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차일드 타입

[HL/드림/230620] 서사

나비의 보관함 2025. 2. 3. 00:01

 


후와 토키히토에게는 평범한 일상을 되찾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

여유를 가지고 있던 평범한 일상 속의 부모님이 언제나 늘 말씀하셨던 여친의 존재를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멍하니 하늘을 보며 고민에 잠겼다.

인연이란 쉽게 오는 것이기도 하지만, 원하는 인연은 쉽게 찾아오지 않음을 알고 있다.

토키히토는 벤치에 앉아 하늘을 보고 있으니 몰려오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한창 졸고 있었을까, 토키히토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하늘에 석양이 지고 있었다.

 

 

" 빨갛다... "

" 네, 빨갛네요. "

" 어...? "

" 잘 주무셨나요? "

 

 

멍하니 하늘을 보고 있던 토키히토는 옆에서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다급하게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그곳에는 벤치 끝에 앉아 하늘을 보고 있는 새하얀 소녀가 있었다. 여린 몸과 짙은 다크서클이 상반되어 보였다.

토키히토에게 자기소개를 하는 소녀는 외관에 비해 나이가 있었다.

못 해도 20대 초반일 줄 알았던 상대는 소녀가 아닌 여성이었다. 2살 어린 28살의. 토키히토는 여전히 놀란 눈으로 재잘재잘 이야기하는 상대에게서 시선을 떼어내지 못했다.

떠드는 이야기 소리를 들으니 다시 잠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눈이 서서히 감기려고 하는 그때, 자신을 츠구하라고 소개한 상대가 가까이 다가와 손을 붙잡았다. 토키히토는 낯선 상대가 붙잡아 오는 손길에 화들짝 놀랐다.

 

 

" 너무 잘 주무시는 거 같아서요. "

" 아... "

" 아, 제 이름은 하츠사키 츠구하예요. "

" 저는... 흐암, 후와... 토키히토... "

" 토키히토 씨? "

 

 

토키히토는 순간 제 이름을 불러오는 츠구하의 목소리에 목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기분이 참 묘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귓가에 울릴 정도로 심장 박동 소리가 들려왔다. 목덜미가 뜨거워지는 게 느껴지니 금세 얼굴이 달아올랐다. 

토키히토의 붉어진 얼굴이 하늘의 석양과 닮아있었다.

츠구하는 토키히토의 모습을 보더니 살포시 웃어주었다. 토키히토는 그녀의 미소에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고 말았다. 낯선 느낌이 드는 설렘에 당황하고 말았다. 그날 이후로 토키히토와 츠구하는 종종 만남을 가졌다.

츠구하는 가끔씩 토키히토와 만날 때마다 종종 그를 놀렸다.

첫 만남 당시 얼굴이 붉게 타오르던 그의 얼굴을 가지고서 놀리던 츠구하였다. 그 이야기를 꺼낼 때면 항상 토키히토의 얼굴이 그때처럼 붉게 타올랐다.

 

 

" 토키히토 씨. 또 붉어졌어요. "

" 읏... 츠구하... 또 놀리지. "

" 후후, 그렇지만 토키히토 씨 반응이 귀여우니까요. "

" ... 잘래... "

" 앗... 토키히토 씨... 주무시나요? "

 

 

츠구하의 장난에 항상 토키히토는 잠으로 도망을 쳤다.

그마저도 반농담에 가까웠지만. 그는 츠구하가 쉽사리 잠이 들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녀의 소원이 꿈을 꾸고 싶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잠을 잔다고 하면 씁쓸해 보이는 미소를 짓는 츠구하를 보면 따라 씁쓸해졌다.

토키히토는 가끔 생각한다. 제가 꾸는 잠을 그녀에게 나눠줄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텐데.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이라는 걸 알고 있다. 제가 잠들고 나면 홀로 남겨진 츠구하가 외로움을 타는 것까지 알고 있지만, 잠을 물리칠 수 없었다.

첫 만남 이후로 츠구하는 토키히토의 시계 가게에도 종종 찾아왔다.

 

 

" 와, 시계가 정말 많네요. "

" 하하... "

" 예쁘다... "

" ... "

" 토키히토 씨? "

 

 

한 번은 토키히토의 시계 가게에 초대된 츠구하가 가게 안을 살펴보고 있을 때였다.

조용한 가게 안은 초침이 돌아가는 소리가 가득 들려왔다. 제각기 다른 시간으로 흘러가는 시계들을 보며 츠구하는 신기한 듯 구경했다.

한참을, 시계를 구경하다가 문득 숨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돌아가니 토키히토가 잠들어 있었다. 

카운터에 엎드린 채 잠이 든 그의 모습을 지켜보던 츠구하는 그 앞으로 향했다. 잠이 든 토키히토의 옆에 앉아 그를 보았다. 토키히토와 같은 자세를 하고서 멍하니 그의 얼굴을 세세하게 지켜보며 묘한 감정을 느꼈다.

조용한 가게 안에서 초침만 들려오는 와중에 츠구하는 귓가에 들려오는 심장 소리를 들었다.

설레어 오는 감정을 느끼고 있을 때, 낡은 시계에서 알람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 헉! "

" ... 으음, 츠구하? "

" 네, 네? 잘 잤어요? "

" 으응, 손님은... "

" 없었어요. "

 

 

큰 알람 소리에 츠구하는 화들짝 놀라며 급하게 상체를 일으켰다.

츠구하가 허둥지둥거리고 있을 때, 토키히토가 잠에서 깨어나 일어나고 있었다. 잠에서 막 깨어난 그는 시계를 보고는 손님에 관해 물어보았다.

놀란 츠구하는 그의 질문에 답을 주고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시계를 구경하러 나섰다.

막 잠에서 깨어난 토키히토는 츠구하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서야 제 입가를 가려냈다. 그는 사실 시계 알람이 울리기 전에 깨어난 상태였다. 츠구하의 시선이 느껴져 그저 눈을 감고 있었을 뿐이었다. 츠구하가 저를 보는 시선에 쉽사리 눈을 뜨지 못했다.

토키히토는 방금 있었던 일에 얼굴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처음 만났던 날처럼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라 목까지 붉어진 상태였다.

 

 

" 츠구하, 전에 네가 날 볼 때... "

" 아, 아니에요. 안 봤어요! "

" 아닌데, 시선이 느껴졌는데... "

 

 

그날 이후로 토키히토는 츠구하가 자신을 놀렸던 걸 복수하기라도 하는 듯 그녀를 놀려댔다.

종종 만나면서도 틈만 나면 서로가 유치한 장난을 치기 바빴다. 토키히토와 츠구하는 그런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꼈다. 두 사람의 일상에 점점 행복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 행복이 익숙해질 때가 되어서야 토키히토는 제가 느꼈던 감정을 인정했다. 

그녀를 향해 느끼고 있는 감정이 이제는 평범하지 않다는 걸 말이다. 조금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감정을 깨닫고 나니 많은 것이 고민이 되어 돌아왔다.

토키히토의 입에서는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츠구하에게 고백할까, 말까의 문제보단 만약 고백해서 사귀게 된다고 하더라도 제 기면증과 그녀의 불면증은 어울리면서도 어울리지 못했다.

제가 잠드는 동안에 그녀는 항상 무료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 츠구하. "

" 네? "

" 그, 음... "

 

 

토키히토는 제 시계 가게로 찾아온 츠구하를 조심스럽게 불렀다.

고백을 해보기로 마음을 먹긴 했지만, 앞서 했던 고민으로 인해 쉽게 입이 열리지 않았다. 토키히토가 불러놓고서 뜸을 들이자, 츠구하는 가만히 기다려 주었다.

그가 하고 싶은 말을 전부 제게 해줄 때까지.

차분히 기다린 결과 토키히토가 용기 내 입을 열었다. 그의 입에서 들려온 것은 어느 정도는 예상하던 내용이었다. 이따금 저도 그를 보며 느끼고 있던 감정을 말하고 있었다.

토키히토가 제 마음을 토하듯이 내뱉을 때마다 츠구하의 얼굴이 점점 빨갛게 익어갔다.

츠구하는 얼굴을 붉히면서 손등으로 입을 가렸다.

 

 

" 츠구하, 너와 만나면서 함께 하는 시간이 좋아. "

" ... "

" 너를 보면 보고 싶고, 좋아하는 감정이 넘쳐나. "

" 토키히토 씨... "

" 너와 함께하고 싶어. "

 

 

토키히토는 제 감정을 말하면서도 거절당하면 어쩌나 싶은 마음에 불안해졌다.

힐끔 눈을 떠서 그녀의 반응을 살펴보면 나쁘지 않은 거 같으면서도 특정할 수 있는 표정이 아니다 보니 쉽게 정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함께 하고 싶다고까지 말했다.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던 고백이 끝이 났다. 

고백이 끝나고 츠구하의 눈에는 미세하게 떨고 있는 토키히토가 눈에 들어왔다. 츠구하는 살며시 웃으며 토키히토의 앞으로 조금 다가갔다.

그의 손을 붙잡고서 조심스럽게 답했다.

 

 

" 토키히토 씨. 저도 같은 마음이에요. "

" 어? 정말...? "

" 제가 언제 거짓말한 적 있던가요? "

" 없었지... "

" 그렇죠? 저도 당신과 함께하고 싶어요. "

 

 

토키히토는 어느샌가 제 일상에 반이나 차지해 버린 츠구하를 보았다.

그녀는 평소보다 더 밝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토키히토는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이 벅차오르는 고양감을 이루 말할 수가 없었기에, 그저 츠구하를 품에 힘껏 끌어안는 것이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