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드림/250419] 어느 하루의 일상
퇴마를 마치고 돌아온 박윤규는 소파에서 늘어지게 누워선 잠들어있는 여자를 보았다.
아무리 봐도 그녀가 밤새 자신을 기다리다가 지쳐서 잠든 것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 이불조차 덮지 않은 채 소파 앞 테이블에는 밥이 차려져 있었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박윤규는 짧은 한숨과 함께 외투를 벗고 소파에 걸친 뒤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깊게 잠든 건지, 가까이 다가갔음에도 깨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모습에 가만히 지켜볼 수 있었다. 곱게 감긴 눈, 자신과는 현저히 차이가 나는 외모에 주름 하나 없는 피부.
이 늙은 아저씨가 뭐가 그리 좋다고 졸졸 따라다니기만 하는 건지.
“ 으음... 왔어요? ”
“ 그래, 기다리다가 잠든 모양이던데. ”
“ 네에... 집에 왔을 때 반겨주고 싶었어요. ”
“ 내가 늦은 거로구나. ”
“ 괜찮아요! 자고 일어나서 얼굴 보니까 좋아요. ”
이제야 인기척을 알아차린 건지, 박소율이 눈을 비비며 상체를 일으켰다.
아직 잠에서 덜 깬 행색을 한 채 눈을 비비고, 하품을 짧게 하다가 박윤규를 향해 베시시 아이 같은 미소를 보였다. 박윤규는 괜히 자신이 지켜보고 있었던 것에 기분 나빠할까 봐서 몸을 일으키며 마른기침을 하고 시선을 돌렸다.
그럼에도 박소율은 자리에서 냉큼 일어나 자리를 떠나려고 하는 박윤규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양팔로 그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비비적거렸다. 박윤규는 평소에도 박소율이 애교가 많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오늘따라 유독 민망하게 느껴졌다.
그녀의 옷차림새 때문일지도 모른다.
“ 밥, 아직 안 드셨죠? ”
“ 지금은 생각 없는데... ”
“ 하지만 제가 만들어둔 건데... 안 드시려고요? ”
“ 조금이라도 먹도록 하마. ”
하필이면 박윤규는 밖에서 이미 식사를 마치고 온 상태였다.
어깨를 움츠리고, 눈꼬리와 눈썹 끝이 아래로 푹 내려간 박소율의 표정에 왠지 먹었던 밥도 먹지 않았다고 해야 할 것 같았다.
솔직하게 배가 불러 먹지 못한다고 말하지 못하고, 결국 자리에 앉았다.
기쁜 모양인지 흥얼거리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부엌에 가더니, 밥그릇에 산처럼 쌓은 고봉밥과 수저를 들고 돌아왔다.
박윤규는 밥그릇을 보는 순간, 소화제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아무리 그래도 내가 그걸 다 먹기엔 힘들지 않겠니. ”
“ 정말 무리라면 남기셔도 돼요. ”
“ 내가 남기면 눈썹 내리면서 시무룩해할 게 뻔할 텐데. ”
“ 안 그럴게요. ”
고봉밥에 아연실색한 박윤규가 말하자, 박소율은 손사레치며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이미 몇 번 당했던 적이 있었던 박윤규였기에, 자신의 앞날이 마치 그려지는 듯했다. 아쉽게도, 그의 예상이 정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아떨어졌다.
세 숟갈 정도 먹었을 때, 박소율의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결국 그날 오후, 새벽부터 넘치는 양의 밥을 먹은 탓에 박윤규가 체했고, 박소율은 그 곁에서 미안한 탓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약국에서 소화제를 사다 주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