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드림/250322] 「악몽」의 유린
그날 이후, 이본은 긴 꿈을 꾸었다. 좀처럼 빠져나올 수 없는 악몽과도 같은 꿈 말이다.
미적지근하고, 건조하면서 가열한 희망을 보여주지만 그 끝은 어둡게 가라앉은 질척함이었다. 이본은 악몽을 꿀 때마다 점점 어둠에 잡아먹히고 있었다.
현실과 꿈의 괴리감에 빠져 기괴함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그 꿈을 놓지 못했다.
현실에서는 불릿과 망망대해를 떠돌았지만, 꿈에서는 빛바랜 추억을 되새김질하고 있었다. 꿈이 꿈인 줄 알면서도 놓지 못해 매달리고 있었다.
이본은 기억나지 않는 꿈자리에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꼬맹아, 지금 어디쯤... ”
“ 서.. 선장... ”
“ ... 어? ”
선장실에서 나온 이본은 눈앞의 상황에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소수 정예이긴 했으나, 나름 강한 축에 속하는 선원들이 시체처럼 갑판 위로 널브러지고, 블릿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으며 유일하게 기운을 차린 선원이 저를 부르고 있었다.
지금쯤 망망대해 위에 있거나, 한 섬에 정착해 있어야 할 배는 여기저기 반파되어 마치 유령선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본은 자신이 드디어 미쳐서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건가, 생각이 들었다.
그게 아니고서야 이리 끔찍한 상황이 현실일 리 없었으니까. 눈 깜빡할 사이에 느껴지는 강렬한 통증이 가슴을 꿰뚫고 지나갔다.
이본이 상황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 헉...! ”
“ 이본,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데. ”
“ ... 꼬맹아, 방금... ”
“ 뭐가? ”
“ 흡...!! ”
이본은 급하게 숨을 삼켜내며 눈을 뜨자마자 상체를 확 일으켰다.
일어나는 순간 핑하고 눈앞이 빙글빙글 돌 정도의 현기증이 느껴졌지만, 옆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금세 진정되었다.
이마를 짚고서 한숨을 내쉬던 이본은 고개를 돌렸다.
불릿이 이본의 말에 반문함과 동시에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본은 불릿을 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켜며 움찔거렸다.
이본의 눈앞에 있는 건 불릿의 형상을 한 해골이었다.
“ 이본, 상태가 정말 안 좋은 모양인데. ”
“ 아, 아니... 괜찮아... ”
“ 무슨 문제라도 있나? ”
“ 큭...! ”
달그락 소리를 내며 점점 다가오는 해골에 이본은 점점 사색이 되어갔다.
파랗다 못해 하얗게 질려가는 그의 얼굴을 본 불릿이 안부를 물었지만, 자신이 언젠가 생각했던 최악의 상황이 눈앞에 있자, 너무 놀란 나머지 답을 해주지도 못했다.
그때,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본이 살았다는 눈빛으로 문 쪽으로 들어오는 이를 보았으나, 그조차 불릿처럼 해골에 불과했다. 그의 안도감은 카드 패를 뒤집는 듯 순식간에 다시 절망에 잠겼다.
달그락, 달그락. 해골이 웃는 건지 기괴한 소리를 내며 이본을 향해 다가왔다.
“ 어? 선장, 일어났네! 들어봐, 선장. 엄청난 소문이 있던데. ”
“ ...? ”
“ 또 그 허무맹랑한 소문 말하는 건가. ”
“ 부선장! 이건 진짜라고! ”
이본은 어디선가 느껴본 기시감과 데자뷔에 혼란스러웠다.
비슷한 느낌의 대사, 분위기, 믿지 못하는 분위기. 빛바랜 추억 속에 있었을 법한 상황. 이본은 혼란스러워하며 불릿과 선원을 번갈아 보았다.
불릿이 짧게 혀를 걷어차듯 달그락거리더니 선원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 그런 헛소문은 듣지 말고... ”
“ 아니, 자세히 말해봐. ”
“ !! 거봐~ 선장이라면 관심 가질 줄 알았어! ”
“ ... 이본? ”
그 소문이라는 것이 어째서인지 그리 달갑진 않았지만, 본능이 자꾸 그 소문에 호기심을 가졌다. 이본은 눈앞의 해골로 변한 선원이 달그락거릴 때마다 안색이 안 좋아졌지만, 꾹 참으며 소문에 관한 내용을 들었다.
선원이 말하기를, 해적들 사이에서 「초대장」의 소문이 떠돈다고 했다.
그 「초대장」은 어디서, 어떻게 오는지 모르지만, 「초대장」의 행선지로 향하면 금은보화가 가득한 섬의 위치가 적혀 있으며 무사히 도착하는 해적이 그 보석을 다 가진다는 소문이었다.
이본은 그 소문이 어디선가 들은 적 있다는 기시감이 느껴졌다.
“ 그런 허무맹랑한 소문을 믿는 건 아니지? 이본. ”
“ ... 한 번쯤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
“ 그런데!! 그 소문의 「초대장」이 우리 배에도 왔어요. ”
“ 뭐? ”
이본은 그 「초대장」이 12척의 배를 이끄는 대해적에게만 오는 것이 아니던가? 생각했다.
문득 떠오른 그 생각에 왜 그렇게 생각했지? 자신이 떠올린 말에 소름이 돋아 안색이 창백해졌다. 오늘 처음 들어본 소문이 왜 익숙한지도 의문이 들었다.
이본이 고민에 잠겨있을 때, 불릿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선원은 두 사람을 보다가 달그락거리며 이본에게 그 「초대장」을 건넸다. 귀족들 사이에서나 쓸 법한 깔끔하고 새하얀 종이봉투 위에 밀랍으로 눌린 자국이 해적들에겐 어울리지 않았다.
이본의 본능이 계속해서 그에게 「초대장」을 열어보라고 유혹했다.
“ 여긴... ”
“ 어디길래? ”
“ 위대한 항로의 푸푸카르 섬이야. ”
“ ... 갈 거냐? ”
“ 가봐야지. 이봐, 돛을 내려라! ”
“ 아이아이! 캡틴! ”
이본의 명령에 선원이 턱을 딱딱 맞추며 경례하더니 후다닥 밖으로 나갔다.
부선장이든 선원이든 해골로 변한 건 이제 제법 익숙해진 듯했다. 이본의 손에 의해 「초대장」이 보기 좋게 구겨졌다.
불릿은 안색이 하얗게 질린 채 퀭해 보이는 이본이 걱정되었다.
물과 햇빛을 받지 못해 바짝 말라가는 나뭇가지처럼 변해가고 있는 이본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저 입을 꾹 다물고 이본을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이본이 비틀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나 몸을 추슬렀다.
“ 꼬맹아, 너도 가서 준비해라. ”
“ 엉? ”
“ 거기에서 전투가 생길지도 몰라. ”
“ 전투가 생기면 하는 거지. ”
“ 적당히 해야 해. ”
“ 상대가 적당히 하면. ”
이본은 해골로 변한 불릿의 부축을 받으며 갑판으로 나왔다.
기괴하게도, 갑판에 나와 분주하게 움직이는 선원들의 모습은 모두가 해골은 아니었다. 어떤 이는 완전한 사람이었고, 또 어떤 이는 전신이 뼈만 남은 상태였으며 또 어떤 이는 하체만 해골인 경우도 있었다. 이본은 막연하게 기괴한 지금의 현상이 「초대장」의 섬으로 향하면 실마리가 풀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릿은 흐려지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이본을 바라보았다.
“ 도착하면 떨어지지 말고, 붙어서 따라와. ”
“ 응. ”
이본은 귀가 울릴 정도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절로 인상을 찡그렸다.
혹여 자신이 잘못 보는 건가 싶어서 눈을 비벼봤지만, 여전히 해골들이 보였다. 심지어 그들이 웃고 있는 건지 위아래의 치아를 딱딱 움직여댔다.
펼쳐진 돛은 순풍을 타고 망망대해를 항해하며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다.
오는 내내 이본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듣기 힘들었는지, 선장실로 들어간 상태였다. 뱃멀미도 하지 않는데, 선원으로 인해 겁을 먹고 선장실에 숨어버리다니.
선장실에서 숨죽이고 있던 이본은 없던 자책까지 하기 시작했다.
“ 캡틴! 도착했습니다! ”
“ 닻을 내려라! ”
“ 아이아이! ”
캡틴, 이본의 명령에 선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달그락달그락, 뼈가 부딪히는 소리가 아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나기 시작했다. 푸푸카르 섬에 도착해 닻을 내리고, 정박을 시도했다.
커다란 선미가 항구에 천천히 다가가더니 쿵 소리와 함께 부딪혔다.
이본과 불릿, 그리고 일부 선원들이 섬을 살펴보기 위해 배에서 내렸다. 그 섬은 지도상에도 보이지 않았고, 무엇보다 현장에서 느끼는 음산한 기운은 사람들을 섬뜩하게 만들었다.
배 위에 있을 때는 그래도 맑았던 하늘이 하선하자,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검은 연기가 사방으로 퍼지며 스산할 정도로 차가운 공기가 불어왔다.
“ 으윽... 서, 선장... 여기에 정말 금은보화가 있을까요? ”
“ ... ”
“ 선장?? ”
“ ... 이봐, 너희들. 빨리 배로 돌아가. ”
“ 부선장... ”
“ 선장은 내가 챙겨갈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
불릿은 멍하니, 초첨 없는 흐리멍덩한 시선으로 어딘가를 보며 힘없이 걸어가는 이본을 보았다. 뒤쫓아오던 선원들은 모조리 배로 돌려보내고, 홀로 이본의 뒤를 쫓아갔다. 비틀거리며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굴던 이본은 의외로 절대 넘어지지 않았다.
이본의 이러한 행동은 지금뿐만 아니라 배 위에서도 여전했다.
그래서 불릿은 이본이 무얼 바라는 건지 알고자 지켜보는 것을 택했다.
이본은 섬에서 내린 이후로 자신을 제외한 다른 이들을 통해 헛것을 보는 게 더 심해지고 있었다. 지금도 먼저 발걸음을 나선 건 등 뒤에 있는 존재에 의해 언제든지 벗어날 수 있도록, 달아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뒤를 지키고 있던 불릿은 어디에 간 건지 보이지 않고, 웬 이상할 정도로 덩치가 큰 개가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이본의 얼굴 위로 어둠이 내려앉고, 그의 눈에는 초조함이 읽혔다.
이본은 자신의 귓가에서 들리는 그르릉, 거리는 소리에 소름이 돋았다.
“ ... 이본? ”
“ 힉...!! ”
불릿이 이본을 부르는 순간, 덜컥거리던 이본이 후다닥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무언가에 쫓기는 듯 무아지경으로 달리는 이본을 본 불릿이 그의 뒤를 따라갔다. 불릿은 이본이 보물을 발견해서 뛰는 줄 알았으나, 이본은 뒤쫓아오는 불릿에게 겁을 먹고 달릴 뿐이었다. 혼미백산이 된 이본의 눈에는 불릿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무작정 뛰기만 하던 이본이 발걸음을 멈춘 곳은 섬 안쪽에 있는 동굴이었다.
이본은 주변을 살펴보다가 불릿을 발견하자, 허둥지둥하며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불릿은 이본의 뒤를 따라 동굴 안으로 들어갔는데, 그 안쪽 구석에서 덜덜 떨고 있는 이본을 발견했다.
불릿이 이본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 이본, 아무래도 여기엔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
“ 힉...! ”
“ 이제 돌아갔으면 하는데. ”
“ 불릿...!! 어디로 간 거야! ”
“ 이본! 나는 여기에 있다! ”
불릿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찾는 이본을 보며 그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도통 알 수 없는 이본의 행동에 불릿은 인상을 찡그렸다. 자신의 손길을 거부하고, 떨기만 하는 이본을 그대로 들어 올려 옆구리에 끼우려고 했다.
발버둥 치던 이본이 허둥대며 동굴 더 안쪽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본의 뒤를 쫓아 안으로 들어온 불릿은 한 가운데 떡하니 놓여있는 상자를 발견했고, 이본과 함께 상자를 챙겨 동굴을 벗어났다.
정말 기묘하게도, 동굴을 나오자 검던 하늘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 ...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는데. ”
“ 히익...! 아, 아무것도 없어... 아무도 없다고... 캡틴... ”
“ 지금 캡틴은 너잖아, 이본. ”
“ 로저... 레일리... ”
“ ... 이본! ”
불릿은 하늘을 보며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 상황에 가장 먼저 깨달은 사람이 불릿이었다. 불릿은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 배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불릿에게 들쳐진 채 이본은 자신의 머리를 움켜쥐고 떨었다.
무언가를 보고 있는 건지, 아니면 듣고 있는지.
이본은 사색이 된 채 무어라 중얼거렸다. 불릿은 달리는 도중에 이본의 입에서 나온 이름에 표정을 굳히며 발걸음을 멈추었다.
로저 해적단이 해산하고, 둘이서만 대해를 탐험한 이후로 처음 나오는 이름이었다.
“ 쯧! 의원에게 보이면 어떻게든 되겠지. ”
“ 스코퍼... 건즈... 선벨... ”
“ ... ”
이본의 상태에 심각성을 깨달은 불릿은 아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달렸다.
항구에 도착했을 때, 음산한 분위기가 두 사람을 맞이했다. 불릿은 아까 돌려보냈던 선원들도 보이지 않고, 배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할 선원들조차 보이지 않자 의아했다.
배에 올라가 이본을 잠시 선장실 침대에 눕혀두고 배 안을 살폈다.
불릿이 배 안을 살펴보고 있을 때, 정신을 차린 이본이 머리를 짚으며 일어났다. 지독한 악몽에 시달린 사람처럼 그의 얼굴 위로 그림자가 모습을 나타내고 있었다.
이본은 자신의 머리를 짚고, 비틀거리며 갑판으로 나갔다.
“ 꼬맹아, 지금 어디쯤... ”
“ 서, 선장... ”
“ 어? ”
이본의 눈앞에 부상을 입고 갑판에 쓰러진 선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어디선가에서 본 듯한 기시감을 느끼며 놀란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우중충한 하늘과 반파된 배, 시체가 널브러진 갑판.
이본이 상황을 파악하려고 할 때, 날카로운 무언가가 날아와 그의 몸을 꿰뚫었다.
그것은 소리도 없었고, 형태도 없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이본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더니 서서히 쓰러져갔다. 무겁게 내려오는 눈커풀이 감기기 직전, 이본의 눈에는 다급하게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불릿의 모습이 들어왔다.
‘ 아, 이건 꿈이랑 좀 다른 것 같은데. ’
이본은 마지막으로 다급해 보이는 불릿의 표정을 보며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다.
“ 선장! 듣고 있습니까? ”
“ 어? ”
“ 그 소문이 진짜였어요! ”
멍하니 있던 이본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눈앞의 선원을 보았다.
그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주변을 살펴보다가 자신의 몸을 더듬었다. 분명 선명하게 느껴졌던 통증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진 상태였다.
거기다 분명 해골의 모습을 하고 있던 선원이 평범한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선원이 소문을 이야기하며 편지를 쥐고 흔들었다. 그제야 기억을 떠올린 이본이 흠칫 떨며 선원의 손에 쥐어진 편지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다급하게 고개를 돌려 옆자리를 보았다.
“ 꼬맹, 어? 이봐, 부선장은 어디 갔지? 분명 여기에 있었는데... ”
“ 예? 선장...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요. 「초대장」이 왔... 선장?! ”
“ 꼬맹아! 불릿!! ”
이본은 자신의 기억대로 불릿을 불렀다.
하지만 그의 기억과는 달리 불릿이 곁에 없었다. 불릿이 곁에 없다는 사실에 이본은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소름을 느꼈다. 선원이 이본에게 「초대장」을 흔들며 보이려고 할 때, 이본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선장실을 나갔다.
불릿의 이름을 부르며 그를 찾아다녔다.
각자의 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던 선원들이 배 안을 휘젓는 이본에게 인사를 했지만, 이본의 눈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정말 이상하게도 하나가 떠오르면, 하나가 사라졌다.
“ 하아... 하... 이건, 이건 아니지... ”
“ 선장! 부선장 찾슴까? 아까 부선장 식당에 있던데요! ”
“ 부선장 아까 갑판에 있던데? ”
“ 엥? 방에도 있던데? ”
이본은 아무리 둘러보아도 보이지 않는 불릿의 모습에 지친 듯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선원들이 이본에게 불릿의 위치를 알려주었지만, 그 모든 위치는 자신이 이미 가본 장소였다. 혼란스러웠다. 모든 것이.
자신은 분명 장의사였고, 선장이었으며 불릿은 자신의 부선장이었다.
항상 곁에서 따라다니는. 하지만 불릿의 모습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기억의 편린 저편에서 보았던 불릿의 모습은 점점 희미하게 번져갔다.
-fin.