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할 정도로 조용하고 아득한 밤하늘이 내려올 때면, 사무치는 외로움이 더해진다.
후지와라는 특별수사대의 일이 끝나고 나면 언제나 몸이 가라앉는 걸 느꼈다. 그 순간이 어느 정도 특별하다고 느끼고 있다면 특별한 것일지도 몰랐다. 가라앉는 마음이, 생각이 마치 깊은 심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홀로 창가에 앉아 밤하늘을 보는 것도 종종 즐겼다.
같이 시간을 보내는 특별수사대 사람들조차 모르는 일이었다. 단 한 사람만 제외하면.
" 유우, 오늘도 밤하늘 보는 중이야? "
" 응. 요즘 쌀쌀해졌잖아. "
" 그건 그렇지. "
특별수사대에서 가까워진 한국인, 김서빈이 유일했다.
신기하게도 주변 사람들, 심지어 가족조차 잘 모르고 있는 취미를 한 사람에게 들켰을 때의 기분이란. 후지와라는 자신의 곁으로 다가오는 서빈을 힐끗 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서빈이 가져온 야식에 관심이 가긴 했으나, 먼저 손을 댈 순 없었다.
서빈은 후지와라의 시선만으로도 그가 지금 무얼 원하는지 얼추 알 수 있었다. 후지와라 쪽으로 함께 가지고 온 쟁반을 조심스레 밀어주었다. 쟁반 위에는 저지방 우유 한 컵과 야채 샌드위치가 두 개 있었다.
사실상 나눠 먹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가 원한다면 두 개 다 줄 생각이었다.
" 유우, 같이 먹어도 될까? "
" 전혀 상관없지. "
" 고마워! "
" 음... 정말 잘 만들었어. 이건 인정할 수밖에 없겠는데? "
후지와라가 상관없다는 말에 서빈이 웃으며 샌드위치 하나를 집었다.
서빈과 후지와라가 사이좋게 샌드위치를 나누며 먹기 시작했다. 우물거리며 먹는 사이 서로 말조차 나누지 않았지만, 은연중에 무엇인가 통하고 있던 두 사람이었다.
후지와라는 샌드위치를 먹으며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보았다.
샌드위치를 씹으며 먹고 있는 모습에 서빈이 힐끗 보다가 다시 시선을 돌렸다. 빵 부스러기가 후두둑 다리 위로 떨어지는 것도 모른 채 골똘히 고민에 잠겼다.
" 서빈. 부스러기 흐르는데. "
" 아... 미안해, 다른 고민 하느라... "
" 입가에도 묻었어. "
보다 못한 후지와라가 서빈을 보며 말했다.
자신의 방에 부스러기가 흐르는 게 도저히 보고만 있을 순 없었던 모양이었다. 서빈은 후지와라의 지적에 화들짝 놀라며 얼굴을 붉혔다. 당황한 탓에 허둥지둥거리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부스러기를 하나씩 모았다.
열중하며 부스러기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집중하고 있을 때, 후지와라는 서빈의 입가에 묻은 부스러기도 알려주었다. 서빈이 그의 말에 무릎 위로 부스러기를 흘렸을 때보다 더 빨개진 얼굴로 당황해했다.
손수건 위로 다급하게 부스러기를 털어낸 뒤 어색하게 웃었다.
" 그런데 야식 가져다주려고 온 거야? "
" 응, 이 시간이면 유우, 밤하늘 바라볼 거라고 생각해서... "
" 확실히 그렇겠군. "
" 다른 사람들에게는 안 보여주는 모습이지? "
" 그것도 맞아. "
후지와라는 당황해하는 서빈을 위해 부러 말을 돌렸다.
그의 질문에 서빈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서빈의 시선이 힐끗 벽에 있는 시계를 보았다. 시간은 이미 11시를 넘어 12시가 되어가고 있었고, 이 시간대면 가끔 후지와라가 밤하늘을 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후지와라는 서빈만이 알고 있을 사실에 대해 말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에게 안 보여주는 모습이냐는 물음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느새 샌드위치를 다 먹어 치워 깨끗해진 그릇과 컵을 다시 쟁반 위로 올려두더니 침대 옆에 있는 탁상 위에 올려두었다.
후지와라가 다시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때 서빈이 입을 열었다.
" 내일 하나무라랑 어디 간다고 하던데... "
" 바보무라가 말해준 건가? "
" 응, 하나무라가... "
" 바보무라를 하나무라라고 부르지 마. "
" 어? 하지만 이름은... "
" 바보무라, 어감 나쁘지 않잖아. "
서빈은 후지와라를 보며 다른 이의 이름을 언급했다.
그러자 후지와라의 시선이 밤하늘에서 서빈으로 옮겨졌다.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가다가 서빈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쟁반을 들고 방을 나갔다. 나가기 직전에 후지와라를 보며 잘 자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후지와라 또한 시선은 밤하늘에 향해 있었지만, 서빈의 말에 답을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