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차일드 타입

[HL/드림/250429] 형용할 수 없는 감정

나비의 보관함 2025. 5. 6. 06:29

 

 

" 이봐, 여긴 들어오면 위험해. “

, ? ”

, 울지 마...! ”

... 흐엉... ”

 

 

어두운 뒷골목, 축축하고 무서운 분위기를 풍기는 그곳에서 서성거리는 한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연신 두리번거리며 길을 찾기 위해 헤매고 있는 눈치였다. 한눈에 봐도 미아가 된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소녀를 지켜보고 있던 소년은 더 안쪽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소녀의 모습에 결국 모습을 보이며 경고해 주었다.

그런데 아무도 없는 곳에서 나타난 또래 소년의 모습에 안심한 소녀가 글썽거리기 시작했다. 소년이 다급하게 울지 말라고 다그치려고 했지만, 결국 소녀는 목놓아 울어버렸다.

소녀가 우는 모습에 소년은 곤란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소년이 소녀에게 접근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말끔한 행색과 깨끗한 얼굴, 고급스러워 보이는 옷 재질에 부잣집 딸인 줄 알고 접근한 것이었다.

길 안내라도 해주면 고맙다고 사례를 할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우는 건 예상 밖의 일이었다.

 

 

울지 말라니까. ”

흐엉... 하지만... ”

! 토마스!! 승부다! ”

? ”

 

 

토마스라고 불린 소년이 소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난감해하고 있을 때였다.

불량소년으로 보이는 무리가 대뜸 나타나선 승부라며 카드를 꺼내 들었다. 토마스의 입장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불량소년의 등장에 겁을 먹은 소녀가 떨고 있는 모습에 그는 자신의 뒤로 숨어들게 했다.

뒤로는 훌쩍거리며 울고 있는 소녀와 앞에는 승부라며 듀얼을 걸어오는 녀석들까지.

토마스는 가만히 맞은편에 있는 소년들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가볍게 혀를 걷어차며 듀얼을 시작했고, 생각보다 빠르게 끝났다.

불량소년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토마스의 실력이 좋았던 건지.

 

 

이제 그만 울어. ”

, 치진... 않았, ? ”

... 다치진 않았는데, 너는 어디서 계속 눈물이 나오는 거지? ”

후윽... , 졌어... ”

... ”

 

 

불량소년을 쫓아낸 토마스가 몸을 돌려 소녀를 보았다.

듀얼을 하는 내내 울기만 하던 소녀가 걱정된 모양인지, 그만 울라며 보챘지만, 소녀는 오히려 토마스에게 다치지 않았느냐고 물어왔다.

그 말에 처음 챙김을 받아본 토마스가 기가 차다는 듯 웃었다.

몽글몽글하고, 따끔거리는 감정이 마음을 간지럽혔다. 묘한 기분에 토마스의 입꼬리가 절로 씰룩거렸다. 토마스는 상체를 숙여 소녀와 시선을 맞추고, 조심스러운 손길로 눈물을 훔쳐 가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전히 훌쩍거리던 소녀가 멋있었다고 말하자, 토마스는 마른기침하며 상체를 올렸다.

 

 

집이 어디인지 알아? 알면 안내해 줄게. ”

여기는 모르겠어... ”

그래? 일단 시내로 나가면 알려나. , 이름이 뭐야? ”

내 이름... 미치루야. ”

그래, 미치루! 내 이름은 토마스야. ”

토마스... ”

 

 

토마스는 어째서인지 저 말에 어깨가 치솟는 느낌이 들었다.

이상한 기분에 몸이 붕 떠오르는 듯한 착각이 들었지만, 이내 무시하며 본론을 물어보았다. 그러자, 소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토마스의 옷 끝을 살포시 붙잡았다.

길을 모른다는 말에 긁적이다가, 계속 이름을 모르는 채 있을 수 없어 통성명했다.

미치루, 소녀의 이름이 그대로 토마스의 머릿속에 콕 박혔다. 이대로 끌고 갈 순 없는 노릇이라, 옷을 붙잡고 있는 미치루의 손을 잡아주며 시내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미치루는 자신을 지켜주고, 길 안내까지 해주는 토마스의 등을 보았다.

 

다정해, 단정하진 못하지만... 멋진 기사님 같아. ’

 

어린 나이임에도 듬직해 보이는 등은 언젠가 원장님이 읽어주셨던 동화책의 기사님 같았다.

상상했던 기사님과는 거리가 먼, 단정치도 못하고, 오히려 거친 야수의 느낌을 주는 토마스였지만, 그게 뭐 어떠랴. 미치루의 눈에는 그 누구보다도 기사님처럼 보였다.

아니, 이미 미치루의 마음 안에서는 토마스가 유일한 기사님이었다.

 

 

, 원장님! ”

미치루! 무사히 왔군요! ”

“ ... 뭐야, 보육원 녀석이었어? ”

원장님, 저 아이가 절 안내해 줬어요. ”

 

 

시간이 지나, 토마스의 안내를 받아 미치루는 무사히 시내 쪽으로 나왔다.

시내 쪽에서부턴 미치루가 안내해 주는 대로 토마스가 따라갔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익숙하고 아는 길이라 토마스는 당황스러웠다.

그 끝에, 도착한 곳은 보육원이었다.

보육원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서성거리던 한 여자가 미치루의 모습을 보고 반기며, 양팔을 벌렸다. 그 모습에 미치루가 토마스의 손을 놓고, 냉큼 달려가 원장에게 안겼다. 토마스는 멍하니 그 모습을 보며 그곳이 부랑아가 되기 전, 자신이 지내던 곳임을 깨달았다.

토마스의 떨리는 시선이 두 사람에게 닿았다.

 

 

“ ... 토마스, 고맙구나. ”

“ ... ”

? 원장님, 토마스 알아요? ”

그럼, 알고 있단다. 토마스, 보육원에서 돌봐줄 테니 이제 그만 방랑하고 돌아오렴. ”

“ ... ! ”

 

 

따스하고, 인자한 미소를 보이는 원장과 화사한 미소를 짓고 있던 미치루.

토마스는 두 사람의 모습에 자신이 기억하고 있던 보육원과의 괴리감이 느껴져 어색하기만 했다. 다시 돌아오라는 그 말에 주춤, 뒤로 물러나다가 결국 도망가듯 뛰쳐나가 버렸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까지, 토마스는 달리고, 또 달렸다.

머릿속으로는 미치루가 환하게 웃던 모습들이 스쳐 지나갔지만, 두 눈을 질끈 감으며 그 모습을 떨쳐냈다. 빠르게 달려 뒷골목으로 돌아온 토마스는 바닥을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바닥 위로 보육원장과 미치루가 다정하게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 그려졌다.

 

 

“ ... 젠장! ”

 

 

토마스는 씩씩, 거친 숨을 몰아쉬며 괜히 바닥을 걷어차며 성질부렸다.

잠깐 맛보았던 그 따스함이, 미치루와 대화를 나누었던 작은 시간이, 맞잡았던 그 체온이, 반짝반짝 빛나던 그 눈동자가 아른하게 떠오르며 계속해서 토마스를 괴롭혔다.

토마스는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걸 느끼며 소매로 눈가를 박박 닦아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