 유리정원, 소담하지만 넓게 꾸민 화원.

그사이에 검은 머리카락이 바람을 타고 휘날리고 있다. 푸른 눈동자가 반짝이고, 밝았던 분위기는 어둠에 잡아먹히는 듯 순식간에 그림자로 물들었다.

이유 없는 행운은 없을 것이라고, 그녀는 스스로를 화원에 가두었다.

넓게 펼쳐진 초원과 우거진 녹음, 단출하게 자리 잡은 꽃들 사이에서 식물의 상태를 살펴보던 소녀는 어느 날, 자신에게로 온 초대장을 받게 된다.

더 많은 꽃, 나무, 식물들이 있는 곳으로의 안내라는 명목의 초대장이었다.

 

그때의 저는 한곳에 머물러 있을 뿐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

세상에는 정말 다양하고 아름다운 식물로 가득하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분명 이번 발견도 잘될 겁니다. ”

 

챙겨가는 것이라고는 식물을 기록할 노트 하나, 필기할 수 있는 볼펜 하나.

그리고 갈아입을 옷가지 몇 개가 전부. 그녀는 식물에 진심이었고, 자신의 모든 것을 식물을 위해 받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초대장이었지만, 그녀는 흔쾌히 모르는 식물을 위해 그 초대를 받아들였다.

 

저의 초석이자, 연구의 근원. 그녀의 끝을 따라가기엔 아직 실력이 부족하죠. 어쩌면 행복한 자리에 앉아 자신의 능력을 과하게 믿은 탓일지도 몰라요. ”

그래서 이제라도 실력을 키워보려고 해요. ”

그리고 아직 제가 알지 못한 식물이 있다는 걸 깨달았죠. 더 다양한 식물을 만나기 위해 모험을 떠날 때라고 생각해요. 모든 식물을 알게 되면 그때의 저는, 분명 식물을 지배하고 있을 겁니다. ”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식물학자, 유리아.

그녀가 의문의 초대장을 받았다는 소식 이후로 그녀의 생사를 아는 이는 없다. 경찰이 나서고 나라가 나섰으나, 그녀의 소식을 들은 곳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의 식물도감과 발명한 식물들은 세상에 남아 다른 이들의 지표가 되어줄 뿐이었다.

어떤 이는 그녀가 또 다른 식물을 연구하기 위해 떠났다고 말했고, 또 어떤 이는 연구가 질려 다른 걸 배우느라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진실이 무엇이 되었든 그녀가 다시 모습을 보일 때에는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것을 가지고 올 것이라고 본다.

이미 세상에 그녀가 존재하고 있을 때부터 놀라운 발견의 연속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