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드림/250412] 내 후회를 위해
콰아앙, 커다란 굉음을 내며 땅이 흔들렸다.
정염귀로 변한 반의 붉은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리더니, 단 한 사람을 바라보았다. 수호자인 미호를 눈에 담던 그는 초고속으로 달려가며 검을 높게 들어 올렸다.
쇄애액!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오고, 반이 쥐고 있던 검이 앞에 있는 살덩이를 찔렀다.
검날을 타고 붉은 피가 주륵 흐르다가 뚝뚝, 바닥으로 떨어졌다.
미호는 눈앞의 하얀 머리카락이 휘날리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 누, 누구세요?! ”
“ 윽... 반! 정신차려! ”
“ ... ”
“ 반! 내 말 들리지? 정신 놓으면 안 돼! 또 그때처럼 실수할 생각이야? ”
“ 뭐, 뭐야... ”
“ 누나! 빨리 이쪽으로 와요! ”
미호의 앞을 막은 건 희란이었다.
그녀의 반 학생이었지만, 지금의 모습으로는 알아보기 힘들 게 분명했다. 검은 머리카락이 아니라 새하얀 눈을 닮은 머리카락이 등허리를 가릴 정도로 내려와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는 통증에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반을 부르며 말했다.
그러는 사이, 요한이 미호를 부르며 안전한 곳으로 옮겼고, 반과 희란이 실랑이를 벌이기 시작했다. 희란이 아무리 구미호라고 하더라도 정염귀의 피를 가진 반의 힘에 미치지 못했다.
고작 겨우 버티는 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전부라고 보아도 무방했다.
“ 으윽... ... 희란? ”
“ 반! 정신이 들어? ”
“ 네가 왜... ”
얼마나 실랑이를 벌였을까, 정신이 돌아온 반이 당황해하며 떨리는 시선으로 눈앞에 있는 희란을 보았다. 거기다 희란의 상태도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살펴보자, 엉망진창이 된 주변과 다친 희란, 거리를 두고서 놀란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미호와 경계하고 있는 요한이 보였다.
그제야 그는 자신이 정염귀로 변했다는 걸 깨달았다.
희란은 그가 무사히 돌아왔다는 걸 확인한 이후 안심하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너무 긴장한 탓인지 다리에 힘이 빠져버렸기 때문이었다.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미호가 요한의 앞으로 나서며 희란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