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 엘리자베스 타입

[BL/드림/250224] 끝을 알 수 없는 미스테리 룸

나비의 보관함 2025. 3. 2. 02:40

 

" 윽... "

" 여긴... "

 

 

깨질듯한 두통에 눈을 뜬 두 사람은 각자 주변을 살펴보며 자신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 알아내기 시작했다.

주변은 온통 노란색으로 이루어진 공간이었다. 바닥도, 천장도, 4면의 벽조차도 촌스러운 노란색이었다. 주변을 살펴본 두 사람은 자신의 근처에 아무도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 어떤 공간이라도 소음이 있기 마련인데도 그곳은 그 어떠한 소음조차 없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길게 이어진 복도와 갈림길, 곳곳에 놓인 벽걸이형 램프 덕에 희끗하게 보이는 빛. 그 외에는 전부 어둠 뿐, 아무도 없는 곳에 홀로 있다는 것에서 오는 공포가 두 사람을 덮치려고 했다.

하지만 린도와 하루오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주변을 살펴보았다.

 

 

" 이상하네, 온통 같은 구간만 반복하는 느낌인데. "

" 일단 누구라도 찾으러 가볼까~ "

 

 

린도는 조금 더 자세히 주변을 살폈고, 하루오는 그저 해맑게 웃으며 다른 이를 찾기 위해 나섰다.

두 사람은 아무래도 각자 다른 곳에서 눈을 뜬 것처럼 보였다. 서로 다른 곳이었지만, 같은 공간에 있는 건 확실했다. 사방이 촌스러운 노란 벽지라는 것과 끝없이 이어진 어둠과 희미한 빛이 그걸 증명하고 있었다.

하루오는 그래도 조금 무서운 건 있는 모양인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끝없이 이어진 공간, 왜 자신이 이곳에 왔는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무작정 자신만 이곳에 떨어진 게 아닐 거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다 품 안에서 익숙하게 전자 담배를 꺼내고, 담배를 기계 안으로 넣은 뒤 깊게 빨아들였다.

후, 내뱉으면서 입안에 감도는 은은한 단맛에 기분이 좋아졌다.

 

 

" 더 힘내서 찾아볼까~ "

" 어떻게 되먹은 곳이야, 여기는? "

 

 

린도, 그는 지금 천천히 확인하면서 이동 중이었다.

처음에 조심성을 가지고 시작한 모험이었지만, 점점 같은 것만 반복된다는 사실에 마음을 놓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 결과 어디를 가든, 어느 쪽을 향하든 전부 같은 형태라는 것을 알아냈다.

린도는 아까부터 미세하게 맡아지는 초콜릿 향이 조금 의심스러웠지만, 애써 발걸음을 옮겼다.

괜히 한 자리에 죽치고 있다가 누굴 만날지, 무엇을 말날 지 모르니 그런 판단을 내렸다. 린도가 잠시 한참을 머물고 있던 공간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어둠 속에서 가죽으로 된 신발이 빛 아래에 반짝이고,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하루오였다.

하루오는 점점 멀어지는 그림자 속 울렁거림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돌렸다.

 

 

" 음... 따라가봐야 하나? 사람인 거 같았는데... "

" 또 여기야? "

 

 

잠시 고민에 잠긴 듯 미간을 찌푸리고 찡그려진 미간을 꾹꾹 누르던 그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언제 고민했냐는 듯이 방긋 웃으며 그림자가 울렁거리던 곳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두 사람이 같은 공간에 있음에도 계속 엇갈린 이유였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본능에 의존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기에 낯선 무언가를 도전하지 않았다.

그러다 두 사람이 동시에 발을 내디디며 방을 들어서는 순간, 허공에 시선이 딱 부딪혔다.

린도와 하루오가 드디어 만난 순간이었다. 두 사람은 드디어 발견한 자신 외의 존재에 반겼다. 그것도 잠시 린도는 왜 하필 이 녀석이지? 하는 생각이 들어 잠깐 인상을 찡그렸었다.

하루오가 입에 물고 있던 담배꽁초를 버리고, 기계를 도로 품에 넣으며 린도에게로 다가왔다.

 

 

" 이야, 린도~ 너를 여기서 만날 줄은... "

" 됐고, 넌 여기 왜 있는지 알겠어? "

" 아니... 어제 분명 잠들었는데, 눈 뜨니까... 어? "

" ... 어? 뭐, 뭐야...? "

 

 

린도는 하루오가 자신을 향해 반기듯이 다가오는 모습에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딴 녀석도 탐정을 한다고는 하지만, 몸만 좋지. 싸움도 못 하는 녀석을 데리고 이곳을 돌아다녀야 한다는 게 답답하기까지 했다. 고개까지 절레절레 젓던 린도는 하루오에게 왜 이곳에 있는지 물어보았다.

두 사람이 딱 중앙에서 만났을 때, 어둠이 내려앉은 복도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서서히 고개를 내밀었다.

이야기를 이어가던 하루오는 점점 커지는 검은 덩어리에 등골이 오싹하게 물들고, 식은땀이 주체할 수 없이 흐르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주춤, 몸이 굳어버려 겨우 살짝 뒤로 물러난 게 전부였다.

린도는 자신의 키보다 더 커져가는 괴이의 존재에 눈이 커졌지만, 이내 상황을 살피고 하루오의 팔을 붙잡았다.

 

 

" 야, 하루오. 정신 차리고 달려! "

" 리, 린도... 저게 뭘로 보여? "

" 나도 몰라...!! "

" 으악! "

 

 

아무것도 들리지 않던 공간에서 치지지직, 키이이익 괴상한 소리들이 울려 퍼졌다.

린도가 눈치껏 하루오의 팔을 잡아당기며 먼저 앞서 달리기 시작했다. 린도가 달리기 시작하자 뒤늦게 하루도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속도에 맞춰 커다랗게 변한 검은 덩어리가 점점 두 사람에게로 다가갔다. 거의 울기 직전인 하루오가 어설프게 달리고 있는 모습에 린도는 도망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입꼬리가 씰룩거림을 견딜 수 없었다.

하루오가 겁먹은 모습을 보니 간질간질한 느낌에 자꾸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이내 뒤쫓아오는 존재에 의해 웃음을 거두어야만 했다. 땅이 쿵쿵 울릴 정도로 거칠게 다가오는 녀석을 피할 방법이라고는 도저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그러다 하루오가 제 발에 꼬여 넘어졌다.

 

 

" 으악! "

" ... 하루오! 너 이자식...! "

" 머, 먼저 가! 린도! "

" 가겠냐? 윽...! "

" 으악! "

 

 

검은 덩어리가 두 사람을 향해 덮치듯 내리눌렀다.

두 사람의 눈앞은 어두컴컴해졌고, 살짝 따끔거리던 것도 잠시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자 천천히 눈을 떴다. 린도와 하루오는 눈을 처음 떴던 그때처럼 천천히 눈을 뜨며 주변을 살폈다.

처음에 눈을 떴던 그때와 똑같은 공간이었다.

애석하게도 아까까지 함께 있던 상대의 모습은 온 데 간 데 보이지 않았다. 린도는 급하게 숨을 몰아쉬며 벽을 움켜쥐었다. 헛구역질하다가 흘러내리는 타액을 닦아내며 일어났다.

하루오는 앉아 있던 그대로 뒤로 뻗으며 누웠다.

 

 

" ... 이 미친 공간은 대체 뭐지? "

" 하... 이딴 공간이란 말이지? 그럼, 하루오 녀석도 어딘가에 있다는 거네. "

 

 

하루오는 너무 큰 충격 탓인지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 사이 린도가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달리더니 주변을 살피며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했다. 몇 개의 방을 지났을까, 린도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 움직였다.

그러다 바닥에 크게 대大 자로 뻗어있는 하루오를 발견했다.

 

 

" 하루오! "

" ... 어? 린도? "

" 일어나, 또 그 자식 올지도 몰라. "

" 뭐어? 아까 그거?? "

" 그래. 안전한 곳을 발견하기 전까지 달려야 해. "

 

 

하루오는 멍하니 촌스러운 노란 벽지를 바라보고 있다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친숙한 목소리에 상체를 일으켰다.

린도가 하루오를 향해 손을 뻗었고, 하루오가 그 손을 잡았다. 린도가 힘을 주며 하루오를 일으킨 뒤 먼저 앞서서 갈 준비를 했다. 멀지 않은 곳에서 키이이이, 괴상한 이명이 들려왔다.

그 소리에 두 사람이 동시에 움찔거렸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빠르게 달리기 시작한 두 사람은 수많은 방들을 지나쳤다. 그 방들은 모두 하나같이 똑같은 형태였다. 촌스러운 노란 벽지, 오직 그것만 보였다. 두 사람은 달리면서도 지나치는 방을 하나도 빠짐없이 살펴보았다. 

그러다 유일하게 문이 달린 방을 발견한 두 사람은 달리던 걸 멈추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 왜 이 방만 문이 있지? "

" 일단... 후, 우리... 좀... 쉬다가... 생각하자. "

" 체력 거지잖아? "

 

 

방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고, 그대로 문에 기댄 채 주르륵 주저앉은 린도와 멀쩡하게 돌아다니는 하루오였다.

물론 린도가 체력이 안 좋은 건 아니었지만, 계속 반복되는 곳을 1시간 넘게 최고 속도로 달린다면 제아무리 운동 잘하는 성인 남성이라도 버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대로 주저앉아 숨을 고르게 쉬고 있던 린도와는 달리 하루오는 방 안을 둘러보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없는 방이었지만, 다시 조용해진 주변에 두 사람은 겨우 안심할 수 있었다. 한숨을 돌리고 난 다음 일어난 린도는 하루오를 따라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곳에 있는 건 판자로 막혀있는 창문과 오래되어 보이는 커다란 종 시계가 전부였다.

 

 

" 린도, 이것 봐. 시계가 멈춰있어. "

" 시간이 안 흐른다는 걸까, 아니면 고장 난 걸까. "

" 모르지. "

 

 

주변을 살피다 발견한 괘종시계가 초침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발견했다.

두 사람이 한참이나 시계를 바라보고 있을 때, 어디선가 다시 키이이이, 하고 괴음이 들려왔다. 그 소리가 들려오자마자 두 사람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방 안에 있는 또 다른 문을 열고, 무조건 앞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려가던 두 사람은 맞은편에 보이는 검은 존재에 방향을 틀고 달렸다.

 

 

" 아씨, 저건 대체 어디까지 따라오는 거야? "

" 린도... 그걸 말할 시간에 그냥 달려. 체력 아껴야지. "

" 하루오. 조용히 해. "

 

 

두 사람은 달리면서도 대화를 끊지 않고 계속 이어갔다.

린도는 점점 떨어져 가는 체력에 인상을 찡그렸다. 무작정 달리기 시작하던 것도 잠시, 맞은편에 보이는 존재에 방향을 틀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두 사람의 앞에서 등을 보이고 있는 괴생명체가 있었다.

괴생명체의 등장에 움찔거리던 두 사람이 빠르게 달리던 발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자리를 피했다.

어디서 생긴 건지, 툭하고 무언가가 떨어졌고 등을 보이고 있던 괴생명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들었다. 두 사람은 젖 먹던 힘까지 쏟아부어 달렸지만 결국 붙잡혔고, 눈앞이 어두컴컴하게 변했다.

다시 눈을 떴을 땐 아까와 같은 촌스러운 노란 벽지가 가득한 공간에 혼자 덩그러니 놓여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