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차일드 타입

[HL/드림/241130] 붕스 서사

나비의 보관함 2025. 2. 16. 03:04


어느 날, 어떤 부호가 선데이에게 의뢰 하나를 맡겼다.

 

누군가를 닮은 소녀를 로봇으로 만들어 달라던 부호의 의뢰에 선데이는 제작을 가했고, 그렇게 완성되는 듯했다. 어디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는지 모를 오류가 생겨났다. 

 

원래 넣으려고 했던 자아와 전혀 반대되는 자아가 생겨난 것이었다.

 

통제를 해야 했던 선데이는 이 부분을 가장 신경 썼다. 이대로 데이터를 폐기하려고 했지만, 기계가 한 말을 듣고 그녀를 하나의 인간으로 인지하게 되었다. 또 개인적으로 모든 게 설정된 꿈세계에서 새로운 사아를 만들고 스스로를 인간이라 자칭하고 있는 로봇의 행보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 모든 걸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선 안이라고 생각한 게 가장 컸다.

 

 

 

 

 

" 선데이 님, 누군가가 값을 설정해 준 데이터라고 하지만 주입해 놓은 기억과 설정값은 결국 인간 아닌가요. "

 

" ... "

 

" 멋대로 누군가의 자아를 재현해 놓고, 언제든지 죽일 수 있는 약자로 만드신 게 웃기네요. "

 

" ... "

 

" 선데이 님께서는 약자의 목숨을 거둘 자격이 있는 인간이신가요? "

 

" ...! "

 

 

 

 

 

가만히 로봇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선데이는 신선한 충격에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조금 이후의, 그러니까 은하열차에 오르고 난 이후의 이야기이지만 선데이는 그녀를 인간이라 생각하며 그녀를 완전한 꿈세계로 이끌려고 계획하고 있다. 이건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이야기.

 

다시 돌아와 선데이는 부호를 보면서 생각했다.

 

결국 인간은 끝없이 자신의 과거와 추억을 그리워하고, 그로 인해 나약해진다고. 처음에는 만족하며 좋아했던 부호도 시간이 지나며 결국 존재하지 않는 허상을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에 현타를 느꼈다.

 

무엇보다 자신이 사랑했던 찬란하던 사람은 이런 쾌락의 도시에서 자신만을 바라보지 않았을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그 부호는 자신이 만들어달라고 한 메이드를 꿈세계에 버리고 떠났다.

 

 

 

 

 

" ... 기억과 맞지 않는 상황에서 전 뭘 해야 했던 걸까요. "

 

" ... 그거야 모르지. 이름은 받았어? "

 

" 워다즈... 워다즈체즈. "

 

" ■■이라... 나와 반대되는 이름이네. "

 

" ... "

 

" 워다즈, 기억을 지우고 싶어? "

 

 

 

 

 

선데이는 다시 자신에게로 돌아온 로봇, 아니 워다즈를 보며 말했다.

 

본래는 워다즈의 기억을 제거하고 직원으로 돌리고자 했으나, 그녀에게 자아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그래서 워다즈에게 선택지를 주었다.

 

기존 기억을 모두 잊어버리고 인간으로서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데이터 그대로 모든 것을 간직한 채 꿈세계의 데이터로 살아갈 것인가. 선데이가 내건 선택지에 워다즈가 고개를 들어 건조한 눈동자로 선데이를 보았다.

 

입술을 달싹거리던 워다즈가 다시 시선을 돌려 호텔 창문 너머의 풍경을 보며 말했다.

 

 

 

 

 

" 전... 이 모순적인 꿈세계를 관찰하고 선데이 님이 바라시는 걸 지켜보며 당신이란 인간의 미래를 보고 싶어요. "

 

" 그래? "

 

" 당신의 곁에 있고 싶어요. "

 

 

 

 

 

선데이는 이런 대화 속에서도 워다즈의 심리와 의중을 파악했다.

 

만들어진 자아면서 자신 스스로가 나약하다고 생각하는 모습은 인간의 틀을 벗어난 영웅의 심리를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흥미를 자극했다. 선데이가 입꼬리를 올려 웃어주며 말했다.

 

 

 

 

 

" 그래, 네가 원하는 게 그거라면. 그렇게 하도록 해. "

 

" 감사합니다. "

 

 

 

 

 

선데이는 오로지 이 로봇이 어디까지 인간다워지는가, 언제까지 영웅의 심리를 가질 수 있을까.

 

그것에 흥미를 느끼고 관찰하기 위해 옆에 두기로 했다. 곁에 남고 싶다고 하는 걸 굳이 거절할 필요가 없기도 했으므로.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에게 흥미 혹은 동질감을 강하게 느꼈다.

 

이 이야기는 두 사람이 은하열차에 오르기 전까지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