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that wasn't meant to be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루퍼슨은 캐롤라인를 지하연합에 가장 먼저 소개를 마친 뒤 자신의 가문에 알릴 준비를 했다.
다행히도 지하연합의 식구들이 캐롤라인를 마음에 들어 했고, 그들이 자발적으로 그녀를 보살펴 주었다. 지하연합 사람들 사이에서 캐롤라인는 사회에서 생활하면서 알아야 할 것들을 배우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루퍼슨은 캐롤라인가 어느 정도 적응했을 때, 그녀에게 말했다.
" 캐리, 잘 지내고 있지? 하하... 다른 게 아니라 혹시 괜찮으면 내 약혼녀로서 선셋가에 같이 가줄 수 있을까? "
" 어, 어? 네? 선셋가요...? "
" 어엉... 다무 형이 약혼할 거면서 가주한테 소개도 안 해줄 거냐고 말하길래~ 한 번은 봐야 할 것 같네? "
" 조, 좋아요! 갈게요. 언제 가면 될까요? "
" 음... 지금? "
" 네...?! "
캐롤라인는 즉흥적으로 바로 지금 선셋가로 가야 한다는 루퍼슨의 말에 화들짝 놀랐다.
하필이면 오늘인가, 오늘은 엘리오너와 피터하고 함께 색종이를 접는 날이었는데. 다녀와서 해주면 되려나, 생각하며 먼저 나서버리는 루퍼슨의 뒤를 쫓아갔다.
처음 보는 선셋가의 저택은 페르나 가문보다 컸고, 웅장했다.
귀족의 저택이야 엇비슷하겠지만. 캐롤라인와 루퍼슨은 함께 가주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안경을 쓰고서 업무를 보고 있던 가주이자 루퍼슨의 맏형인 디미트리는 두 사람의 등장에 서류를 보던 시선을 옮겼다.
굳게 닫혀서 열리지 않을 것 같았던 디미트리의 입술이 열렸다.
" ... 이제 설명해 보도록, 루퍼슨. "
" 아~ 그게 있잖아, 형. 아! 이쪽이 내 약혼녀인 캐롤라인 페르나. 그녀도 능력자거든. 내가 봤을 땐 증폭 능력자인 거 같아. "
" ... 페르나 가문이 왜 칩거했는지 알겠군. "
" 그치? 뭐... 캐리가 그 가문에서 새장 속 새가 되어버려서 말이야. 그걸 멋지게 구해줬다~ 이거지. "
디미트리는 루퍼슨의 장난기 가득한 미소에 짧게 한숨을 내뱉으며 쓰고 있던 안경을 벗었다.
안경을 책상 위에 올려둔 다음 지끈거리는 머리에 미간을 꾹꾹 눌렀다. 자초지종을 물어오는 말에 루퍼슨은 대충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의 말은 대충이었지만, 그 속에 정확한 핵심이 담겨 있었다.
그 말을 알아들은 디미트리가 힐끔 캐롤라인를 보았다.
아주 짧은 시선이었다. 캐롤라인와 루퍼슨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디미트리는 다시 루퍼슨을 보며 짧게 한숨을 쉬었다. 어찌 되었든 자초지종을 듣게 되었으니 해결하는 건 자신의 몫이었다.
짧지만 묵직하고 깊이가 있는 한숨을 내뱉은 뒤 다시 안경을 쓰며 말했다.
" 루퍼슨 선셋, 캐롤라인 페르나. 약혼이 성사되기 전까지는 선셋가 저택에서 지내도록. "
" 어? 형, 그래도 돼? "
" 밖에서 사고 치는 것보단 낫겠지. "
" 하하! 형도 참~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매번 사고 치는 것 같잖아! "
" 아닌가? "
디미트리가 일방적으로 말하긴 했지만, 그의 말대로 저택에 있는 게 나을지도 몰랐다.
루퍼슨이 놀란 표정으로 디미트리를 보며 되물었고, 두 사람의 대화가 오갔다. 캐롤라인는 디미트리와 루퍼슨의 대화를 들으며 두 사람이 투닥거리는 걸 보았다. 저게 바로 형제라는 걸까.
외동으로 자랐던 캐롤라인였기에 두 사람의 관계는 신기하면서도 부러웠다.
반강제적이긴 했으나 어찌 되었든 루퍼슨과 캐롤라인는 선셋가의 저택에서 지내게 되었다. 캐롤라인는 처음에 지낼 때 상당히 힘들어했다. 그녀의 소심한 성격이 가장 큰 한몫을 했다.
복도를 걷거나 정원을 거닐거나 산책을 할 때나 가끔씩 마주치는 디미트리와는 목례로 하는 인사가 전부였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루퍼슨과 테라스에서 티타임을 즐기고 있을 때, 디미트리도 함께 한다거나 아침, 저녁마다 식사를 함께하거나. 셋이서 지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하니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과도 이야기를 자주 나누게 되었다.
특히 마주칠 때마다 가벼운 목례만 하던 인사가 바뀌었다.
" 디미트리 경, 좋은 아침이에요. "
" ... 좋은 아침이군, 레이디 캐롤라인. "
말없이 목례만 하던 관계에서 진전이 생겨 이제는 인사 정도는 받아주었다.
캐롤라인는 자신이 이제 어느 정도는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건 아닐까, 하며 기뻐하고 있을 때 정반대의 기분을 느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바로 선셋가의 가주, 디미트리였다.
그는 최근에 계속 캐롤라인가 신경 쓰여 죽을 맛이었다.
그녀와 한 저택 안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소심하지만 배우는 걸 좋아하고, 자유를 즐기지만, 아직까지도 이전의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 디미트리는 저택에 있을 때면 항상 캐롤라인가 신경 쓰였다.
그녀의 아주 작고 사소한 습관을 외워버릴 정도였다.
그는 이미 자신이 점점 그녀에게 빠져가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녀는 엄연히 동생인 루퍼슨의 약혼자라는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그 생각에 그저 자신의 감정을 묻어두고 마음을 드러내지 않기로 했다.
조용히 뒤에서 지켜보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려고 했었다.
" 아, 아니... 그러니까 이런 건... "
" 캐리...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네가 다칠 수도 있다니까?! "
" 내가 다치는 건 상관없어요. 저보다 더 어린 엘리노어도 나가잖아요. "
" 엘리는 직접적으로 공격하면서 회피할 수 있어. 벌써 몇 달째 나가고 있는 배테랑이야. 하지만 너는 아니잖아! "
" ... 그래도 나갈 거예요. 엘리노어를 혼자 보낼 수 없어요. "
" 캐리! 네가 거기에 간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
" ... 어, 어떻게... 루퍼슨, 당신이 그런 말을... "
소극적인 성격의 캐리와 루퍼슨이 성격차이 때문에 다투게 되었다.
캐리는 소극적이었으나 엘리노어가 나가는 임무에 어째서 자신은 나가지 못하는 건지 의문을 품었다. 페르나 저택을 나온 뒤로 처음 가지게 되는 의문이었다. 그래서 가지 말라고 하는 루퍼슨에게 자신은 가겠다고 말하고 있는 거였다.
하지만 그런 캐롤라인의 마음을 알 리 없었던 루퍼슨은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너무 욱한 나머지 마음에도 없던 말이 나오고 말았다. 그게 진심이 아니라는 건 이곳에 있는 두 사람 모두가 알고 있었으나 루퍼슨이 소리를 쳤다는 것과 그런 말을 내뱉었다는 게 중요했다.
루퍼슨은 자신이 내뱉고 나서야 아차 싶은 표정으로 캐롤라인를 보았다.
" 아씨... "
루퍼슨이 캐롤라인를 붙잡고 제대로 된 사과를 하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방 밖을 나선 뒤였다.
상처를 받은 캐롤라인는 눈물을 흘리며 루퍼슨의 방에서 나와 복도를 걸어갔다. 시간은 이미 달빛이 복도를 가득 채울 정도로 늦은 시간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는 길에 디미트리를 만났다.
디미트리는 아무런 말 없이 캐롤라인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에 인상을 찡그리다가 자신의 품에 있는 손수건을 꺼내 내밀었다. 캐롤라인는 디미트리가 자신에게 건네주는 손수건을 받으며 눈물을 훔쳤다.
" 고, 고마워요... 디미트리 경... "
" 레이디 캐롤라인, 네가 능력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조금 몸을 사리는 게 좋겠군. "
" 제가... 그렇게 쓸모가 없, 나요? "
" 쓸모보단 이번 임무는 상당히 위험하기 때문이겠지. 너무 그렇게 발버둥 치지 않아도 괜찮다. 이미 자유를 얻었음에도 왜 스스로 옭아매고 있는지 모르겠군. "
" ... ... 고마워요, 디미트리 경의 말이 맞네요. "
" 루퍼슨에게는 내가 가보도록 하지. "
" 네... 내일 다시 이야기하자고 전해주세요. "
캐롤라인는 손수건에서 부드러운 코튼 향이 나는 것을 느꼈다.
따스한 냄새 같아서 울음이 조금씩 진정되고 있었다. 눈물을 훔치고 있는 캐롤라인의 모습을 지켜보던 디미트리는 한참 입술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하다가 겨우 말을 꺼냈다.
어떤 식으로 말해야 그녀에게 위로가 될지 알 수 없었으니 최대한 조심스럽게 말할 뿐이었다.
자신의 말에 어떠한 충격을 받은 건지 눈이 잠시 커졌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걸 보았다. 생긋, 부드럽게 웃어주는 미소에 안도했다. 비록 그녀의 붉어진 눈가를 보니 마음이 욱신거려오긴 했지만.
캐롤라인가 발걸음을 돌려 다시 돌아가려고 하자 디미트리가 말했다.
자신이 루퍼슨에게 가보겠다고 하자 가만히 디미트리를 보던 캐롤라인는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였다. 지금 다시 돌아가봤자 의미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 ... "
" 캐리...!! 어, 형? 형이 여긴 무슨 일이야? "
" 루퍼슨. "
디미트리는 캐롤라인를 그녀의 방으로 안내해 준 다음 곧장 루퍼슨의 방으로 왔다.
그가 문을 열자, 침대에 앉아 머리를 감싸고 있던 루퍼슨은 급히 고개를 들며 들어오는 이를 보았다. 정작 찾던 이가 아니라 자신의 형이었지만. 루퍼슨은 살짝 놀란 얼굴로 디미트리를 보았다.
" 그런 식으로 레이디를 대할 거라면 내가 빼앗는 게 낫겠군. "
" 뭐? "
" 어차피 '선셋'이라면 누구든 괜찮지 않겠나? 거기다 나는 '가주'니까 말이다. "
" ... 형, 진심이야? "
디미트리의 말에 루퍼슨이 인상을 찡그리며 사나운 눈으로 자신의 형을 노려보았다.
루퍼슨의 시선에 디미트리 역시 만만치 않게 지지 않겠다는 듯 맞섰다. 두 사람의 사나운 기운 때문에 저택 안에 있는 하인들이 잠을 못 이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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