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스완은 개척자와 함께 꿈 여정을 시작하면서 그들과 협력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건 결코 자신이 두려워하는 아케론과 만남을 기정하고 있던 건 아니었다. 꿈속 호텔 로비로 가던 중 만나게 된 아케론을 만나게 되고 함께 동행하게 되었다.
동행하는 건 괜찮았지만, 두 사람의 사이에는 기묘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아케론의 등장에 당황스러워하는 블랙 스완의 반응은 개척자가 의아해할 정도였다. 로비로 향하는 내내 블랙 스완은 아케론을 힐끗거렸다.
아케론은 계속 자신을 보는 블랙 스완의 시선에 보다 못해 먼저 말을 걸었다.
“ 또 만났네, 기억하는 자. 날 그렇게 보는 이유가 뭐야? ”
“ ... 왜 여기에 있는지 궁금할 뿐이니 신경 쓰지 마. ”
“ 그렇게 뜨거운 시선으로 보면 신경 쓸 수밖에 없어. ”
“ 그러면 시선을 거둘게. ”
먼저 앞서가는 개척자의 뒤에서 두 사람은 조용히 대화를 나누었다.
아케론의 시선은 여전히 앞으로 향해 나아가는 개척자를 바라보고 있었고, 블랙 스완의 시선은 아케론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화를 나누던 도중 뜨거운 시선이라는 말에 블랙 스완은 그녀를 향하던 시선을 거두었다.
아케론은 시선이 거두어지는 걸 느끼며 힐끗 블랙 스완을 보았다. 거기서 끝났더라면 그저 조용히 넘어갈 수 있는 관계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연인지 필연인지 블랙 스완은 의도치 않게 계속 아케론과 엮였다.
“ 어머, 아케론 씨. 여긴 내 방인데. 어쩐 일이야? ”
“ 아, 미안한데. 호텔 로비로 가려고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하지? ”
“ 또 길을 잃은 거야? ”
정말 신기하게도 아케론이 길을 잃으면 그 앞에 항상 블랙 스완이 나타났다.
이걸 우연이라고 해야 할지, 필연이라고 해야 할지. 블랙 스완은 길을 잃은 그녀를 위해 목적지까지 데려다주었다. 블랙 스완은 자신의 능력으로 가는 방법을 기억나게 해줄 수 있었으나, 아케론의 앞에서는 능력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블랙 스완의 능력이 아케론에게는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블랙 스완은 자신의 능력이 아케론에게는 통하지 않다는 걸 떠올렸다. 다른 이들의 기억은 보고자 한다면 볼 수 있었지만, 아케론은 달랐다.
보고 싶다고 해서 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 ... 따라 와, 로비로 안내해 줄게. ”
“ 그냥 알려주면 되는데, 폐를 끼치고 말았네. ”
“ ... 괜찮아. ”
블랙 스완이 아케론을 직접 데려다준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쉽게 길을 잃는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땐 직접 알려주지 않고 말로 설명까지 해주었지만, 그녀에겐 그것마저도 쉽지 않다는 걸 금방 알아버렸다.
말로 설명해 주고 떠났더니, 몇 분도 되지 않아 다른 곳에서 또 만났기 때문이었다.
그날 이후로 몇 번이나 말로 알려주었는데, 그때마다 아케론은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었다. 보다 못한 블랙 스완이 아케론의 손을 잡고 직접 데려다주기에 이르렀다.
길을 잃은 아케론을 데려다 줄 때마다 블랙 스완은 걱정이 앞섰다.
“ 정말 그 기억 속의 그녀와 같은 인물일까... ”
블랙 스완은 오래전부터 아케론을 지켜보고 있던 자였다.
기억을 읽는 만큼 다른 이들의 기억에 대한 호기심이 원대해서, 다른 이들처럼 아케론의 기억도 읽고 싶어 했다. 그건 결코 가벼운 호기심이 아니었다.
페나코니의 ‘가족’이 여러 파벌을 초대하던 그 자리에 소멸파의 명화대공이 오지 않았었다.
그가 누군가에게 처치당해 오지 못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그때의 그녀는 아케론을 범인으로 의심하고 있었고, 정확한 사건의 전말을 알고자 접근했었다.
‘댄스’를 가장한 기억을 들여다보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블랙 스완은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몸을 파르르 떨었다. 두려움에서 오는 공포였다.
자신의 팔을 쓸어내리며 조금씩 멀어지는 아케론을 보았다.
“ ... 이런, 오랜만이야. ”
“ 또 길을 잃은 거야? ”
“ 흠... ”
또 길을 잃었냐는 블랙 스완의 말에 아케론이 짧게 침음했다.
아케론은 자신이 은연중에 길을 잃으면 항상 블랙 스완을 찾게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그녀에게 말하진 않았다.
블랙 스완을 찾는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어렴풋이 알아차렸으니까.
자신을 보고 당황스러워하고, 가끔은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는 그녀에게 섣불리 다가갈 자신이 없었다. 블랙 스완은 우아하고 단정한 여인이니까, 그녀가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해서. 아케론은 블랙 스완을 향해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블랙 스완은 아케론이 자신을 빤히 보더니 홱 하니 돌려버리는 모습에 어처구니없었다.
“ 이번에는 어디로 향하고 있었어? ”
“ 도와주지 않아도 괜찮아. 길은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으니. ”
“ 정말 괜찮겠어? ”
정말 괜찮겠냐는 물음에 아케론은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블랙 스완은 자신의 갈 길을 가는 아케론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보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제 갈 길 찾아가는 사람이었지만, 그녀는 어딘가 달랐다.
쉽게 길을 잃어버리는 사람이었으니까.
아케론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블랙 스완은 자신의 방 안으로 돌아갔다. 방 안에 있는 테이블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다.
블랙 스완이 비어진 찻잔에 다시 차를 따르려고 할 때였다.
똑,똑.
“ 누구야? ”
“ ... ”
“ 하... 노크를 했으면 누군지 정도는... 아케론? ”
“ ... 미안하지만 길을 좀... ”
“ 역시 아까 도움이 필요했던 거지? ”
“ ... ”
“ 데려다줄게. ”
“ 번거롭게 민폐를 끼쳤네. ”
블랙 스완의 방문을 두드린 사람은 다름 아닌 아케론이었다.
문을 열자, 그녀가 멍한 시선으로 블랙 스완을 보았다. 분명 뻘쭘한 상황이었지만, 아케론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결국 블랙 스완은 아케론의 손을 붙잡고 그녀가 가고자 하는 곳까지 걸어갔다.
그러다 문득 블랙 스완은 자신이 어째서 아케론의 손까지 잡아가며 데려다주게 되었는지를 떠올렸다. 아케론, 그녀의 기억을 읽었을 때의 충격으로 가까이 하지 않으려고 했었던 것 치곤 아무렇지 않게 닿고 있다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아, 그렇지. 손을 잡지 않고 가면 아케론 씨가 또 길을 잃으니까... ’
그렇다. 처음에 말로 설명을 해주었을 때 이후로 함께 동행하면서 생겼던 일 때문이었다.
말로 설명하는 걸로는 부족하다는 걸 알아차린 이후로 데려다주기 위해 움직였지만, 함께 걷던 와중에도 아케론은 종종 사라졌다.
그렇게나 무섭고 두려운 아케론이 이런 모습을 보일 때면 방심하고 만다.
블랙 스완은 혹시 아케론의 고도의 술수인 건가, 싶은 생각에 그녀를 보았다. 걱정하던 것과는 달리 아케론은 여전한 무표정으로 앞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를 향한 괜한 생각이었다는 걸 깨달은 뒤로 목적지에 도착했다.
“ ... 이런. ”
“ 왜 그래? ”
“ 만나기로 했던 자가 보이지 않아. 아무래도 시간이 떠버린 것 같은데. ”
“ 그래? 그러면... ... 내 방에서 차라도 한잔하고 갈래? ”
“ 그래도 되겠어? ”
“ 물론이지. ”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시간이 떠버렸다는 아케론의 말에 블랙 스완이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았다. 무슨 약속을 했던 모양이지.
무섭고 두렵던 아케론이 길을 잃고, 다른 사람처럼 시간이 떠버린다는 사실에 방심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케론에게 차 한잔하자는 권유를 해버리고 말았다. 자신이 말하고도 놀라서 움찔거렸는데,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던 상대가 오히려 괜찮겠냐고 물어오는 말에 돌려 말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괜찮다고 답해버리고 말았다.
이미 선택을 물리기엔 너무 블랙 스완의 방 앞까지 와버리고 말았다.
“ 그럼 잠시 실례하도록 하지. ”
“ 어, 얼마든지... ”
블랙 스완은 방 앞으로 올 때까진 아무렇지 않았는데, 막상 도착하자 잔뜩 긴장했다.
자신의 방 안으로 아케론이 들어오자,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을 흘리고, 긴장한 기색을 비추며 어색하게 웃었다. 누군가를 끼지 않고서 마주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아케론이 길을 잃어서 찾아줄 때는 손을 잡고 먼저 앞섰으니 마주 보는 건 아니었다.
괜한 긴장 때문에 손끝이 미세하게 떨려왔다. 그런데 떨고 있는 걸 하필이면 아케론에게 들키고 말았다. 블랙 스완의 눈동자가 아케론의 무감한 시선과 마주쳤다.
아케론이 손을 뻗더니 떨고 있는 블랙 스완의 손등을 조심스럽게 감쌌다.
“ 기억하는 자, 왜 그렇게 떠는 거지? ”
“ 어?”
“ ... 내가 두려운 건가. ”
“ 그건 아니야. ”
“ 그러면 이토록 떠는 이유가 뭐지? 당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서려있는데. ”
“ ... ”
“ 그때의 ‘댄스’ 때문인 건가? ”
“ 어, 어머... 아니야. ”
“ 난 그 춤이 따뜻하고 그리운 느낌이 들었어. ”
아케론은 말을 하는 내내 블랙 스완의 손을 맞잡은 채 말을 이어갔다.
그녀는 자신을 무서워하고 두려워하면서 피하지 않고, 길을 잃으면 찾아주는 블랙 스완의 행동이 그저 궁금했다. 혹시 자신이 생각하는 게 맞다면.
‘댄스’ 때문이냐고 물어보자, 블랙 스완이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고개를 돌렸다.
그건 아니었나, 그 생각에 그녀의 손등 위로 붙잡고 있던 손을 치웠다. 아케론의 시선이 쪼르륵, 찻잔을 채워가는 액체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사이에는 조용한 정적과 점점 식어가는 차만 남아있었다.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블랙 스완이었다. 극도의 조용함과 어색함을 견디지 못한 탓이었다. 어색하긴 해도 뭐든 말을 걸면 대화가 이어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있었다.
“ 아케론 씨, 자주 길을 잃던데... 왜 그런 건지 알아? ”
“ ... 글쎄, 잘 모르겠는데. ”
“ 잃을 때마다 내 방으로 오는 것 같던데. ”
“ 그건... 아마도 당신과 함께 추었던 그 ‘댄스’가 좋아서였겠지. ”
“ 뭐? ”
“ 아무것도 아니야. 차 맛이 좋네. ”
블랙 스완은 방금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게 맞는 건지 반문했다.
하지만 반문에도 아케론이 고개를 젓더니 식어버린 차를 호록 마시면서 일방적으로 말을 끊었다. 아케론의 행동에 블랙 스완은 그저 멍하니 그녀를 보았다.
블랙 스완은 그때 추었던 춤을 영겁의 춤이라고 칭하고 있다.
그 기억 속에서 보았던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어둠과 포악한 감정, 하얀 아케론, 뼈만 남겨질 정도로 얽히고설켜 먹혀들던 기분, 산산조각 나버린 그곳이 영겁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저에겐 무섭고 두려운 그 춤이 아케론에겐 좋았다, 라...
“ 어머, 시간이 늦었네. ”
“ 가야 할 시간인 건가. 아쉬워, 더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
“ 시간이 늦었으니까, 다음에 또 차 한잔하면 되잖아. ”
“ ... 다음에도 권해줄 거야? ”
“ 물론이지. 가는 길은 알고 있지? ”
“ 알아, 적어도 당신 방에서 내 방으로 가는 길은 잃지 않아. ”
블랙 스완은 오늘따라 아케론이 하는 말을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초대를 받아들인 것과 그 ‘댄스’가 좋았다는 것, 그리고 방으로 돌아가는 길은 잃지 않는다는 것. 의문투성이였지만, 물어보아도 그녀는 알려주지 않을 것만 같았다.
문 앞에서 마중을 나와 그녀가 가는 걸 계속 지켜보았다.
그냥 자신의 괜한 의심 때문인 거겠지. 생각하며 넘기기로 했다. 아케론에 관해서는 함부로 대하지 않겠다고 이미 그날 맹세했으니까.
제대로 된 준비를 하기 전까지는 함부로 그녀의 기억에 들어갈 수 없다.
“ ... 다신 그때의 공포를 느끼고 싶지 않아. ”
그래, 그때의 공포, 두려움, 벗어날 수 없던 무거운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파르르 몸을 떨던 블랙 스완은 완전히 아케론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서야 방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철컥 닫히는 순간 복도 안쪽에는 아케론이 눈동자를 굴리며 벽에 기댄 채 서 있었다.
아케론은 다시 발걸음을 옮기며 불이 꺼진 어두운 복도 안쪽으로 들어갔다.
‘ 보아하니 그녀는 이제 그들을 찾지 않는 모양이야. ’
블랙 스완의 앞에 있던 표정과는 달리 날카롭게 냉정한 눈빛이었다.
그녀의 앞에서 보이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 ‘영겁’이라 부르는 기억 속 블랙 스완이 기억하는 아케론의 모습과 닮아있었다.
“ 아케론, 블랙 스완. 너희 같이 왔어? ”
“ 달링, 오해 말아. 아케론 씨가 길을 잃었길래 찾아준 거야. ”
“ 아아, 아케론은 길을 잘 잃긴 하지. ”
“ 폐를 끼쳤어. ”
며칠 뒤, 블랙 스완이 길을 잃은 아케론을 데리고서 로비에 왔다.
그곳에서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던 개척자가 두 사람을 보며 기분 좋은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두 사람이 함께 온 모습이 보기 좋았던 모양이었다.
블랙 스완은 아니라며 말을 돌렸고, 아케론은 별다른 말 없이 폐를 끼쳤다고만 할 뿐이었다.
그러다 임무 도중 아케론이 길을 잃고 말았다. 개척자와 블랙 스완은 아케론을 찾아 나섰고, 두 사람 중 아케론을 가장 먼저 찾은 사람은 블랙 스완이었다.
블랙 스완은 아케론을 발견하고 안심하며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 또 길을 잃다니, 정말 큰 일이네. ”
“ 내가 길을 잃어버리면 찾는 사람이 있다는 게 좋은 거였어. ”
“ 응? ”
“ 누군가가 나를 찾아주는 게 좋은 거라는 걸 이제 알았다는 거야. ”
“ 어머, 그럼 이제까지 찾아준 사람이 없었어? ”
“ ... ”
블랙 스완의 물음에 아케론은 그저 묵묵히 고개만 끄덕였다.
사실 아케론이 길을 잘 잃는 편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 끝이 없는 건 아니었다. 무작정 향하다 보면 그 끝이 목적지일 것이라 생각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블랙 스완을 만나고 난 이후로는 그 끝이 그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무의식중의 반영인 건지는 몰라도 길을 잃을 때면 그 끝이 항상 블랙 스완이었다. 자신은 길을 잃고, 그녀는 길을 잃은 자신을 찾아온다.
그 사실이 깊숙이 묻어두었던 본능을 건드렸다.
“ 위험해. ”
“ 어머... 정말 큰일 날 뻔했는걸? ”
“ 조심해. ”
무너지는 바위를 피한 아케론이 블랙 스완의 팔을 붙잡고 당겼다.
훅 당겨진 탓에 블랙 스완은 버티지도 못하고 그대로 당겨져 아케론의 품에 안기다시피 해버렸다. 그대로 고개를 들어 아케론을 보았다.
두 사람의 거리는 조금만 더 가까이 다가가면 입술이 닿을 정도로 가까웠다.
아슬한 거리에서 두 사람의 시선이 얽혔다. 블랙 스완은 아케론의 옅은 보랏빛 눈동자를 빤히 보았다. 그 순간 아케론이 옅은 웃음을 보이며 블랙 스완을 보았다.
그녀의 한마디에 블랙 스완이 크게 움찔거렸다.
“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야. ”
“ 어, 어어... 그렇네, 이제 돌아갈까. ”
“ 그게 좋겠어. ”
아케론이 주변을 살펴보는 사이 블랙 스완은 얼굴을 붉히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자신의 손으로 미치도록 뛰는 심장 위로 올려 두근거리는 걸 확인하며 어리둥절한 채 혼란스러워했다. 그녀는 아케론을 향해 두근거리는 마음을 두려움이라고 핑계 댔다.
그녀를 향한 두려움에 의해 미치도록 뛰는 게 분명하다고.
그러지 않고서야 아케론을 향해 심장이 반응할 리 없다고 판단했다. 혼란스러운 마음을 정리하기도 전에 아케론이 엉뚱한 곳으로 가려고 하자, 그녀를 불렀다.
“ 아케론 씨, 그쪽이 아니야. ”
“ 아, 이런. ”
“ 길치구나? ”
“ ... 실례했어. ”
길치인 그녀를 보고 있으니, 아까처럼 두근거리지 않았다.
블랙 스완은 역시 갑작스러운 상황에 잠시 놀랐던 것뿐이라며 안심하고 아케론의 손을 붙잡고 개척자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목에서 조용히 따라오던 아케론이 블랙 스완을 부르며 물어보았다.
“ 기억하는 자, 다음에 또 춤을 추겠어? ”
“ ... 갑자기? ”
“ 전에 말하려다가 말았어. ”
“ 파티에 가는 날이면, 추도록 하자. ”
“ 그래. ”
아케론은 발걸음을 멈추고서 블랙 스완을 보았다.
블랙 스완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다음에 춤을 추지 않겠냐는 그녀의 말에 살짝 놀랐다. 상황과 분위기에 맞지 않는 말을 고백이라도 하듯이 뜸을 들이는 게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고개를 푹 숙인 아케론을 보다가 답했다.
지금 당장 추는 것도 아니고, 파티에 가는 날이라는 조건을 걸었다.
우선은 아케론과 함께 개척자에게 합류하는 것이 우선이었기에. 춤을 추겠다고 하니 그제야 아케론의 발걸음이 움직였다. 개척자에게 가는 길 내내 두 사람은 그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그저 적막과 고요뿐이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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