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썰
만약 아랍인 살해 사건이 없었더라면 뫼르소는 안나와 함께 언제나처럼 일상을 보내면서 회의감을 가질 것 같다. 특히 평화롭고 아무 문제 없는 5~60대까지 살게 된다면 특히나 더 그럴 것 같은데, 아무래도 자신의 마지막이 이렇게까지 허무하고, 허탈하며 평화롭게 끝난다는 것이, 누군가 곁에 없다는 것이 미칠 것 같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내가 해석하는 뫼르소는 처형되는 날,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증오를 퍼붓는 것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완벽하게 마무리하고, 혼자라는 느낌을 최대한 덜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인데 그 사건이 없어서 사형을 당하지 않는 뫼르소라면 안나와 끝끝내 결혼은 하지 않지만, 여전히 연인 사이인 채로 지내면서 임종까지 함께할지도 모르겠음. 물론 중간에 잠깐 헤어지거나 할 수도 있긴 한데, 헤어져도 안나가 뫼르소에게 다시 찾아오지 않을까.
그는 차갑고 겉으로 보기엔 냉혈한이었지만, 감정적 다툼이 적은 상태이기도 하고, 묵묵한 것이 결혼 상대로는 맞을지도 모른다고 무의식중에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뫼르소가 사랑이 없다고 말했지만, 안나의 입장에서는 나이를 먹었을 땐 사랑보다 안정감을 더 찾을지도 모름. 개인적인 해석일 뿐이지만 원작에서도 사건이 없었으면 안나와 뫼르소가 결혼까지 하진 않았을 거 같음. 안나가 사랑하냐고, 결혼을 생각하고 있냐고 물어봄에 뫼르소가 대답한 건 안나를 사랑하지 않음과 무관심이었으니까.
사랑은 없지만, 서로에게 안식이 되기 때문에 함께하지 않았을까...
뫼르소는 애정을 잘 모르는 것처럼 보였지만, 무의식중에 안나를 향한 사랑도 있었을 것 같다. 그게 아니었더라면 그녀와 사귄다거나 해변에서 관계를 가지는 것을 하지 않을 사람인 것 같아서... 그걸 본인 스스로가 자각하지 못했고, 자각하려고 하는 의지가 없어서 그런 거지.
그래도 사건이라던가 재판이 없었으면 결국 안나에 대한 사랑을 어떻게든 자각하지 않았을까 싶음. 사건과 재판으로 인해 자각할 시간이 없었던 거지.
안나를 향한 감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음을 알게 되는 뫼스로가 보고 싶다.
그 감정이 뭐 가족을 향한 사랑이든 원초적인 욕구에 해당하는 사랑이든 뫼르소에게 있어 안나가 사랑임을 알게 되는 거지.
if 말고는 안나가 뫼르소에게 면회하러 갔던 장면이 보고 싶다.
아내가 아니었기 때문에 한 번만 허락된 면회에서 조곤조곤 대화를 이어가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것도 보고 싶네. 재판에서 증언했던 모든 것들이 뫼르소에게 불리하게 적용되는 바람에 안나는 자기 탓을 할 거고, 면회 보던 날에 뫼르소에게 사과하지 않을까.
하지만 정작 뫼르소는 사과할 필요가 없다면서, 자기는 이걸로 괜찮다고 말할지도.
무의식으로 안나를 달래는 말을 내뱉으면서도 최근 자주 찾아오는 목사에 대해 말해줄지도 모름. 울고 있는 안나에게 자신의 죽음이야말로 진실되고, 자신의 삶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하면 안나가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향해 증오를 퍼붓지 않겠냐고 물어보면 그것이야말로 자신의 이야기가 완벽하게 마무리되는 것이고, 자신은 혼자라는 느낌을 덜 받을 것이라고 말하겠지. 안나는 처음으로 감정이 격해진 뫼르소를 보는 것이 어색하고, 낯설지만 죽음을 코 앞에 두고서야 감정을 보이는 그였기에 사랑으로 인정해 주는 것도 좋다.
면회 시간이 끝나기 전에 안나가 뫼르소를 향해 사랑한다고 하는 걸 보고 싶다.
시린 창살을 움켜쥐며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뫼르소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데, 뫼르소가 신부의 위선 뒤에 혼자 남았을 때 느꼈던 어머니의 삶과 세상의 애정어린 무심함을 이해했던 것처럼, 안나의 애절한 고백에 뫼르소도 그녀를 향한 애정을 깨닫게 되는 거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지막을 놓을 생각이나, 죽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들지 않겠지만, 그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뫼르소가 안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무관심으로 사회와 거리를 두고, 안나에게도 무심하게 말한 뫼르소였지만 마지막을 앞에 두고서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고, 그녀에게도 사랑을 말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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