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드림/250409] 행복해서 뺨이 흘러내릴 때
특별한 날은 아니었지만, 미나미는 자신이 직접 만든 수제 쿠키를 안고 켄마가 있는 교실로 향했다. 늘 뚱한 켄마였지만, 선물을 줄 때는 잘 받아주었기 때문에 선물을 줄 생각에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교실에 도착했다.
교실 안까지 들어가진 않고, 문 앞에 서성거리며 누군가 나오길 기다렸다. 누군가가 나와 미나미에게 알은 채 했다.
켄마의 반에서는 미나미가 나름 유명인이었다.
틈만 나면 켄마에게 선물 공세를 하는, 켄마를 좋아하는 아이라고.
“ 어, 미나미! 켄마 불러줄까? ”
“ 응! 고마워! ”
“ 켄... 어라, 오늘도 오셨네. 쿠로오 선배. ”
“ ... ”
쿠로오라는 이름에 미나미가 인상을 찡그리며 부들부들 떨었다.
언제나 미나미의 사랑을 방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쿠로오가 분명했다. 한 학년 위의 선배였지만, 미나미의 입장에서는 쿠로오가 미웠다.
켄마와 대화를 나누고 있던 쿠로오가 미나미를 발견했다.
특유의 능글맞은 미소를 띠며 미나미에게 다가오더니, 친하다는 듯 말을 걸어왔다. 미나미는 잔뜩 분하다는 듯 입을 꾹 다물고서 쿠로오를 올려다보았다.
쿠로오가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보이며 미나미를 불렀다.
“ 오야, 오야~ 이게 누구랍니까? 열렬한 짝사랑을 하는 중인 미나미쨩이잖아? ”
“ ... 쿠로오 선배. ”
“ 오늘은 켄마에게 뭘 주려고 왔답니까? ”
“ 비밀이에요! ”
“ 그거, 내가 대신 전해줄 수 있는데? ”
“ 엣, 아... 그... ”
능글맞은 그의 태도에 미나미는 못마땅하다는 듯 눈을 흘겼다.
전혀 선배를 대하는 태도가 아니었지만, 쿠로오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 신경도 안 쓰고 있었다. 쿠로오의 시선이 미나미의 품에 안겨있는 포장지에게로 향했다.
쿠로오에게 있어 미나미는 켄마를 잘 챙겨주는 여자애에 불과했다.
평소 밥을 잘 챙기지 않고, 간식으로 때우는 켄마를 알고 있었기에, 미나미는 고마운 존재였다. 쿠로오가 대신 전해줄 수 있다는 말을 꺼내자, 미나미가 움찔거리며 눈동자를 굴렸다.
안 그래도 이걸 켄마에게 어떻게 건네주지, 생각하고 있었다.
“ 아, 아니에요! 그래도 제가 건네줄래요... ”
“ 용기 있는데? 쿠로 상은 미나미쨩 응원해~ ”
“ ... 정말요? 그런데 왜 매번 코즈메 군 반에 와요? ”
“ 그야~... ”
미나미는 쿠로오의 시선에 괜히 쿠키가 담긴 포장지를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자신도 모르게 쿠로오의 눈빛이 마치 쿠키를 노리는 짐승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쿠로오가 응원한다는 말에 가만히 듣고 있던 미나미가 고개를 들며 쿠로오를 지긋이 보았다.
그러자 쿠로오가 시선을 굴려 미나미를 보더니 능글맞게 웃으며 말을 삼켰다.
끝을 맺지 못한 말은 미나미의 호기심을 건드렸다. 끝까지 알려주지 않는 모습에 씩씩거리며 알려달라고 외쳤다. 하지만 그럼에도 쿠로오는 여전히 답을 알려주지 않았다.
미나미와 대화하고 있던 쿠로오는 힐끗, 시선을 흘려 켄마를 보았다.
“ 미나미쨩 반응이 재밌잖아? ”
“ 뭐요?! ... 쿠로오 선배! ”
“ 오야, 쿠로 상 여기 있답니다? ”
쿠로오는 다시 시선을 돌려 미나미를 보고서 놀리듯 말했다.
누가 들어도 명백하게 놀리는 말투에 미나미가 펄쩍 뛰며 쿠로오를 불렀다. 미나미의 반응에 재밌다는 듯 그가 웃으며 미나미의 머리를 툭툭 쓰다듬었다.
쓰다듬기만 하고, 조용히 발걸음을 옮겨 교실을 빠져나가는 쿠로오의 모습을 보았다.
미나미는 대체 뭐람, 중얼거리며 괜히 건드려서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했다. 그때, 누군가가 미나미의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미나미가 화들짝 놀라며 몸을 돌리는 순간, 눈에 들어온 건 푸딩을 닮은 머리카락이었다.
“ 코, 코즈메 군! ”
“ 쿠로가 또 놀리고 갔어? ”
“ 으응, 아니야! ”
“ 이해해. 요즘 쿠로... 미나미 놀리는 게 재밌대. ”
“ 뭐어? 쿠로오 선배... 저주할테야... ”
“ ... 그거, 내 거야? ”
“ 아, 엣, 응...! 코즈메 군 주려고... ”
어느새 소리 소문 없이 다가온 켄마와 대화를 이어 나갔다.
켄마가 품 안에 안긴 포장지에 관심을 보이자, 미나미는 지금이다! 라고 생각하며 포장지를 내밀었다. 불쑥 튀어나온 포장지에 켄마가 조심스럽게 받았다.
켄마는 고개를 내밀어 복도를 유유히 걸어가는 쿠로오를 보았다.
힐끗, 미나미를 다시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미소를 보여주었다. 미나미는 자신의 선물에 웃어주는 켄마를 보며 얼굴을 확 붉혔다.
“ 고마워, 미나미. ”
“ 아, 아니야... 코즈메 군! 다음에는 더 맛있는 걸로 만들어 올게! ”
“ 응. ”
켄마는 자신의 앞에서 부끄러워하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미나미의 모습을 보며 웃었다.
켄마의 감사 인사에 미나미는 뜨거워진 뺨을 양손으로 감쌌다. 헤실헤실, 너무 행복해서 뺨이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그때, 땡땡.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미나미는 켄마에게 이만 가보겠다며 인사를 남기고, 자신의 반으로 돌아갔다. 남겨진 켄마는 미나미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