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드림/250605] 늦저녁의 여름 바닷가
청량한 여름 바닷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면서 여자의 뺨을 간지럽혔다.
희윤은 바람을 맞이하며 눈을 감고 있다가 자신의 곁으로 오면서 자연스럽게 손을 잡아 오는 시덕을 보았다. 그녀의 눈꼬리가 고이 접히며 웃음을 지었다.
시덕은 그 웃음을 보며 찬란한 여명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오랜만에 맞이하는 휴일을 맞이해 바닷가로 놀러 왔다. 1박 2일에 불과한 짧디짧은 휴일이었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둘만을 위한 시간이 오랜만이기도 했고, 모처럼의 시간이 1분 1초도 아까웠기 때문이었다.
“ 누나, 여 어떤데. ”
“ 괜찮네. 바다는 처음인데, 나쁘지 않아. ”
“ 그쟈? 누나 대꼬 오길 잘한 거 같네. ”
희윤을 바라보던 시덕의 시선이 정면을 보았다.
이번에는 정면을 바라보던 희윤의 시선이 시덕에게로 향했다. 희윤은 모처럼의 휴일이긴 했지만, 휴일이라는 것보단 시덕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했다.
정신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는 나날들도 나쁘지 않았지만.
희윤이 시덕의 어깨에 기대며 기분 좋은 듯 웃었다. 소금기를 머금은 바닷바람이 두 사람을 맞이해주는 듯 천천히 불어왔다.
두 사람은 바닷가를 걸으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 다음 휴일엔 더 좋은 곳으로 데리고 가야긋다. ”
“ 그러면 나야 좋지. ”
“ 일은 안 힘드나. ”
“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 건데, 뭘. ”
누군가가 보기엔 다소 싱겁고 가벼운 대화일지도 몰랐다.
적어도 두 사람에게는 서로에 대해 알 수 있는 대화였고, 작은 약속이기도 했다. 두 사람의 입가에는 대화하는 내내 웃음이 머물렀다. 여름이라 소금기가 있는 바람이 찝찝하게 느껴질 법도 한데, 두 사람에겐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서로를 향해 시선을 교환하고, 미소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좋아 보였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