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차일드 타입

[ALL/괴담/250322] 아름다운 선율을, 최고의 무대를!

나비의 보관함 2025. 3. 23. 22:22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의 꿈은 오케스트라 홀에서 연주하는 것이다.

그런 그가 한껏 부푼 꿈을 간직한 채 오늘, P 악단의 목관악기 연주자를 구하는 4기 단원을 모집하는 대회를 보고, 오케스트라 홀로 향했다. 그곳에는 클라리넷뿐만 아니라 피콜로, 오보에, 잉글래쉬 호른, 바순 등 다양한 목관악기를 다루는 이들로 가득했다.

대회가 시작되기 전, 무대 위로 P 악단이 등장했다.

그들이 무대에 서자 어느샌가 관중석이 빈 좌석도 없이 빽빽하게 찼다.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관람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참가자들은 전부 무대 뒤로 안내되었다.

클라리넷은 힐끗, 관람객을 보다가 흠칫 몸을 움츠렸다.

 

 

“ ~♪♬

 

 

허공을 가르는 지휘자의 지휘봉에 맞춰 아름다운 선율이 층층이 쌓여갔다.

웅장한 울림과 화려한 기교, 마음을 울리는 선율에 모두의 시선이 무대로 향했다. P 악단은 본래 아무도 모르는 그런 존재의 악단에 불과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누군가의 후원 이후 날개가 날린 듯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솟구쳐 오르는 인기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고, 그들에게 명예와 부를 안겨주었다. 음악을 하는 이들이라면, 악기를 다루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악단에 들어가고자 했다.

그게 지금의 P 악단이었다.

 

 

반갑습니다, 악기 연주자분들. 지금부터 4기 단원을 뽑는 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

 

 

선율이 끝나자, 조용해진 공간을 장악할 정도로 울려오는 목소리.

밝은 무대 위에 어두운 복장을 해 얼굴을 살펴볼 수 없는 지휘자가 말하는 듯했다. 마치 마이크를 대고서 말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의 목소리에 모두가 놀랐다.

하지만 클라리넷은 무대 위에 서 있는 지휘자를 보며 묘한 불쾌감을 느꼈다.

선량한 무대라고 하기엔 어딘가 뒤틀려 있는,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클라리넷은 설마 유명한 악단에서 무언가를 했을까, 따위의 생각을 하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P 악단의 단원들이 무대에서 빠지자, 그랜드 피아노만 무대 위에 덩그러니 남겨졌다.

 

 

이번에 뽑힐 단원은 어떤 악기를 사용할까? ”

그걸 가리기 위해 단원을 뽑는다지. ”

초창기 단원들은 어디 갔을까? ”

, 그건 알려고 하면 안 돼. ”

 

 

분명 무대 뒤로 이어지는 길과 관중석은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클라리넷은 분명히 관람객들이 떠드는 이야기를 들었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지만, 그 소리를 마치 자신만 들은 듯 다른 이들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예비 무대였기에, 참가자들은 전부 기존의 단원을 선택해 합을 맞추며 연주해야 했다.

클라리넷은 제 앞 번의 참가자들이 무대를 서는 모습을 보며 차라리 가장 먼저 했으면 이토록 불안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했다. 클라리넷이 불안에 떨며 무대 위를 지켜보고 있을 때, 관중석에 앉은 관람객은 참가들과 단원의 합주에 환호하고 있었다.

호응이 과해지려고 할 때, 한순간에 주변이 조용해졌다.

 

 

“ ??? ”

 

 

한 관람객이 의문을 가지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시끄럽게 호응을 하던 이들의 자리가 대부분 비어지기 시작하는 게 눈에 들어왔다. 소리 소문 없이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연기가 사라지자,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졌다.

다른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듯했다.

유일하게 알아차린 관람객이 있었으나, 조용히 관람해야 할 부분에서 작은 소란을 일으키고 말았다. 그로 인해 그 관람객은 퇴장당했다.

 

.

.

.

 

클라리넷은 점점 다가오는 자신의 차례에 더 긴장한 듯 무대 위를 보았다.

한 차례 끝나자, 자신의 차례가 다가왔고, 지휘자의 안내에 따라 무대 위로 올라갔다. 무대 아래에서 느끼던 기괴함과 불쾌감은 무대 위로 오르자, 더욱 강해졌다.

이상하다고 느낀 클라리넷이 잔뜩 긴장한 채 무대를 살폈다.

클라리넷의 시선이 피아노와 바이올린에게로 향하자, 눈동자가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건반 위로 움직이는 손가락과 창자를 꼬아 만든 현, 말린 피부 껍질로 된 활이었다. 그들은 그것에 대해 거리낌 없어 보였다.

진실을 알게 된 그가 떨리는 손으로 클라리넷을 쥐고 불기 시작했다.

 

 

~ ”

 

 

아름답기만 한 선율이 무대 위에서 서서히 퍼져갔다.

긴장한 탓에 음이 이탈하고, 삑사리가 나긴 했지만,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그 소리를 덮었다. 완벽하게, 보다 아름답게! 그의 실수가 마치 원래 없었던 것처럼.

클라리넷을 연주하던 그의 시선이 무대를 바라보는 관중석으로 향했다.

밝은 무대 위와는 달리 관중석은 새까만 어둠뿐이었다. 좌석에 누군가가 앉아 있긴 한 건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새까만, 그런 어둠이었다.

무대와 가장 가까운 좌석조차 어둠에 잠겨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브라보! ”

브라보! 브라보! ”

 

 

찬란하고 경쾌하게 울리던 클라리넷의 소리가 끝나자, 어두운 관중석에서 환호가 터졌다.

실수투성이 무대에서 환호가 터져 나오자, 클라리넷은 모든 걸 의심하기 시작했다. 등골에 식은땀이 흐를 정도의 기괴함과 불안함, 긴장감이 클라리넷을 미치게 했다.

무대 아래로 내려가면 무언가 일어날 것만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 두려움이, 그 공포가 사람을 미치게 했다. 내려가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몸이 미치도록 떨렸다. 클라리넷의 시선이 지휘자에게로 향했다.

지휘자가 클라리넷을 무표정한 얼굴로 보더니 점점 입꼬리를 올리며 기괴하게 웃었다.

 

 

브라보! 브라보!! ”

브라보~! ”

 

 

기괴한 웃음, 소름 돋는 어둠, 무대 아래에서 들려오는 반복되는 기계음과 같은 찬사.

울렁거리고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 겨우 버티고 있던 클라리넷이 결국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무대 위에서 쓰러졌다. 게거품을 물고 쓰러졌지만, 누구 하나 먼저 달려와서 클라리넷을 챙겨주지 않았다. 클라리넷이 쓰러졌음에도 지휘자와 연주자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관중석은 여전히 브라보! 찬사를 외치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무대의 스포트라이트의 빛이 쓰러진 클라리넷을 향해 성스럽게 쏟아졌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