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김시연 |
영문명 | Kim si yen |
출생 | 1990년 서울특별시 강동구 성내동 |
국적 | 대한민국 |
본관 | 진주 강씨( 晉州 姜氏 ) |
신체 | A형 RH+ 허리 23~4인치 발 250 키 167 체중 52 |
가족 | 부모님 오빠 |
학력 | 여중 여고 여대 (약대) 여대학원 여초직장 |
종교 | 무교 |
해시태그 | #Lovestay, #SamSoohyun, #현진아 사랑해 |
취미 | 덕질, 영화 보기, 훌쩍 여행 떠나기 |
MBTI | INFJ |
1. 첫만남과 그 이후
수현과 현진의 첫 만남은 무대 위의 가수와 팬으로서의 만남이었다.
수현이 휴가 삼아 갔던 휴양지에서 열린 축제에 초대 가수로 왔던 현진과의 만남이 그녀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일과 집을 병행하던 수현에게 있어 현진의 무대는 상상을 초월하는 자극을 주었다.
흑백으로만 보이던 세상이 다채로운 색채로 변하기 시작했다. 시시하기만 했던 사람과의 교류가 즐거워졌고, 지루하기만 하던 하루하루가 그로 인해 달라졌다. 수현에게 있어 현진은 세상을 바꾸어 준 구원자와도 같았다. 하지만 현진에게 있어 수현은 달랐다. 그에게 있어 처음에 수현은 그저 평범한 수많은 팬 중 한 명에 불과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가까워지는 감정이 팬이 아닌 애정을 향해 달려갔다. 시간이 지나 두 사람은 팬과 가수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가깝고, 의존하며 신뢰하는 사이가 되었다.
" 누나, 안녕하세요. "
" 현진이도 안녕~! "
일을 하다가 만나면 서로 인사하는 사이가 되기도 했다.
수현이 힘겹게 발전한 관계이기도 하지만, 현진 역시 수현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팬과 가수였고, 바뀐 관계여도 팬과 가수 관계는 여전했다. 수현은 현진을 볼 때마다 인상 깊었던 첫 만남은 계속 떠올랐다. 그래서 현진과 만날 때 수시로 그 이야기를 꺼냈다. 처음 만났을 때, 그 큰 무대 위에서 가장 빛나고 있던 너를 잊지 못한다고 계속 되뇌었다. 현진은 수현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부끄러운 기분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하게 다가왔다. 오히려 그녀가 첫 만남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오히려 어색하다 느낄 정도였다.
" 현진아, 누나는 너랑 처음 만났을 때를 잊지 못해. "
" 알아요. 어제도 이야기했어요. "
" 그랬던가? "
" 네. 누나는 매번 이야기해 주시니까요. "
현진의 말에 수현이 웃고 수현의 말에 현진이 웃었다.
수현은 고된 노력 끝에 현진의 부매니저가 될 수 있었고, 두 사람은 더없이 가까워졌다. 서로가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된 두 사람은 타인이 보아도 커플처럼 보이는 관계로 발전했고 수현과 현진은 주변 사람들은 썸으로 알고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가수와 부매니저의 관계를 유지했다. 수현은 말하지 않았지만 정말 이따금 깊은 잠에 빠져들 때면 꿈에서 현진과의 첫 만남을 꾸기도 했다.
" 와... "
화려한 무대, 아름다운 의상, 3차례나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지만, 전혀 지쳐 보이지 않는 얼굴, 딱 맞춘 팀워크, 노력하는 모습까지 수현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다.
부매니저가 되기 전의 수현은 제약회사에 다니는 직원이었다. 정해진 루트로만 공부하고, 배우며 일했던 그녀에게는 현진이 보여준 무대가 가히 충격적이었고, 환상적이었다. 그렇기에 수현은 현진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뭐든지 하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일을 그만두고 부매니저의 자리까지 올라오게 되었다.
그렇다 보니 수현은 조금씩 현진의 무대를 완벽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현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그 생각은 가벼웠다면 괜찮았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완벽해야 한다는 집착까지 들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부매니저이자 무대 에디터였기 때문이었다. 수현이 하고 싶은 걸 하는 건 좋았지만, 현진은 그 일로 인해 피곤해하는 수현이 못내 안타깝고 신경 쓰였다.
" 누나, 이거 먹으면서 하세요. "
" 어? 이게 뭐야? "
" 마카롱이요. "
" 웬... 마카롱? "
" 힘들 땐 단 걸 먹으면 풀린데요. "
그 이후로 현진은 종종 일을 마치고 올 때마다 수현에게 마카롱이나 초콜릿 같은 달달한 걸 선물해 주었다.
현진이 집으로 퇴근한 이후 현진이 준 마카롱을 보며 고민에 잠겼다. 애인은 아니지만 챙겨주는 사람, 친구처럼 가깝게 지내지만, 그 이상인 사람. 그게 현진이었다. 수현은 사소한 것에 현진에게 반하고 말았다.
자신이 반했다는 사실을 깨닫자, 수현은 말을 잃은 사람처럼 입을 틀어막았다. 새롭게 알게 된 감정은 새롭고 신기했다. 수현이 자신의 감정을 알게 되고 나서부터 두 사람의 관계는 애매모호 해졌다.
2. 이벤트 발생
수현이 현진의 부매니저로 담당이 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은 날에 생겨난 일이었다.
큰 무대가 있었던 그룹의 배경과 스토리 라인을 작업하기 위해 며칠 밤샘과 더불어 야근하게 된 수현은 피로와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있는 상태였다. 며칠 잠을 이루지 못해 다크서클은 이미 턱까지 닿을 정도로 내려와 있는 상태였고 정신을 놓으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수현을 보며 현진은 걱정이 커졌다.
" 누나, 조금 쉬어가면서 하세요. "
" 어? 으응, 쉬어가면서 하고 있어. "
쉬어가고 있다고 했지만, 수현은 며칠 동안 전혀 쉬질 않았다.
오히려 레드불이라는 각성제까지 마셔가며 일에 매달렸었다. 현진에게 했던 쉬어가면서 하고 있다는 말과는 달리 수현은 이토록이나 무리하고 있었다. 자신이 무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현진을 위해서라도 멈추면 안 되었다. 일을 하다가 코피를 흘려도, 깜빡 기절 잠이 들어도 일을 마무리하려고 했다. 그러던 중 패션 스텝이 수현에게로 다가와 도와달라는 말을 건넸다.
" 저... 부매니저님. 저 좀 도와주시겠어요? "
" 네? 저요? "
" 네, 네. 손이 부족해서... "
" 음... 어떤 걸 도와주면 되죠? "
" 아, 이쪽으로 가셔서... "
패션 스텝의 안내를 받은 대로 길을 나서니 인턴들이 모이는 의상 창고 같은 곳이었다.
그곳에 들어와 부탁받은 대로 옷을 하나둘 고르고 있으니, 뒤에서 누군가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려 보니 그곳에는 현진이 있었다. 현진과 수현은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서로를 보았다. 먼저 말을 건 사람은 현진이었다.
" 누나... 누나가 왜 여기에? "
" 어? 부탁받아서... "
" 부탁이요? 누가... "
" 어... 패션 코디였는데... "
" 하... 아무튼 다시 나가... "
철컥, 다시 나가자는 말을 하던 현진이 창고의 문고리를 잡고 돌리던 도중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당황한 현진이 문고리를 철컥철컥 돌려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문고리가 헛도는 소리에 수현은 놀란 눈으로 현진을 보았고, 문고리를 잡고 있던 현진도 몸을 돌려 당황한 표정으로 수현을 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맞물리며 서로의 얼굴에 놀람과 당황이 보였다. 다행히 작업실 겸 창고였던 탓에 테이블과 의자도 있고 먹을 간식들도 놓여 있는 상태였지만 둘의 사이에는 조용한 기류만 흐를 뿐이었다. 먼저 입을 연 사람은 현진이었다.
" ... 누나, 요즘 제대로 안 쉬고 있죠? "
" 어? 아냐. 나 제대로 쉬고 있는데? "
" 제가 보기엔 안 그래 보여요. "
" 음... "
현진의 날카로운 시선에 수현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제가 보기에도 느끼기에도 무대를 직접 뛰는 현진보다 뒤에서 꾸미고 만드는 제가 더 피곤해 보였다. 원래 무대는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고 배우기도 했지만, 현진의 무대이다 보니 수현은 제 손으로 이루고 싶었다.
그게 욕심이라는 것도 잘 알면서도.
수현은 할 말이 없었기에 입을 꾹 다물고서 고개를 숙인 채 손가락만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현진이 짧은 한숨을 쉬고는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 누나도 앉으세요. "
" 응... "
" 누나, 요즘 밥은 잘 챙기세요? "
" 어? 물론이지. "
" 잠도 잘 못 자시는 분이? "
" 아... "
무슨 말을 해도 수현은 현진의 물음에 답을 줄 수 없었다.
이 애매한 분위기가 너무 싫었다. 현진에게 말하지 못하는 것도, 현진과 묘한 기류가 흐르는 것도 싫었다. 수현은 입을 꾹 다물고서 참다가 결국 속에 쌓이는 화를 참지 못하고 울먹거렸다. 그녀가 울먹거리자, 현진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가 다시 수현을 보았다. 현진은 다짐한 듯한 표정으로 수현을 보고서 말했다.
" 누나. 제대로 안 챙기면 진짜 혼낼 수밖에 없어요. "
" ... "
" 이건 잔소리가 아니라 누나 걱정돼서 하는 말이에요. "
잔소리가 아닌 걱정이라는 말에 수현은 고개를 들어 현진을 보았다.
묘하게 현진이 하는 말이라면 약해지고 소심해지는 자신이었지만, 사소한 말 하나만으로도 제 기분은 왔다 갔다가 했다. 거기다 제가 현진을 좋아한다는 감정을 자각하고 나서부터는 쉽게 다가가는 것조차 힘들고 버거웠다. 수현은 제 감정을 현진에게 강요할 생각도, 알려줄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현진은 알고 있다는 듯 수현을 대했다. 실제로는 현진이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진의 표정을 보니 모르는 것 같기도 해서 묘한 안심이 들었다.
" 알았어. 앞으로 잘 챙길게. "
" 진짜죠? 약속해요. "
" 응. 알았어. "
테이블 앞으로 상체를 기울인 채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수현은 다시 밝아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현진의 새끼손가락에 손가락을 걸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마주 보며 웃는 얼굴로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그날 이후로 수현은 현진과의 약속대로 제 몸을 챙겨가면서 일하기 시작했다. 밥을 제때 먹는 건 물론이고, 잠도 챙겨가며 일에 매달렸다.
일은 물론 처음부터 줄이기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줄여가며 일했고 그 끝은 일에 매달리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처리했다.
3. 사귀게 된 경위
수현과 현진은 창고 사건 이후로 더 가까워졌다. 두 사람은 서로의 생각을 표정만 보아도 어느 정도는 알 정도로 파악하는 지경이 되었다.
다른 사람이 지켜보고 있는 입장에서는 그저 신기할 뿐인 둘의 관계는 소리소문없이 사람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퍼져나갔다. 두 사람의 가까운 사람들은 오히려 왜 서로 고백을 안 하는 건지 의문까지 든 상태였다.
여기서 하나 짚고 가자면 수현은 자신의 감정을 깨달은 이후로 상대의 감정을 살피며 고백 각을 보고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한 상황이었다.
현진은 누군가가 보아도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는 상태였다.
어떤 이가 현진에게 수현과의 관계를 물어보면 답은 하지 않고 웃는 얼굴만 보일 뿐이었다. 그룹 멤버나 남자가 물어보면 웃는 얼굴은 하나도 없이 정색한 얼굴도 눈빛으로 욕하는 수준이었다.
그 반응을 보고 사람들은 현진이 뭔지는 몰라도 각을 재고 있는 거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하지만 수현은 그걸 전혀 몰랐다.
" 누나, 좋은 아침이에요. "
" 응. 좋은 아침이야. "
" 밥은 드셨어요? "
" 아침은 간단하게 샌드위치. "
" 잘하셨어요. "
이른 아침, 다른 이들 누구보다 일찍 출근한 수현은 일정표를 정리하다가 막 출근한 현진을 보며 인사를 건넸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현진의 개인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짐을 챙겼다. 잡지 화보 촬영이 있었기에 코디네이터와 함께 매니저에게로 향했다. 수현은 무거워 보이는 짐을 들고서 매니저를 보고 말했다.
" 매니저님. 현진이 화보 촬영 시간 됐어요. "
" 샵에 들려서 메이크업이랑 스타일링 받고 가야 하는 거 알죠? "
" 네. 다녀오겠습니다. "
수현은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매니저에게 영업적인 미소를 보였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인 그런 미소였다. 하지만 멀지 않은 곳에서 그런 수현을 현진이 지긋하게 보고 있었다.
상당히 어두워 보이는 얼굴을 하고서.
그런 현진을 보는 다른 사람들이 속내로 차라리 고백하라고. 외칠 정도였다. 따끔거리는 시선에도 수현은 모르는 건지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건지 그 무거워 보이던 짐을 들고서 발걸음을 옮겼다.
매니저를 노려보듯 지켜보던 현진은 수현의 뒤를 따라 성큼성큼 걷다가 그녀가 들고 있는 짐을 빼앗아 자신이 들었다. 그러곤 웃는 얼굴로 말했다.
" 누나, 이런 건 힘 잘 쓰는 남자 시켜요. "
" 그 정도는 나도 들어. "
" 알죠. 그래도 일하려면 힘들 텐데 제가 들게요. "
" ... 고마워. "
두 사람의 뒤에는 더 무거운 짐을 들고 있던 코디네이터도 있었지만 이미 두 사람은 둘만의 세상에 있었다.
걸어가는 두 사람의 시선은 서로 다른 곳을 향해있었다. 수현은 앞을 보며 걸어갔지만, 현진의 시선은 수현에게로 가 있었다. 그게 둘의 일상이었다.
현진이 수현을 보는 시선은 올곧았다.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유혹할 때도 현진의 시선은 수현에게 향해 있었다. 언제나 볼 때마다 사랑스럽다고 말하고 있는 그 시선을 수현만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현진은 그마저도 상관없다는 듯 행동했다.
시간이 흐르고 수현은 제가 일하는 테이블 위로 올라와 있는 의문의 쪽지를 발견하고 한참 고민에 잠겨있었다. 쪽지는 2개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수현에게 관심이 있으니 퇴근 후 카페에서 기다리겠다는 고백 뉘앙스를 풍기는 쪽지였고 다른 하나는 현진에게 그만 좀 꼬리 치라는 질투가 가득 담겨 있는 쪽지였다.
책상 앞에 두 쪽지를 두고서 고민에 잠긴 수현의 곁으로 현진이 다가왔다.
" 누나, 뭐 하세요? "
" 어? 아. 누가 나한테 이걸 보냈어. "
" 이건... "
수현은 앉은 자리에서 현진을 올려다보며 말해주었다.
현진은 수현의 앞에 있는 쪽지들을 흘끗 보더니 인상을 굳혔다. 미간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인상이 굳고 미간이 찌푸려지는 건 짧은 시간이었기에 수현은 보지 못했다.
그녀는 턱을 매만지다가 현진을 보며 고백 뉘앙스를 풍기는 쪽지를 가리켰다.
그러고는 정말 순수한 표정으로 궁금하다는 의미가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현진은 그녀의 그런 순수한 모습을 사랑했지만 이런 걸 알아차리지 못하는 수현이 조금, 아주 살짝 밉게 느껴지기도 했다.
" 누나. 이거 혹시 저에게 주실 수 있어요? "
" 쪽지를? "
" 네. 쪽지요. 제가 버릴게요. "
" 음... 그래. 가져가. "
" 고마워요. "
쪽지를 달라고 하는 현진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보던 수현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양보했다.
수현의 앞에 놓여있는 쪽지를 가져간 현진은 수현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 뒤 퇴근해 보겠다고 말했다. 외투를 챙기고 나가는 현진의 모습을 보고는 수현은 어리둥절해 있다가 자신 역시 짐을 챙겨 퇴근 준비를 마쳤다. 수현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오늘따라 이상하게 유독 어둡고 기분이 나쁘다고 느껴졌다.
완전한 어둠이 내려앉은 밤은 가로등만 유일한 빛이 되었다. 네온사인으로 밤에도 환하게 빛나는 시내와는 달리 수현이 살고 있는 동네는 빛이라고는 가로등뿐이었다.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느낀 수현은 발끝에서부터 올라오는 불안함에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을 꽉 움켜쥐었다. 긴장한 탓에 마른침이 절로 삼켜졌다. 너무 겁먹은 나머지 휴대전화를 들고서 현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 혀, 현진아. 집은 잘 들어갔어? "
[ 누나? 무슨 일 있어요? ]
" 으응, 지금 퇴근하고 가는 길이야. "
[ 아~ 오늘은 날이 춥다던데 조심해서 들어가요. ]
" 응. 조금만 더 통화할까? "
현진은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수현의 떨리는 목소리에 그녀의 상황을 얼풋 눈치챘다.
수현은 걸어가면서 현진과 대화를 하다가 등 뒤로 느껴지는 인기척에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등을 돌려 뒤를 보았다. 그곳에는 전화를 들고 있는 현진이 있었다. 덩달아 놀란 표정을 짓다가 수현을 안심시키기 위해 웃는 얼굴로 말했다.
" 누나, 저예요. "
" 놀랐잖아! "
" 미안해요. 괜찮아요? "
" 놀란 거 말고는 뭐... "
" 같이 가요. "
그 뒤로 두 사람은 거리를 걸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현진이 집에서 여기까지 온 것 자체가 수현이 위험할까 봐서 왔다는 것이었다. 수현은 그런 현진을 보고서 이 정도까지인데 현진이 저와 다른 감정을 가지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걸까, 없던 용기가 속에서 솟구처올랐다.
" 현진아. 누나랑... "
" 누나, 저랑... 사귀실래요? "
" 어? "
" 저랑 사귀어요. 누나. "
" ... 응. 사귀자. 좋아해. "
" 저도 누나 좋아해요. "
수현이 고백하려던 찰나에 현진이 선수 쳐서 그녀에게 고백했다.
현진의 고백에 수현은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길을 걷다 멈추고 현진을 보았다. 현진 역시 수현이 고백을 받아주면서 좋아한다고 말해오자, 얼굴을 붉히고 웃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연인이 되었다.
4. 사귀고 나서 이후
수현과 현진은 사귀고 난 이후에도 변함없는 하루를 보냈다.
바쁘다면 바쁘다고 할 수 있고, 여유롭다면 여유로운 그런 느낌. 수현은 고백받았던 그 첫날의 느낌을 고이 마음속에 간직했다.
오늘부터 1일이라며 맞잡은 두 손은 뜨거웠고 마주친 두 눈에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누군가와 사귄다는 건 생각도 해보지 못했다. 그것도 심지어 그 상대가 현진일 거라고는 더더욱 생각 밖의 일이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제 곁에 현진이 머물러주었고, 제가 현진의 곁에 머물렀다.
" 수현아, 그래도 사귀기 시작했으니, 데이트는 해야지? "
" 아. 그러네... "
" 데이트 어디로 갈 생각이야? "
" 음... 무난하게 영화 보고 밥 먹고? "
" 그건 너무 평범하지 않아? "
" 그래도 해보고 싶어. "
수현은 현진과의 사이를 응원해 주었던 친구를 향해 수줍게 웃었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데이트일지는 몰라도 적어도 저에게는 아니었다. 앞으로 현징과 함께하면서 많은 데이트를 하겠지만, 첫 데이트인 만큼 현진과 가장 해보고 싶었던 걸 해보고 싶었다.
물론 저녁에 현진에게 연락해 데이트 어떠냐고 물어봐야겠지만...
그러고 보니 현진이 데이트를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증이 들었다. 저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두근거리는데 현진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 생각에 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 그, 현진아! 우리... 이번 주말에 놀러 갈래? "
[ 이번 주말에요? ]
" 으응... 할 거 없으면... "
[ 음... 그래요. 몇 시가 좋아요? ]
" 어, 아침 10시 어때? "
[ 네. 마치면 연락해 줘요. 데리러 갈게요. ]
" 응. "
쉬는 시간, 수현은 현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신호음이 지나고 달칵이는 소리와 함께 현진이 전화를 받았다. 주말에 놀러 가자는 말에 덤덤하게 하는 현진의 반응에 수현은 문득 현진이 데이트에 감흥이 없는 건가? 이 생각이 들었다.
기어들어 가는 듯한 낮은 목소리에도 다정한 목소리로 몇 시가 좋으냐 물어왔다.
수현은 눈동자를 굴리다가 답했다.
데리러 온다는 말에 고민하던 생각들이 깔끔하게 날아가고 웃음만 남았다.
" 어머, 데이트하러 가기로 했어? "
" 응. 주말에. "
" 잘 다녀와. "
수현의 친구는 수현을 응원해 주었다.
수줍음이 많은 제 친구가 커플이 된 것도 놀라웠지만, 먼저 데이트하자고 권했다는 것도 놀라웠다. 뺨을 붉히고서 일하고 있는 수현을 보며 속으로 응원했다.
시간이 지나서 수현은 모든 일을 마치고 퇴근할 마음으로 주변을 정리했다.
정리가 끝난 뒤에 다시 현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 누나, 저 지금 회사 앞이에요. ]
" 어, 어? 지금? "
[ 네! 정리 다 하셨으면 내려오세요. ]
" 응, 조금만 기다려. "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여유로웠던 수현은 전화 한 통 이후로 정신없이 움직였다.
바쁘게 이리저리 정리를 마친 이후 빠르게 회사 밖으로 나갔다. 회사 앞에 차를 주차하고 저를 기다리고 있는 현진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 그의 모습이 멋있었던 모양인지 길을 지나가는 여자들이 전부 그를 보고 있었다. 그중에는 현진에게 다가가 번호를 물어보는 여자도 있었다. 솟구치며 올라가던 기분이 갑자기 가라앉았다. 현진이 정중하게 거절하며 여자를 돌려보냈지만, 여자는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여자가 완전히 가버리고 나서야 수현은 현진의 앞에 나타났다.
" 누나,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요. "
" 응... "
" 무슨 일 있어요? "
" 아니... "
" 음... 우리 잠깐 어디 좀 갈까요? "
해맑게 웃으며 반겨주는 현진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수현은 현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절레 저어댔다. 고민하던 현진이 수현을 차에 태우고 어디론가 향했다. 도착한 곳은 쥬얼리 샵이었다.
당황한 수현이 현진을 보자 현진은 그저 웃으며 수현의 손을 붙잡고 샵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커플링을 보러 왔다고 말했다. 수현은 현진이 제 기분을 알아차렸고, 풀어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날, 수현과 현진은 반짝이는 실버링으로 커플링을 맞추었다.
5. 데이트
커플링을 맞춘 그날의 주말. 두 사람은 데이트하게 되었다.
물론 현진은 아직 데이트인지 모르고 있는 것 같았지만, 수현에게는 의미 있는 데이트였다. 영화를 보기 전 시내로 나가기 위해 탑승한 차량에서 수현은 제가 끼고 있던 반지를 어루만졌다.
힐끗 시선을 돌려 운전대를 잡고 있는 현진의 손을 보았다.
정확하게는 그가 끼고 있는 반지였다.
" 누나, 할 말 있어요? "
" 어, 어? 아니. 아니야. 현진이 너는 어떤 영화 보고 싶어? "
" 음... 누나가 보고 싶어 하는 거요. "
" 그래? 이번에 새로 나온 로맨스 영화가 있다던데... "
" 그럼 그거 봐요. "
갑자기 질문을 해오는 현진의 말에 수현은 말을 돌리고자 어떤 영화가 보고 싶냐고 물어보았다.
짧게 고민하던 현진은 수현이 보고 싶어 하는 걸 보자고 말했고, 그의 답에 수현은 제 손을 만지며 답했다. 수줍어서 고개를 숙이고 어물쩍 말했지만, 현진은 웃으며 답을 해주었다.
그들의 대화가 끝나고 얼마 있지 않아 시내에 도착했다.
시내에 도착한 두 사람은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서 영화관으로 향했다. 수현이 미리 표를 구매해 둔 상태이기에 영화만 선택하면 될 일이었다.
수현은 현진의 곁에서 나란히 서서 걸었다. 그녀를 보던 현진이 수현의 손을 붙잡았다.
" 어? 왜, 왜? "
" 커플이니까. 잡고 가는 것도 괜찮죠? "
" 응, 물론이지. "
현진의 붙잡은 손을 지켜 보던 수현은 얼굴을 붉히며 앞을 보고 걸었다.
괜히 고개를 돌리면 현진이 저를 보고 있을 시선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카운터에 도착한 두 사람은 수현이 말했던 로맨스 영화를 구매하고 좌석을 선택한 뒤 팝콘을 사기 위해 스낵 코너로 향했다. 현진의 의견에 따라 커플 콤보 세트를 구매한 뒤 둘은 상영관 안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은 영화를 재밌게 보았고, 영화가 끝난 이후에는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점심으로 가볍게 먹기 위해 레스토랑을 들렀고, 그곳에서 가벼운 식사를 마쳤다.
식사가 끝난 두 사람은 차를 타고 이동했다.
현진이 운전대를 잡고서 수현을 보며 말했다.
" 누나, 제가 이번에 좋은 곳을 발견해서 그런데 가실래요? "
" 어? 그래. 가자. "
현진이 말한 좋은 곳은 바닷가였다.
강원도 인근에 있는 이름 없는 바닷가에 도착한 두 사람은 차를 주차하고 내려 바닷가를 걸었다.
서서히 져가는 노을을 바라보던 현진이 수현을 보며 어설프게 웃는 얼굴로 말했다.
" 이러니까 데이트 같네요. 누나. "
" ... 데이트 맞아. 현진아. "
" 어? 진짜요? 아, 그러네... "
" 다음에는 어디 가고 싶어? "
" 저... 누나랑 놀이공원 가보고 싶어요. "
바닷가를 따라 걷던 두 사람은 다음 데이트 약속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번에는 수현의 의견이 아닌 현진의 의견대로 놀이공원에 가자는 약속하고서 잔잔하게 몰아치는 파도를 보았다. 수현은 노을을 보다가 현진을 보았다.
현진과 수현의 시선이 맞닿는 순간이었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 말할 것도 없이 서서히 다가갔고, 두 사람의 입술은 맞닿았다. 바닷속으로 저물어 가는 듯한 노을 아래에서 입을 맞추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입맞춤이 끝나고 수현은 수줍게 웃었다.
" 앞으로도 잘 부탁해, 내 남친. "
" 저도 잘 부탁해요. 내 여친. "
두 사람은 서로에게 잘 부탁한다고 말하며 손을 맞잡았다.
둘은 노을이 다 질 때까지 바닷가를 거닐다가 하늘이 보랏빛으로 물들 때가 되어서야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6. 결혼 과정
여러 번의 데이트, 만남이 오가는 동안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수현과 현진은 커플이 되고 2년이 되던 날에 동거하게 되었다. 동거하기 시작하고 1년이 지난 여름날에 현진은 반지를 꺼내 수현에게 프러포즈했다.
반지를 내밀며 결혼하자고 말하는 그의 말에 수현은 눈물을 보였다. 결혼하자는 프러포즈를 받았으니 이제 결혼식을 위한 준비만이 남아있었다. 결혼이 처음이었기에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수현과 현진은 시간을 내서 웨딩드레스와 연미복을 보러 왔다.
" 어서 오세요. 예약하신 분들이죠? "
" 네. 맞아요. "
" 우선 결혼 축하드려요. 먼저 신부님의 드레스 먼저 보러가실게요. "
" 네. 기대되네. "
" 그렇네요. 예쁜 누나 모습 기대되네요. "
" 그게 아니잖아. "
두 사람이 안내 데스크로 향하자, 종업원이 반겨주었다.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가는 길에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 화려하게 꾸며진 궁전 같은 분위기에 수현은 떨리는 마음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런 그녀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현진이 장난스레 답했다.
현진의 장난에 얼굴이 붉어진 수현이 당황해하며 고개를 저었다. 안내원의 발걸음을 따라가니 도착한 곳은 드레스를 볼 수 있는 곳이었다.
" 누나 먼저 하는 거죠? "
" 응. 신부 드레스 갈아입는 게 시간이 걸린대. "
" 아하... 그럼, 먼저 입어보고 와요. "
" 응. "
가장 먼저 프린세스 라인의 드레스를 입어본 수현은 거울 속에 비치는 제 모습을 보았다.
순백의 하얀 드레스가 눈부시게 반짝거려 오자 묘한 기분이 들었다.
가려졌던 커튼이 걷히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수현의 모습이 보였다. 현진은 제 눈앞에 있는 수현의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멍하니 그녀를 보며 감격한 듯 보다가 소파에서 일어나 다가갔다.
" 누나... 진짜, 진짜 예뻐요... "
" 아이참, 너도... "
다른 드레스들도 차례대로 갈아입어 본 수현의 선택은 첫 번째로 입었던 드레스였다.
그녀의 몸매에 맞춰 마음에 드는 드레스에 이번에는 현진이 연미복을 골랐다. 연미복을 고르는 건 생각보다 빠르게 정해졌다. 디자인이 거의 다 엇비슷했기에 그리 크게 고민하지 않고 택할 수 있었다.
의상을 고른 이후에는 식장을 골랐다. 그렇게 크게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단출하지도 않은 식장으로 고른 두 사람은 동거하는 집으로 돌아갔다.
7. 결혼식
결혼식 당일날, 두 사람은 아침 일찍부터 분주해졌다.
서울에서 유명한 숍에 예약해 스타일링을 받기 위해서였다. 식은 11시에 시작이었기에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해야 했다.
숍에 도착한 시간은 이른 오전이었고, 늦지 않게 스타일링을 받을 수 있었다.
수현의 머리카락은 올림머리가 되어 반짝이는 가루가 뿌려지고 보석이 박힌 액세서리가 장식되었다.
" 결혼 축하드려요~ 11시에 시작하신다면서요? "
" 네. 이른 시간이긴 하죠? "
" 보통 오후에들 하시니까요. "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새 올림머리도 끝나있었다.
수현은 드레스로 갈아입은 뒤 준비된 차량에 현진과 함께 탑승하고 결혼식장으로 출발했다.
이때부터 수현과 현진은 만날 수 없었다.
미신이긴 하지만, 신부와 신랑은 결혼식 때까지 만날 수 없다는 이야기 때문이었다. 신부는 대기실에서 친구들과 가족들, 지인을 맞이하며 인사를 나누었고, 신랑은 입구에서 하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 수현이 네가 시집을 간다니... 놀랄 일이네. "
" 그렇게 놀랄 일이야? "
" 너 저번에 생각 안 나니? 연하는 아니라고 했던 거. "
" 아, 그건... "
친구의 말에 수현은 크게 당황했다.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입을 꾹 다물어버렸다. 장난을 치던 친구들이 식장 안으로 들어가고 홀로 남은 수현은 긴장했다.
문이 열리면 아버지의 손을 잡고서 입장을 해야 한다.
제 곁에 서서 저보다 더 긴장한 듯한 아버지의 모습에 수현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문이 천천히 열리고 신부 입장이라는 외침과 동시에 아버지의 손을 맞잡고 입장하기 시작했다.
" 신부와 신랑은 서로의 머리카락이 파 뿌리가 될 때까지 사랑하겠습니까? "
" 네, 사랑하겠습니다. "
" 네!!! 사랑하겠습니다! "
중앙에 들어왔을 때 아버지의 손에서 현진의 손으로 갈아탔다.
곁에 있던 아버지가 현진에게 딸을 잘 부탁한다는 귓속말이 들려왔다. 수현은 울컥 감정이 격해졌다. 아버지가 신부 측의 자리로 돌아가 앉는 걸 보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퇴장할 때가 다 되었다.
마지막으로 키스하라는 말에 현진과 수현은 서로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
" 퇴장까지 하고 하객들과의 사진, 친구들과의 사진, 가족들끼리 사진 찍겠습니다! "
연설이 끝나고 퇴장할 때, 서로의 부모님께 인사를 드려야 했다.
신부 측 자리에 앉아있는 부모님을 볼 때마다 수현은 솟구쳐 오르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결국 흘려내고 말았다. 눈물을 펑펑 쏟아내기 시작하자 현진도 당황하고 부모님들도 당황하고 말았다.
다행히 워터 프루프로 화장해 번지진 않았지만, 수현의 울음에 신부 측 사람들이 모조리 울기 시작했다. 거기엔 그녀의 부모님도 포함이었다.
" 잘 살아야 한다, 딸. "
" 응. 엄마... "
울먹거리던 수현은 엄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서 퇴실했다. 가장 먼저 가족들과 하객들, 친구들까지 모인 자리에서 사진을 찍었고, 친구들과의 사진을 또 따로 찍은 뒤 가족들끼리 사진을 찍었다.
식당으로 향하기 전에 한복으로 갈아입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후에 식당으로 향해 피로연이 열렸고, 그 뒤로는 가족들끼리 모여 허니문을 가는 수현과 현진을 마중 나와주었다.
8. 신혼 여행
결혼식 이후 두 사람은 신혼여행으로 하와이로 향했다.
원래라면 서로 시간을 맞춰 가려고 했으나 상사의 재량으로 두 사람 다 휴가를 받아 결혼식이 끝나고 바로 가게 되었다.
비행기를 타고 하와이로 도착한 두 사람은 숙소부터 들어갔다.
무거운 짐들을 풀어놓고 각자 쉬기로 했다. 수현은 테라스로 나가 펼쳐지는 푸른 하늘과 높은 야자수, 고층에서 바로 보이는 바닷가가 인상 깊었다.
" 와~ 현진아, 이것 봐. 엄청 예뻐! "
" 누나, 호칭은 계속 현진이라고... 하실 거예요? "
" 그럼? "
" 남편이라거나...? "
" 어...? "
현진의 말에 수현은 얼굴을 붉혔다.
남편이라는 호칭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호칭이었다. 남친이라고 부르는 것도 상당히 힘들었지만, 남편이라는 호칭은 더했다.
부끄러웠던 수현은 고개를 아예 돌려버렸다.
창밖을 보고 있던 수현에게 현진이 다가와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고 안아왔다. 수현은 등 뒤로 느껴지는 단단한 품에 살며시 기대며 그의 팔을 쓰다듬었다.
" 아직 부끄러우니까... 조금 더 있다가. "
" 그래요, 누나. 그러면 나는 여보라고 할래요. "
" 어, 어? 그것도 부끄러운데... "
" 그러면 누나가 남편이라고 불러줄 때 할게요. "
" 고마워. "
테라스에서 서로 끌어안은 채 대화를 나누었다.
수현은 현진의 배려에 고마운 듯 고개를 돌려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아직 오후였던 시간을 만끽하기 위해 두 사람은 바닷가로 향했다.
해변가에는 수영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현진은 바닷가에 있는 바에서 무알코올 칵테일 두 잔을 들고 와 한 잔을 수현에게 내밀었다. 잔을 건네받은 수현은 홀짝거리며 현진을 향해 웃어주었다.
" 내일은 우리 들고온 수영복 입고 놀까? "
" 그럴까요? "
" 그러자. "
결혼식 전에 신혼여행을 허락 맡고 나자마자 구매했던 수영복이 있었다.
수현은 현진의 취향이 담긴 그 수영복을 떠올렸다. 처음에는 비키니를 사자고 했던 그였지만, 모두의 앞에서 보여줄 순 없다는 의견에 마지막에는 래시가드를 택했다. 현진 역시 수현과 세트로 이루어진 래시가드를 구매했다.
두 사람은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저녁을 먹기 위해서였다. 긴 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이동했더니 배가 고플 시간이었다. 식당에 도착한 두 사람은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시켰다.
간단한 것 위주로 주문한 덕에 음식은 곧바로 나왔다.
" 생각했던 것보다 맛있는데? "
" 그렇네요, 누나 많이 먹어요. "
스테이크를 썰던 현진이 수현의 접시 위로 고기를 나누어주었다.
접시 위로 늘어난 고기에 수현은 수줍게 웃었다. 두 사람은 배를 채운 뒤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서로 샤워를 마친 뒤 침대에 나란히 누워 서로를 보았다.
수현은 간지러운 기분이 드는 걸 참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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