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
손뼉이 마주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갈색 머리카락의 여성이 밝게 웃으며 박수를 쳐서 주변 사람의 시선을 이끌었다. 그 소리로 인해 거실에 있던 세 사람이 그녀에게로 시선이 향했다.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모나헌 남매와 창밖을 보고 있던 은발 남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하자, 로엘은 당당히 밝은 웃음을 보이며 손뼉을 쳤던 손을 내려두고서 허리에 올려두었다.
모두의 시선이 무슨 일이 있냐는 듯 물어보는 듯했다.
" 자! 곧 있으면 크리스마스잖아요? "
" 그러고 보니... "
" 크리스마스? "
" 아... 피터, 크리스마스라는 건... "
모두의 이목을 끈 그녀의 입에서 나온 건 곧 있을 크리스마스 때문이었다.
로엘의 말에 잭의 시선이 벽에 걸려 있던 달력에게로 향했다. 아직 2주나 넘게 남은 시간이었지만, 이벤트 같은 걸 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준비하고 있는 게 좋았다.
당일에 처리하기엔 많은 준비가 필요할 테니까.
달력에 머물던 잭의 시선이 잠시 모나헌 남매에게 머물렀다가 로엘에게로 향했다. 모나헌 남매의 장녀이자 피터의 누나인 미쉘이 크리스마스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는 듯한 피터에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 설명을 듣고서 피터는 짧은 생각을 하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 다른 사람이 태어난 생일을 왜 우리가 축하해야 하는 건데? "
" 피터... 음... "
" 그거야, 우리에겐 의미가 없는 날이지만 연말에 다 같이 보내자는 뜻이야. 피터. "
" ... 다 같이 있는 거라면 좋아. "
" 그리고 트리도 꾸미고, 외식도 하면서 공원에 놀러 가서 재밌는 걸 구경하는 거야. "
" 우는 아이에겐 선물을 주지 않는 산타도 있지. "
" 산타는 뭐야? "
잭의 말에 미쉘이 피터에게 다시 설명을 이어 해주었다.
피터는 처음 알게 된 소식에 영 감흥이 없는 것처럼 굴었다. 피터의 표정에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게 남아있었다. 로엘은 팔을 걷어붙이며 잭에게 손짓했다.
잭이 조용히 로엘의 곁으로 다가갔다.
로엘이 잭의 팔을 붙잡고 이끌어 현관문으로 향했다. 현관문을 열자, 밖에는 언제부터 있던 건지 미리 기다리고 있던 커다란 트리 나무가 있었다. 그 외에도 큼지막한 상자 여러 개가 있었다.
잭은 살짝 놀란 눈으로 로엘을 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 이런 걸 언제 다 준비한 거지? "
" 우리들의 첫 크리스마스잖아요. 모두에게 좋은 추억을 남기고 싶었거든요. "
" ... 일단 안으로 옮겨야겠군. "
잭이 상당히 무게가 있어 보이는 트리 나무를 안으로 옮겼다.
거실 한구석에 자리 잡으며 큼지막한 나무가 상당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큰 나무의 등장에 미쉘과 피터는 당황한 눈으로 잭과 로엘을 번갈아 보았다.
잭의 뒤로 로엘이 상자를 들고 오더니 모나헌 남매의 앞에 내려두었다.
테이프를 뜯고 상자를 열자, 그 안에서 트리를 꾸밀 수 있는 다양한 물건이 담겨져 있었다. 작은 전구부터 시작해서 빨간 모자와 양말, 흰색과 빨간색이 섞인 막대사탕 모형, 빨간 리본, 하얀 눈꽃 모양이 박힌 구슬, 선물 모형까지.
상자 안의 물건들을 보고서 아이들은 신기해했다.
" 자, 미쉘. 피터. 이제 이걸로 저 트리를 꾸밀 거야. 너희는 전구를 뺀 나머지 물건들로 꾸며줄래? "
" ... 마음대로요? "
" 그래! 마음대로, 취향대로! 아무렇게나 꾸미면 돼. "
로엘이 바닥에다가 상자에 담긴 장식들을 전부 쏟아내면서 말했다.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꾸며도 된다고, 다만 전구의 경우에는 위험하니 어른인 자신이 한다고 했다. 그 말에 미쉘과 피터가 눈을 반짝거렸다. 옅은 분홍빛으로 달아오른 뺨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로엘은 덩달아 좋아지는 기분에 웃으며 잭을 보았다.
잭은 팔짱을 끼고서 세 사람이 서로 끌어안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때 로엘이 잭의 팔을 붙잡아 당기면서 아이들과 함께 자신의 품으로 안아주었다.
" 이제 트리 꾸미기를 해볼까? "
" 응, 해볼래. "
" ... 고맙습니다. "
피터는 고개를 끄덕인 뒤 상자를 뒤적거리기 시작했고, 미쉘은 로엘에게 허리를 숙여 감사를 전했다.
로엘은 미쉘의 등을 쓸어주며 부드럽게 웃어주었다. 그런 말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수줍게 웃던 미쉘은 자신을 부르는 피터의 목소리에 머쓱해하며 발걸음을 옮겨 피터의 곁으로 다가갔다.
아이들은 상자를 뒤적거리며 꺼낸 소품들로 마음대로 트리를 꾸미기 시작했다.
미쉘은 빨간 리본과 선물 상자 모형, 눈꽃 그림이 박힌 구슬로 꾸몄고, 피터는 양말과 모자, 막대사탕 모형으로 각자의 방식대로 꾸몄다. 녹색 빛만 비추던 트리는 어느새 알록달록해졌다.
마지막으로 잭과 로엘이 트리의 아래에서부터 전구를 이어서 둘둘 말았다.
로엘은 마지막으로 상자 안에서 큰 별을 꺼내더니 아이들에게 쥐여주었다. 반짝이는 가루가 붙어있는 큼지막한 별 모양에 아이들의 눈빛이 호기심으로 물들었다.
" 이건 둘 다 처음일 테니까, 동시에 올려볼까? "" 어디에 올리는 건데요? "
" 이건 트리 맨 위에 올리는 거야. "
" ... 신기하네요. "
로엘이 피터를 안아서 올려주었고, 미쉘은 발끝을 세웠다.
두 사람이 손을 모아 큰 별을 트리의 끝에 장식하고 나서야 모두가 트리 앞에 앉았다. 마지막으로 불을 끄고, 전기 코드를 꽂는 순간 번쩍하면서 어둡던 거실을 순식간에 은은한 불빛이 밝혔다.
반짝반짝 빛나며 아름다운 트리를 본 미쉘과 피터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모나헌 남매는 오늘 처음으로 트리를 보았고, 장식도 해보았으며 큰 별로 올려봤고, 반짝이는 전구가 아름답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한참 멍하니 있는 두 사람의 모습에 잭과 로엘이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잭의 시선은 로엘에게로 향해있었으나, 로엘의 시선은 아이들에게로 향해있었다.
" 애들에게 좋은 추억을 주고 싶어요. "
" 너는 그러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 "
" 더 좋은 걸 주고, 먹이고 싶고, 보여주고 싶어요. "
" 그것도 좋지만, 저 아이들은 그저 그 처음을 너와 함께해서 좋은 걸 텐데. "
" 후후... 거기에 잭도 포함인 거죠? "
" 그건 모르겠군. "
늦은 시간이었기에 아이들에게는 2주 뒤에 다시 켜기로 약속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빠르게 크리스마스가 찾아왔다. 티를 내지 않았지만, 피터와 미쉘은 크리스마스를 내심 기대했던 모양이었다. 늦게 잠들어버린 탓에 잭과 로엘이 진땀을 빼야만 했다.
밤새 몰래 선물을 두려고 했으나 잠을 자지 않으니 둘 수가 없었다.
로엘은 아이들을 재우기 위해 노력했다. 미쉘과 피터를 침대에 눕혀두고서 그 곁에서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동화를 읽어주기도 했다. 이야기가 끝날 때쯤 아이들이 곤히 잠든 걸 볼 수 있었다.
로엘은 책을 조심스럽게 덮어두고서 잭을 불렀다.
" 아이들은 자나? "
" 네, 잘 자고 있어요. "
" 이제 선물을 두고 나가면 되겠군. "
" 이게 피터 선물이죠? "
" 그래. "
잭이 미쉘의 머리맡에 선물을 올려두고, 로엘이 피터의 머리맡에 선물을 올려두었다.
아기자기하게 포장된 선물을 올려둔 뒤 두 사람은 조용히 방을 빠져나갔다. 거실을 지나 방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서로를 보았다. 시선이 마주치자 그저 조용한 웃음이 나왔다.
로엘이 부드럽게 웃는 모습을 지켜보던 잭은 조심스럽게 그녀를 끌어안았다.
갑작스러운 잭의 포옹에 로엘이 놀라서 움찔거리며 얼굴을 붉혔다. 크리스마스 전날, 두 사람은 뜨거운 밤을 보냈다. 그렇게 크리스마스 당일이 되었다.
이른 아침부터 일어난 피터와 미쉘은 자신의 머리맡에 놓여있는 선물 상자를 발견했다.
" 누나... 진짜 산타라는 사람이 있나 봐. "
" 그러게, 정말 신기하네...? "
기분 좋아 보이는 피터와 휘둥그레 눈을 크게 뜬 채 선물 상자를 보고 있는 미쉘이었다.
두 사람은 선물 상자를 품에 안고서 거실로 나왔다. 신이 나 보이던 표정은 한순간에 놀람으로 번져갔다. 어제 정성껏 꾸몄던 트리가 반짝거렸고, 그 아래에 무더기로 놓인 선물 상자들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피터와 미쉘이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가만히 있자, 뒤늦게 나온 로엘이 그 모습을 보고 소리 없이 웃었다.
조심스럽게 두 사람에게 다가와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어깨를 감싸안았다. 그러곤 로엘이 피터와 미쉘에게 속삭였다. 기분 좋은 목소리가 두 사람의 귓가에 울렸다.
" 미쉘, 피터. 트리 아래에 있는 선물은 전부 너네들 것이야. 이름이 적혀있으니 찾아보도록 하렴. "
" 정, 정말요? "
" 세상에... "
피터와 미쉘은 로엘의 말에 주춤거리더니 조금씩 트리 앞으로 가서 선물을 확인하기에 나섰다.
두 사람이 상자를 뒤적거리며 찾아다닐 때, 로엘의 뒤로 잭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어깨를 감싸안았다. 아이들은 신난 마음으로 각자의 상자를 열어보기 시작했다.
피터의 상자 안에는 로봇이나 필기도구, 가방 같은 물건들이 들어가 있었다.
미쉘의 상자에는 옷이나 장신구, 리본삔 같은 물건이 들어가 있었다. 잭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로엘의 귓가에도 속삭였다. 낮게 울리는 목소리에 로엘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어 갔다.
" 로엘, 저기에 네 선물도 있으니 한 번 보는 게 어때? "
" 네? 제 선물이요? "
" 그래. "
로엘은 자신의 선물도 있다는 말에 당황한 눈치였다.
그의 말에 차분했던 심장이 점점 크게 반응하며 울리기 시작했다. 두근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어지럽혀왔다. 로엘이 떨리는 마음을 붙잡고서 천천히 트리와 아이들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로엘과 잭의 대화를 듣고 있던 건지 미쉘이 로엘 쪽으로 선물 상자를 밀어주었다.
안에 든 게 무엇인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큰 상자에 천천히 열어보았다. 로엘이 상자를 열자, 다시 다급하게 닫았다. 그녀의 얼굴이 아까보다 더 붉어졌다. 마치 불에 타오르는 고구마와 같은 열기였다.
미쉘은 로엘의 얼굴을 보며 무엇이냐고 물어보았지만, 로엘이 다급하게 등 뒤로 상자를 숨기며 고개를 저었다.
" 으응, 아냐. 미쉘은 다른 선물 좀 보고 있을래? "
" ...음... 네. "
" 잭...!! 이, 이건... 선물이라기보단... "
" 내가 너에게 주는 선물이지. 그걸 오늘 밤에 입고 오면 네가 나에게 선물을 주는 셈이고. "
" 그, 하아... "
로엘의 선물 상자 안에는 레이스와 얇은 천으로 만들어진 시스루 란제리였다.
로엘은 잭이 이런 건 또 어디서 배워온 건지 의문이 들었다. 문외한일 것처럼 굴던 그가 이리 당당하게 요구해 올 줄은 꿈에서조차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이미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로엘이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을 때, 잭이 입꼬리를 올려 옅게 웃더니 아이들이 선물에 빠진 틈을 타 로엘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잭의 덤덤한 행동에 로엘이 입을 벙긋거리며 당황해하고 있었다.
음소거된 모습마저도 귀여워 보이는 건지, 잭은 로엘을 지나쳐 거실에 있는 소파에 자리 잡고 앉았다.
" ... 이상한 옷인데. "
" 나도 있네? "
" 아, 그건 우리끼리 세트로 입을 옷이야. "
" 세트요? "
세트라는 말에 미쉘과 피터의 시선이 로엘에게로 향했다.
여전히 붉은 얼굴이었지만, 로엘이 어색하게 웃으며 방 안으로 들어가더니 다른 옷까지 들고나왔다. 들고 나온 옷과 아이들이 들고 있는 옷은 디자인이 비슷해 보였다.
크리스마스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의상이었다.
로엘은 겉으로 보기에 조금 우스꽝스러운 면이 있어서 다들 입어줄까, 고민까지 했다. 잔뜩 긴장한 채 타액을 삼키고 나니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와주었다.
세 사람의 행동에 감격한 로엘이었지만, 모두를 위해 자신도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 다들 잘 어울려. "
" 그런가. 집에서만 입는 거라면. "
" 잠옷이니까. "
" 잘 어울리네. "
" ... 꼬맹이도 잘 어울리네. "
피터가 가만히 잭을 보더니 먼저 말을 걸었다.
잭은 웬일로 피터가 말을 거는가 싶었지만, 잘 어울린다는 말뿐이었다. 어쩐지 그 말이 비웃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지만, 똑같은 대사로 돌려주었다.
잭과 피터 사이에 어색한 기류가 흘렀지만, 두 사람은 서로에게 잘 어울린다고 칭찬했다.
칭찬이 맞는지 의문이 들긴 했지만. 로엘은 시계를 보더니 다시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세 사람은 다시 옷을 갈아입은 로엘을 보며 궁금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세 사람의 표정에 로엘이 웃으며 말했다.
" 밥 먹으러 가야지! "
" 아. "
그렇게 외출하기 전에 세 사람은 옷을 갈아입었고, 다 같이 외식을 하기 위해 외출했다.
지나가던 사람들마다 네 사람을 보더니 행복해 보이는 가족이라 생각하기까지 했다. 네 사람은 정말 가족이 되어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었다.
'에덴로즈 타입' 카테고리의 다른 글
[HL/자컾/240821] 연정(戀情) (0) | 2025.02.15 |
---|---|
[BL/자컾/241118] What happened? (0) | 2025.02.15 |
[BL/자컾/241110] 百年佳約 : 백년가약 (0) | 2025.02.14 |
[HL/자컾/240924] 이래도 가족이야? (0) | 2025.02.14 |
[HL/드림/240901] 그리움이라는 '독' 아래에, 널 그리워하고 있어. 5 (0) | 2025.0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